키위냐 솔개냐
빌4:6-7
뉴질랜드에 사는 키위라는 새는 앞을 못 보고 날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키위가 서식하는 지역이 화산지대여서 뱀이나 파충류 따위의 천적이 없는 반면 먹이가 풍부하다 보니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져 날개와 눈의 기능이 퇴화된 결과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됐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안주하다 보면 눈도 멀고 날개도 퇴화되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는 솔개의 수명은 보통 40년이지만, 일부 솔개는 최고 70년까지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솔개가 태어나 약 40년이 되면 발톱이 노화해 사냥감을 잡을 수 없고,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게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는 바람에 날개가 무거워져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힘들게 됩니다. 대부분 솔개는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지만 일부 솔개는 약 반년에 걸친 힘든 갱생 과정을 택해 70년까지 산다는 것입니다. 솔개는 산 정상으로 날아올라 둥지를 짓고 수행을 시작하는데,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새 부리가 돋아나게 한 뒤 날카로워진 새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냅니다.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뜯어내면 얼마 후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새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30년의 수명을 더 누린다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지 않고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습니다.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이 꿇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 무릎을 꿇고/ 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길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 밤이 깊으면/ 저 무릎을 꿇고/ 찬란한 별들을 바라본다. (정호승/무릎)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도가 없는 것입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열정이 없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간디는 ‘쥐가 고양이를 이길 수 있는가’란 질문을 인도 사람들에게 던졌습니다. 물론 고양이는 영국이고 쥐는 인도를 빗댄 말입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간디는 쥐가 고양이를 이기는 방법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쥐가 쥐약을 먹고 고양이 앞에서 춤추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을 것이지만 고양이도 쥐약 먹은 쥐를 먹기 때문에 죽는다는 것입니다.
쥐약은 희생입니다. 그는 수억의 인도 사람이 침 한 방울씩만 헌신하면 30만 영국 사람을 떠내려가게 하기에 충분한 강물이 될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기적이고 안일한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정명동산의 비전도 희생 없이, 헌신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사는 물론 모든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모으고 헌신적이고 열성적인 교사와 낙타무릎의 기도가 있을 때만이 비전도 이루고 생명력 있는 교육공동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