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나뭇가지 마디 마디에 움트며 봉오리 터지고 새싹이 돋아나려고 하던 그때, 그녀의 꽃봉오리도 물이 올라 금방 터질 듯 풍만하였습니다. 꽃이 피고지고 새싹의 이파리들 어느덧 숲을 이루는 오월에 그 파릇파릇하던 생동감은 어느덧 완숙한 짙푸르름으로 변해갔습니다. 한때 불같이 달아올랐던 그녀의 열정도 이제는 완숙함을 보이며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계절의 여왕 오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때 그녀의 마지막 열정을 달래주려고 관악산으로 가야만 했답니다.
터질듯한 풍만함에 향기가득 넘치는때
끓는열정 식혀주려 가야할까 아니갈까
오월봄날 끝자락에 푸르름이 깊어갈때
관악산의 둘레길은 내사랑을 품었다네
삼사십명 선남선녀 때아니게 웬일일까
오월봄에 이른더위 잠시나마 잊으려고
고철대장 둘레길에 한꺼번에 몰렸으나
계곡길의 도림천은 물한방울 아니있네
큰나무의 이파리는 하늘빛을 가리었고
작은가지 이파리는 양쪽길섶 가리었고
바닥에는 낙엽들이 두툼하게 깔렸으니
둘레길이 오지인냥 방향감각 깜빡했네
고목나무 자빠지고 쓰러져서 썩어가니
낙엽속에 스며들어 양분많은 흙이되고
그위에서 새생명이 파릇파릇 새로나니
짝을찾는 작은새는 사랑노래 불렀다네
고철 리딩 대장님은 인사와 산행 안내 말씀이 끝나자마자 햇빛이 보이지 않는 숲길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만약에 앞서 가는 산우님의 꼬리를 놓치면 산속의 미아 되기가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산객들은 지도에 있는 큰길로만 다니지 세세한 숲길은 모르기 때문이다.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날, 시원한 그늘 둘레길 산행을 많은 산우님들과 함께 아주 즐겁게 마무리했단다.
리딩하신 대장님과 함께하신 산우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푸른 오월
노천명(1912~1957)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우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우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잎나물 적갈나물 참나물을 찿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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