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14박 15일)
8월 8일(목) TCR(중국-몽골 시베리아횡단열차)
울란바타르 출발 (07:50) - K24열차(울란바토르→북경간 열차)
역에 도착해 보니 손님을 맞는 차장이 뜻밖에 중국인이 아니고 몽골인들이다. 울란바타르-북경간 몽골 열차인 것이다. 2호차는 맨 앞쪽이다. 각 칸마다 단정하게 유니폼을 입은 차장이 차표를 검사하는데 여권을 보지 않는 것이 러시아와 다르다. 차에 올라보니 1, 2호석 첫방, 깨끗하게 정리한 호텔 트윈 방처럼 아늑하다. 고객은 대부분 유럽인들이고 두 사람이 함께 온 사람들이 많다.
울란바타를를 떠난 기차는 고원을 따라 달린다. 2000m가 넘은 고원을 행해 달리기 때문에 속도가 늦다. 철도 양쪽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門烏德(19:27/20:55) - 二連(21:40/00:42)
예정보다 좀 늦게 7시 50분 자민우드역 도착. 여권검사를 한 관리가 내 얼굴에 수염이 많이 나서인지 여권사진과 나를 여러 번 대조해 본다. 9시 47분, 예정보다 50분 이상 연발, 10시 40분 중국측 도착. 중국 시간으로는 9시 40분이다. 10시 정각 여권검사. hello, passport please. sorry stant up please. 깎듯이 please를 붙인다. 러시아, 몽골에서는 볼 수 없는 선진국 말투이다. 간단하지만 바로 이것이 러시아와 중국의 차이이다. 이곳에서 러시아의 넓은 철로와 중국의 좁은 철로에 맞는 바퀴를 바꾸느라 4시간 이상이 걸렸다. 참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 횡단열차 14박
52. 8월 9일(금) 북경 도착
12시 43분 출발. 잠들었다 깨니 5시 20분. 아직도 스텝지역이지만 엊저녁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다. 짙은 초록색 풀에 때때로 옥수수 밭이 보이고 밀밭도 보인다. 마을에는 조림한 버드나무들이 울창하다. 둘만 타는 일등석 덕분에 동생과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형제간이지만 서로 터놓고 이야기 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참 좋은 기회였다.
-大同(07:14'/07:22) - 張家口南(09:45/09:55) - 北京 도착(14:31)
2시 35분 드디어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종착역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13년 친구인 웨이산이 커다란 등치를 이끌고 나타나 역에 꽉 찰 정도로 두 팔을 벌려 반긴다. 우선 수염으로 가득 찬 내 얼굴을 보고 놀래며 하는 한마디 "산적".
우선 내일 저녁 북경을 떠나는 만주리를 통해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 표를 샀다. 웨이산 집에 짐을 풀고 옛날 사신들이 반드시 들렸다는 유리창에 들려 옛성과 바위그림에 대한 책을 샀다. 한국식당에서 밥 먹고 나니 이미 9시다. 사우나에 가서 50일간 이상 길렀던 수염을 깎았다. 수염이 제법 길어 이발사가 이발기계로 한참동안 밀어냈다. 정말 시원섭섭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수염을 깎지 않고 길렀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때문이다. 첫째 정말 면도할 시간이 없다. 둘째 수염이 긴 곳은 빛에 타지 않고, 상처도 안나 보호막이 된다. 왼쪽 장딴지에 가끔 쥐가 나 발맛사지를 하려고 했는데 웨이산이 "두 사람 눈이 모두 토끼 눈처럼 빨갛다. 빨리 가서 쉬어야 한다"고 재촉해 집에 돌아오니 11시. 방이 여유가 있어 한 방에 한 사람, 자리가 깔린 딱딱한 침대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낸다. ♨ 민박(에스페란티스토 웨이샨) 19박
53. 8월 10일(토) 북경 - 심양
어제 웨이산이 "1주일 전에는 36℃에서 40℃까지 올라갔는데 제수가 좋다"고 했는데 오늘도 날씨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천안문광장에 나갔다. 모택동을 보기 위해 늘어선 줄은 16년 전(1986년) 처음 줄을 섰던 때나 똑 같다. 무엇이 모택동을 그토록 영웅으로 만들었을까? 정권이 바뀌어도 모든 것을 다 껴안은 그릇이 부럽다.
화폐박물관은 열지 않아 보지 못하고 역사박물관을 관람하였다. 북경의 역사박물관은 상설진열이 없고 특별전만 한다. 이번에는 1) 요나라 유물전, 2) 당나라 유물전, 3) 소장유물 특별전이다. 플레시만 쓰지 않으면 현물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어 좋았다. 흑룡강성 상경서에서는 찍을 수 없었던 발해의 귀면 지붕장식도 찍을 수 있었다. 책을 사는데 가지고 있는 카드 두 개가 모두 안 된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몇 년만에 동생과 함께 만리장성을 올랐다. 이번에는 새로 개장한 만리장성에 관한 박물관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상당히 많은 자료를 모아놓았다. 7시 저녁식사하고 웨이산 집에 돌아와 쉬었다. 밤기차 탈 사람이 갖는 긴장감이 전혀 없다. 믿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북경(22:50) -
대합실에 나오니 바로 모스크바행 시베리아횡단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국제선은 1번홈인 것이다. 'Bostok'아주 낯익은 기차다. 국제열차는 모두 러시아칸, 그리고 식당차와 만주리까지 가는 칸이 더 추가되어 있다. 나는 다시 세 번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출발한다.
♨ 열차(TCR) 15박
54. 8월 11일(일) 심양 - 환인
- 심양(08:47)
8시 40분 정각에 심양역 도착.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고구려 땅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가 시베리아횡단열차라고 하면 누구나 러시아 땅 시베리아만 생각했지 그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옛날 고구려와 발해 땅을 지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굳이 북경에서 심양까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온 것은 시베리아로 이어지는 길이 옛 고구려 땅도 지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심양을 지나는 하얼빈도 이미 다 가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3의 시베리아철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한 가지 목적이다.
송박사가 묵고 있는 호텔에 가서 세수를 하고 바로 공항으로 나갔다. 오늘 고구려 옛땅를 답사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50명이 그리고 대련에서 리쿠르트의 비즈니스 과정을 밟고있는 10명과 함께 60명이 심양을 출발한다.
4시, 고구려의 첫 수도인 홀본성에 도착하였다. 지금의 요령성 환인현이다. 고구려의 초기 무덤떼인 상고성자(上古城子)를 들렸다가 고구려 때 비류수였던 혼강을 유람하였다. 교수, 교사, 학생, 가족, 직장인 같은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 고구려의 옛 땅을 찾아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뜻깊은 답사인 것이다.
♨ 호텔(귀빈루) 17박
55. 8월 12일(월) 환인 - 집안
오전 해발 820m 벼랑 위에 있는 고구려 홀본성을 답사하였다. 언제 보아도 신기하다. 동벽 성벽은 관광객을 위해 모두 다시 쌓아 원형을 많이 변하게 해 놓았다. 낮밥을 먹고 고구려 둘째번 수도인 국내성으로 달렸다. 도중에 채석장터와 관마장산성을 모았다.
저녁 6시가 넘어 압록강 가에 있는 천지빈관에 도착하였다.
♨ 호텔(천지) 18박
56. 8월 13일(화) 집안
424년간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은 지금의 길림성 집안시이다. 우리가 역사교과서에서 배워 잘 알고 있는 광개토태왕비를 비롯하여 장수왕릉, 태왕릉, 벽화무덤 같은 유명한 유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통화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탔다.
♨ 열차 16박
57. 8월 14일(수) 이도백하 - 백두산
10번 이상 오른 백두산이지만 언제나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 호텔(온천별장) 19박
58. 8월 15일(목) 백두산 - 용정 - 도문
백두산에서 연길로 가는 동안 발해의 서고성을 들르고 독립운동가의 산실이었고 윤동주 시인이 나온 용정중학교를 들렸다. 도문에서는 두만강에서 보트를 타므로 해서 압록강과 두만강을 모두 섭렵하게 되었다. 저녁에 심양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 열차 17박
8월 16일(금) 심양 도착 - 고구려 백암성
압록강 북쪽에 있는 고구려 성 가운데 가장 웅장하게 남아있는 백암성을 답사.
♨ 호텔(쉐라톤) 20박
60. 8월 17일(토)
청나라는 만주의 백두산족이 중국 전체를 차지한 것이다. 고구려의 첫 수도였던 환인과 아주 가까이 있는 신빈에서 일어난 누루하치는 후금을 세웠고 바로 심양 고궁에서 황제로 올라 청이라는 국호를 부친다. 紫氣東來(황제의 기운은 동쪽에서 온다)라고 쓰인 고궁의 현판이 갖는 뜻을 잘 음미해야 한다.
드디어 60일간에 걸친 시베리아횡단열차의 모든 일정을 마친다. 참 뜻 있는 여름방학을 보냈다. 이제는 보고 듣고 모은 자료를 어떻게 섭렵하여 글로 옮기느냐 하는 큰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