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도예가야하는 날임에도 이번 주는 금요일로 바꾸었습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금요일마다 야외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잡다보니 도예로 인한 늦은 등원이 금요일 일정에 맞지않곤 해서 목요일로 바꾸었더니, 이번 주 야외행사는 목요일이랍니다. 머피의 법칙이 아직도 일상 곳곳에서 꿈틀됩니다.
오늘 목요일 행사는 멀리가야해서 등원부터 좀더 일찍 집에서 데리고가야 한다니, 아침시간이 좀 분주했습니다. 너무나 소중히 여기는 아침식사와 보충제와 약먹기, 그리고 샤워! 이 세 가지 행사는 태균이만의 철저한 하루일상들이라 아침식사만 차려지면 보충제 잔뜩담긴 통을 아예 대기상태로 밥상 옆에 놔둡니다. 보물도 그렇게 소중히 애용하는 보물이 없을 듯 합니다.
보물상자를 옷장 위에 잘 놔두는 것도 각잡아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합니다. 때로 제가 휙하고 대충 던져놓으면 다시 각잡아서 제대로 놓습니다. 샤워 후 면도기 걸쳐두는 각도도 항상 제자리에 일정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삐뚤어지면 바로 교정! 전두엽 기능이 약할 때는 강박이야말로 일상사를 무리없이 처리하는 처세방법이 되니 태균이가 딱 그 단계입니다.
한 가지 집중보다는 동시에 대여섯 개 할 일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산만함을 태균이가 잘 보완해주곤 합니다. 요리 후 널려진 식재료나 남겨진 것들에 대한 단속대왕이기도 해서, 내가 하지도 않았는데 얌전히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는 식자재들을 볼 때 감탄이 나오곤 합니다. 딱 시간맞춰 식사에 필요한 식자재들을 죄다 꺼내 요리하라고 재촉해대는 것도 그 반대의 부작용!
요즘 태균이를 보면 '깨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들이 부쩍 늘고있습니다. 깨어나고 있음!의 핵심은 역시 생각하기! 전후 상황을 헤아릴 줄 알고, 어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미리 해야하는 것들과 절차에 대한 행동준비 등, 이 단계까지 오는데 30년 넘게 걸린 셈입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곤 하는 아래의 그래프는 사실이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기도 합니다. 일반사람들의 거울뉴런신경망의 발달은 20세 전후로 하락하게 되지만 자폐증의 경우 물꼬만 터주면 평생성장이 가능하다는 이 지표는 30대 중반을 깃점으로 오히려 큰 역전이 있게 되는데요, 정신성장의 원동력을 '거울행위' 즉 타인을 모방하는 행위로 놓고 내린 결과입니다.
시각처리기능, 즉 안구가동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데요, 거울행위의 핵심은 역시 눈입니다. 말은 전혀 못해도 눈기능에서 좋은 회복이 있다면 이 그래프의 모델이 될 수 있지만, 눈문제가 크다면 이 그래프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눈기능의 핵심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이 내 앞에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와중에 내가 해야할 대상을 선택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보고 높이볼 수 있는 시각처리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야망의 크기는 그래서 눈이 결정해 줍니다. 조나단 리빙스턴의 '갈매기'라는 지루한 소설이 이걸 너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시각정보처리 기능이 약할수록 야망은 생기지 않으며, 물론 시각정보처리 기능이 좋아도 전두엽의 발달이 미치지 못하면 잔머리의 대왕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잔머리의 대왕격인 사람들은 모든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끝없이 머리를 굴리는 군입니다. 보통 삽화로 치면 '잔머리=눈알굴리기'의 뇌과학적 근거이 바로 이게 아닐까요?
아주 유치한 수준이지만 생각의 논리를 조금씩 담아내는 행동들이 늘어나니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꽤 있습니다. 언어구사 기능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요즘 네잎, 다섯잎, 여섯잎 클로버들이 혹시 좋은 징조로 와 줄 수 있다면 최상이겠죠. 수 없이 쏟아지며 제게 오는 행운이라 일컫는 것들도 역시 삶의 노력의 일환일 뿐, 일이 되어가는 과정의 원리를 읽고 따르는 것은 아주 중요한 듯 합니다.
눈이 많이 밝은 저는 그래서 때로 과잉야망이나 할일을 사서 만드는 고질병에 시달리곤 합니다. 오전에 등원시켜야 하는 일이 생략되니 내일부터 한달살이 오는 사람들을 위해 집주변 잡초들을 열심히 정리해봅니다. 한달동안 사용할 가스량도 점검하고 찢어진 방충망 교체작업도 하고, 제법 오전은 집 안에서 바쁜 척하지만 어딘가 집 밖에 나갔다오지 않으면 왠지 숨통이 막히는 이 느낌!
택배를 빌미로 한바탕 밖을 돌다왔지만 이런 사소한 바깥활동이라도 없다면 어찌사나 싶습니다. 지난 날 오랜 직장생활의 습관에서 벗어나기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열심히 야외활동 다녀온 태균이, 오자마자 세바퀴를 표시하며 훌쩍 산책가버리고, 준이도 빨리 따라가라 했더니 다행히 잘 나섭니다. 곧 습관처럼 매일하지 않을까 기대 중. 오늘도 수산한못에서는 웨딩사진 촬영중!
세바퀴돌고는 태균이 준이버려두고 저갈길로 가버리는데 또 이를 인지못한 준이 혼자서 정자에 앉아있다가 저를 보자 막 뛰어갑니다. 집에도 혼자가라 했더니 뛰어서 가는 폼이 지시받기를 애타게 기다린 양, 딱 그 폼새입니다.
보름인가? 이글거리는 대보름달이 제주하늘을 붉게 비춰줍니다. 환하디못해 붉게 빛나는 거대한 광경을 휴대폰카메라로 잡아내기 한계가 있지만 멋진 보름달이었습니다.
첫댓글 휴폰으로 보름달을 침 잘 잡아내시네요.
거울뉴런의 발달 곡선이 희망적입니다.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