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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송학동 성당
 
 
 
카페 게시글
오늘의강론 스크랩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미카엘라 추천 0 조회 10 15.09.18 10: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연중 제24주간 금요일>(2015. 9. 18. 금)(루카 8,1-3)

 

<여자들이 예수님의 활동을 돕다.>

 

복음서 저자가 예수님의 활동을 도와드린 여자들의 이름을 기록해 놓은 것은
그 여자들도 '제자들'이었음을 증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공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후원하는 일을 했던 것 같은데,
그들도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날까지
예수님과 동행한"(사도 1,21-22) 사도들과 동등한 자격이 있는
'부활의 증인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학적으로' 생각하면, 예수님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하느님과 같은 권능을 가지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는 분입니다.
여자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자들의 도움을 받아들이신 것은
바로 그 여자들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인간적으로는) 여자들이 예수님을 도와드린 일이지만,
사실 그 일은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구원의 은총을 베풀어 주신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예가 '자캐오'의 경우입니다.
예수님과 자캐오가 만나는 장면을 보면,
예수님께서 먼저 그의 집에 머무르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루카 19,5),
그것은 그를 구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루카 19,9-10)."
자캐오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셔서 접대한 일은
사실은 자기 자신의 구원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전을 지을 때 하느님을 위해서 하느님의 집을 짓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 성전은 사람들을 위한 집입니다.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은 다음에 하느님께 바친 기도가
그것을 잘 나타냅니다(1열왕 8,27-30).
예수님께서도 성전을 정화하실 때,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르 11,17).
성전은 모든 사람을 위한 집이라는 것입니다.

 

(성전을 '하느님의 집'이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성전은 '사람들을 위해서 지은 하느님의 집'입니다.)

 

성전 건축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예수님)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전부 다
사실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들입니다.
그러니 생색낼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파견하셨던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서
자기들이 한 일을 예수님께 말씀드렸을 때(루카 10,17),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20)."
이 말씀은, 제자들이 한 일들도 중요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것은 그들 자신들의 구원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내용을 "겸손하게 섬겨라." 라는 가르침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9-10)."

 

이 말씀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주님은 그것을 고마워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뜻이 아니라,
'겸손'을 강조하기 위한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결코 '쓸모없는' 종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들이고,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중요한 일꾼들입니다.
그러나 자기의 신앙생활을 내세우거나 자랑하거나 생색내면 안 됩니다.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기 때문이고,
그리고 그것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크고 어렵고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여자들이 한 일의 의미와 가치를 깎아내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하는 일들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여자들이 예수님을 도와드린 일은 분명히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었던'(루카 9,58) 예수님께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여자들에게 크게 고마워하셨을 것입니다.

 

(당신이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되어서 고마워하신 점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여자들이 구원을 향해서 가는 것을 기뻐하시고 고마워하셨을 것입니다.
부모들이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자녀들에게 고마워하면서
기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된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의 일은 사도들과 교회를 통해서
오늘날의 우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수님과 교회를 위해서 하는 일은
일차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이고, 넓게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일입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도와드린 여자들의 반대쪽에는
사사건건 예수님의 일을 비방하고 방해한 자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꾸짖기도 하셨고, 비판하기도 하셨고,
안타까워하시기도 했습니다(루카 19,41-44).
당신의 일이 방해를 받아서 안타까워하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멸망을 향해서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충실한 신앙인들을 보면서 기뻐하시는 것도 '사랑'이고,
믿지 않고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시는 것도 '사랑'입니다.)

 

지금 '나의' 신앙생활을 보시면서 예수님께서 고마워하실까?
아니면 안타까워하실까?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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