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름, 생명의 불꽃을 사름
다석 유영모
우리말 ‘ #사람’이라는 말은 ‘ #삶’에서부터 나왔다. ‘삶’은 ‘ #살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살다’는 ‘ #사르다’에서부터 나왔다. ‘사르다’, ‘살다’, ‘삶’, ‘사람’으로 이어진다. ‘사르다’는 일종의 기운을 사르다, 그리하여 열을 내다, 에너지를 사르다, 열을 돌려서 힘을 만든다 등을 뜻한다. #열돌이 와 #힘돌이 가 사르는 것이다. 인간만이 사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사르는 삶을 이어간다. ‘살다’라는 낱말에 간직되어 있는 우리 민족의 상상력과 기억을 파헤쳐 본다면 그 밑바탕에는 연소작용, 즉 불을 사르는 현상이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살다’라는 말은 원초적으로 보아 불이 타고 에너지가 정지상태에서 운동상태로 옮아간다는 뜻에서 비롯하였다고 할 수 있다.[참조 정호완, 『 #우리말의_상상력. 우리말 어휘의 기원을 통해 본 겨레의 정서와 의식구조』, 정신세계사, 1991, 227.] 에너지는 태양에서 비롯되기에 태양은 예로부터 불의 상징이었고 삶의 바탕인 대지를 생성시키는 ‘화생토(火生土)’의 본거지이며 모든 생명체를 유지시키는 에너지 공급원이다.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정지상태에서 운동상태로 가는 것이 넓은 의미의 ‘사르다’, ‘살다’를 뜻한다면 땅 위, 하늘 아래에 변화하여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사름(삶)을 명 받은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산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불을 일으키는 것’이다. 생명을 사르기 위해서는 #바람 이 필요하다. 이 바람을 #다석 은 #얼김 또는 #숨김[숨님]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보통 호흡을 통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호흡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다. 잘 살펴보면 숨김이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 #들숨날숨’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생명의 숨김이 낱생명 안으로 들고나지 않는다면 모든 생명체는 숨이 막혀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숨쉬면서[호흡(呼吸)하면서] 산화(酸化)작용을 하며 생명의 불꽃을 일으킨다. 이러한 얼김과 숨김이 일으키는 사름 속에서 숨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말[ #말숨]도 통하고 생각[ #뜻숨]도 통하고 신[ #얼숨]도 통한다. 다석은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