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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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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참학 자유게시판 스크랩 당신의 열쇠
최기종 추천 0 조회 11 11.06.27 10:3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당신의 열쇠

 

아마 성탄절이 지난 어느 날이었지요. 당신은 노란 광주리에 홍시를 담아 왔지요. 당신의 집 감나무에서 땄다던 익을 대로 익은 대봉이었지요. 그런데 그 광주리 속에는 당신의 열쇠도 함께 들어 있었지요. 그냥 실수로 흘렸는지 아니면 저에게 맡겼는지 모르지만 이젠 드리지 못할 열쇠가 되어 버렸지요. 당신이 오시면 꼭 드리려고 서랍 속에 넣어두고 기다렸는데 당신은 그 뒤로 주일 미사를 접견하지 못하였지요. 기도에 빠진 당신의 손 위에 이 열쇠를 되돌려 드리려고 했지요. 그런데 당신은 병이 깊어져서 그 날 이후로 이 곳에 올 수 없었지요. 우둔하게 열쇠만 붙잡고 있었으니 이를 어찌 하오리오. 드리지 못한 이 열쇠를 어찌 하오리오. 실수로 흘리고 갔다면 바로 돌려 드렸어야 했지요. 그냥 맡기고 갔어도 시일을 물어서 이미 보냈어야 했지요. 그런데 당신의 열쇠가 연미사 제물인 줄이야. 그렇지요. 열쇠는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두고 가는 것이었지요. 길을 나설 때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열쇠를 맡껴야 하는 것이었지요. 하나님 나라로 가시면서 당신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뿌린대로 거두게 해 달라고 하겠지요. 사랑을 심으면 사랑을 거두고 축복을 심으면 축복을 거두고 당신께서 이 열쇠를 심었으니 향기로운 하늘문이 곧 열리게 되겠지요. 당신의 열쇠가 이 성찬의 기호일 줄이야.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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