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애니메이션 백과 -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인기멤버
hanjy9713
2023.09.10. 16:28조회 17
댓글 0URL 복사
세계 애니메이션 백과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요약 캐나다 애니메이션은 NFBC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형 산업 모델의 모범 사례이다. NFBC는 작가주의에 초점을 맞춘 실험적·독창적 작품을 제작해 문화적 정체성 확립과 사회 통합에 기여해왔다. 그 외에도 독립적 제작 기관의 활약과 선도적인 CG 기술력이 애니메이션 산업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원본보기
■ 캐나다 애니메이션의 산실, NFBC
캐나다 애니메이션은 NFBC(National Film Board of Canada: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NFBC는 영상 작품의 제작, 배급, 수집, 보관뿐 아니라 박물관 운영, 영화제 개최, 교육정책 설립, 인력 양성을 관장한다. 캐나다는 역사가 짧은 데다가 문화 산업의 강대국인 미국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 미국의 문화적·경제적 시장 지배 구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한 전략적 일환으로 1939년 캐나다 의회 입법에 의해 NFBC가 설립되었고, 다큐멘터리 분야의 선구자인 존 그리어슨(John Grierson)이 초창기 NFBC의 수장을 맡았다. 그리어슨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하는 극영화의 대척점에 서서 다큐멘터리의 제작과 지원에 초점을 맞췄으며,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조치로 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1941년, 노먼 맥라렌(Norman McLaren)이 그리어슨의 초청을 받고 NFBC에 합류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창설했다. NFBC는 미국 셀 애니메이션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초기에는 다양한 기법의 실험적 작품 제작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작품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자 곧 셀 애니메이션 제작도 함께 이루어지게 되었다. NFBC가 작가주의에 기반을 둔 독특하고 개성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초기의 실험적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
<따분한 걱정은 꺼지라지>의 오프닝 크레디트
캐나다의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어 NFBC의 다문화주의를 반영한다.
NFBC는 재능 있는 외국 감독들을 영입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다양한 제작 방법론을 받아들였다. 이는 캐나다 사회의 구성원인 이주민·원주민의 문화 다양성을 반영하는 한편, 창작의 결과물을 캐나다 국적으로 통합해 다문화주의 정립에도 기여했다.
사이좋던 이웃의 분쟁을 다룬 <이웃>은 매클래런이 한국전쟁에서 일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NFBC의 산파 역할을 한 노먼 매클래런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혁신적인 기법들을 선보였다. <따분한 걱정은 꺼지라지(Begone Dull Care)>(1949)에서는 필름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색과 형태의 발랄한 향연을 선보였고, <일치(Synchromy)>(1971)에서는 사운드트랙에 다양한 색깔을 입혀 청각을 시각화하기도 했다.
실사 이미지를 픽실레이션 기법으로 연출한 <이웃(Neighbours)>(1952)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이웃>은 사이좋던 이웃이 경계선에 핀 꽃 한 송이를 차지하려고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공멸하는 과정을 그려 전쟁의 광기와 맹목성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구슬 게임>의 끝 장면
구슬의 배열과 움직임이 결국 부처님의 실뜨기에 수렴된다는 암시를 통해 연기론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슈 파텔(Ishu Patel)은 인도와 스위스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후 1972년에 NFBC에 합류했다. 파텔은 화려한 색감과 신비감을 강조한 영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인류 문명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구슬 게임(The Bead Game)>(1977)에는 구슬의 배열과 움직임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기론적 세계관이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사후(After Life)>(1978)는 유리판 위에 점토를 펴고 판 밑에서 조명을 비추는 독특한 제작 방식을 동원해 죽음 이후 영혼의 여정을 윤회의 관점에서 그려냈다. 한편, <퍼스펙트럼(Perspectrum)>은 일본 악기인 고토 연주에 맞춰 기하학적 형태의 움직임을 다중 합성 기법으로 구현했다.
캐롤라인 리프(Caroline Leaf)는 모래 또는 잉크를 이용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흑백 이미지에 신랄한 유머를 담아내 주목받았다. <거위와 결혼한 부엉이(The Owl Who Married the Goose)>(1974)는 흔히 에스키모라 불리는 이누이트의 전설을 바탕으로 했으며 이누이트 예술가인 나노각(Nanogak)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이누이트어로 대사가 나오지만 대사를 몰라도 스토리 이해에는 전혀 지장이 없도록 연출되었다. 그 밖에 할머니의 임종을 맞이하는 가족의 태도를 담은 <거리(The Street)>(1974), 카프카의 동명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Metamorphosis of Mr. Samsa)>(1977)이 리프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추-추>의 한 장면
장난감 블록을 이용해 만든 작품으로 독특한 움직임과 리듬감을 보여준다.
코 회드만(Co Hoedeman)은 네덜란드에서 애니메이션 제작과 특수효과 분야에서 일하다가 캐나다로 건너와 NFBC에 합류한 작가이다. 회드만은 체코 출신의 브레티슬라브 포야르(Bretislav Pojar)에게 영향을 받아 인형 애니메이션, 절지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세계를 넓혔으며 <추-추(Tchou-tchou)>(1972), <모래성(The Sand Castle)>(1977)등의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 독립 제작사의 활약과 CG 기술력의 발달
<나무를 심은 사람>의 포스터
장 지오노(Jean Giono)의 동명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숲을 일구어 낸 양치기 노인의 이야기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레인보우 애니메이션(Rainbow Animation), 넬바나 애니메이션(Nelvana Animation), 앳킨슨 필름아트(Atkinson Film-Arts) 등의 독립 제작사들이 설립되어 아동용 저예산 시리즈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캐나다의 CBC 방송사가 제작하고 프레데릭 백(Frederic Back)이 감독한 <크락(Crac)>(1981), <나무를 심은 사람(The Man Who planted Trees)>(1987)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백은 광택을 없앤 셀지에 그린 파스텔 톤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에 대한 경외심,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1980년대에 잠시 주춤했던 애니메이션 산업은 1990년대에 들어 중흥기를 맞았다. 1994년 얼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Alliance Communication), 메인프레임 엔터테인먼트(Mainframe Entertainment), BLT사의 합작으로 최초의 CG 애니메이션인 <리부트(Reboot)>가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선보였다. 1990년대 중반에 설립된 에일리어스/웨이브프런트(Alias/Wavefront Technologies), 툰붐(Toon Boom)과 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CG 애니메이션과 특수 효과의 기술적 발전을 이끌며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97년 캐나다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용 채널인 텔레툰(Teletoon)이 방송을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애니메이션의 향유층을 아동에 한정하지 않고 성인까지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성공 사례로 텔레툰에서 방영된 시트콤 애니메이션 <됐어, 잊어(Fugget About It)>(2012~현재)가 거론된다.
코브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작 <덴마크 시인(The Danish Poet)>(2006)의 포스터
삶의 우연과 필연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NFBC는 1990년대 이후에도 앨리슨 스노든(Alison Snowden), 웬디 틸비(Wendy Tilby), 아만다 포비스(Amanda Forbis), 토릴 코브(Torill Kove)를 배출하며 애니메이션 매체에 대한 탐구와 실험의 전통을 이어갔다.
NFBC 외에 토론토 애니메이션 협회(Toronto Animated Image Society), 퀵드로 애니메이션 협회(Quickdraw Animation Society)와 같은 독립기관에서도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1976년 시작된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ASIFA(Association Internationale Du Film d’Animation: 국제 애니메이션 협회)의 후원하에 매년 개최되며, 애니메이션의 발굴 및 지원과 애니메이션 산업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박기복. 2015. 「한국 단편애니메이션 활성화를 위한 벤치마킹: 캐나다 NFB 단편애니메이션 정책 보고논문」, ≪일러스트레이션 포럼≫, 42권, 121~130쪽.
한창완. 1998. 『애니메이션 영상미학』. 한울.
황선길. 1998. 『애니메이션 영화사』. 범우사.
https://www.nfb.ca
http://www.mclaren2014.com
https://en.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