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클림트전에 가서는 많이 피곤한데다가 워낙 많은 인원을 (74명) 몰고 다니다 보니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못 본것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제 콤플렉스 모르시죠? 키가 작아서 뭐가 잘 보여야죠. 그래서 못 본 것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돌아보려했지만 저녁에 있던 행사때문에...
그래서 집에 와서 너무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시 가야해...
잠꾸러기인 제가 어제 두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지만 오늘 클림트전을 다시보고 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아, 다시보는 클림트, 앞으로 100년동안 못본다는데 여기서 많이 봐야죠? 클림트를 다시 정리하고 갔습니다. 이럴땐 서울 가까이 산다는게 복이지요. 복!
월요일이라고 3000원을 할인해주네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원래 미술관은 복잡한 주말에 오는 것이 아니라 월요일에 와야해요. 이렇게 사람이 없고 할인까지 해주니까요. 우리야 원래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은...
사람이 없으니 그게 작은 공간이 아니더라구요.
다시 또 다시 천천히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번엔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보았습니다. 정말 들을게 없더군요. 모두 도록에 나오는 말만 몇마디해주는 겁니다. 그래도 한 번 열심히 들어보고 이렇게 두시간을 혼자 돌며 짙은 감동에 젖어있자니 도슨트가 안내하는 2시가 되었습니다. 아아 ~ 도슨트는 어쩜 그렇게 오디오가이드와 똑같은 말을 하는걸까요? 중요한 그림앞에서 휘리릭 설명해 주고 끝내면 나중에 각자 다시 보는건가 봅니다. 정말로 정말로 우스운 말이지만 제 남편같은 도슨트는 없겠지요. 어쨌든 천천히 감상하며 깊은 감동에 젖어보았습니다.
이러고 있는데 한떼의 4,5학년 초등생들이 밀려들어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뭐라하는데 보니 손에는 두장씩의 프린트물이 들려있습니다. 아이들은 서울산다고, 그것도 좋은학교 다닌다고 저런 숙제를 받아온 것입니다.
프린트물의 문제들을 보고 쓰러질 뻔 했습니다.
클림트의 여자들은 대표적으로 ( ) ( )이다.
클림트는 ( )아트를 시도했다.
클림트의 유디트I은 적장 ( )의 머리를 들고 있다.
클림트의 대표작 세가지를 써라.
아담과 이브에서는 이브의 ( )을 표현한 것이다.
아담과 이브를 그려와라...
이런 문제들이었습니다. 미술도 음악도 전혀 모르고 크는 아이들...아이들은 괄호를 메꿀 정답을 찾아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토탈아트며 팜므파탈이며를 적어 넣고 있는 아이들...
어제 우리 아이는 서점에서 어느 책의 표지를 보며 "엄마, 이 그림 기억나? 헬렌 클림트네. 왜 이 그림이 표지그림이 되었을까?" 하던데...
저렇게 괄호메꾸기를 하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뭘하나... 제가 하고 있는 비스마트라는 교육회사를 더욱 열심히 하기로 다시금 맹세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커피와 머핀을 먹고 카쉬전을 보았습니다. 바로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하니 멀지도 않고요. 카쉬전은 7000원입니다. 카쉬전을 보기 위해 조금 공부를 하고 갔죠. 사진을 찍을 줄 알았더라면 감동이 훨씬 컸을걸 그랬습니다. 그러나 사진이고 그림이고 모두 인간의 정신을 보는 것이니 그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영혼을 정화시켜주죠. 시간있으면 꼭 클림트전과 카쉬전을 보러가세요. 클림트전도 한국전시를 끝으로 앞으로 100년동안 해외여행을 안한다고 하네요.
오늘 만나고 온 클림트와 카쉬로 인해 다시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C270E49D9D6BF14)
첫댓글 카시전의 표지인물은 오드리햅번이네요 크림트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고전적 명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