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스타트업을 향해 짝사랑을 하고 있을 때 기회가 생겼다. 이력서를 쓰려고 하는데 빈칸을 채우기 막막해졌다. “헤드헌터가 제일 싫어하는 게 대기업 부장 이력서라고 하는데, 제가 딱 그랬어요. 직위와 팀 말고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죠. 후배한테 보여줬더니 ‘이걸 이력서라고 쓴 거냐’며 욕을 하더라고요.”
어떤 팀에서 무슨 직함을 달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떻게 성과를 거뒀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주일이 넘게 자신의 사회생활을 돌아봤다. 에세이로 쓸 때도 있고, 키워드만 달아놓기도 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나니 생각이 잡혀갔다. “이제는 더 의미있고 재밌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자신의 생활을 정리하는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 기업에 오래 있으면, 어느 순간 자기가 없어지거든요. 새로운 사업을 해도 내 이야기가 없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사는 건 너무 재미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