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팔아주시는 마음들!
“목사님! 장사 잘 하시네요” 농산물을 팔지 못한다는 농가가 있다며 팔아 주길 원하는
부탁을 하시는 분 가운데 간혹 하시는 말씀입니다.
누군가 이러한 말씀을 하시면 저는 정색을 하며 한소리를 합니다.
“장사를 잘 하는 것이 아닌 장사를 당하는(?) 겁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농산물을 팔아주기를 지인분들과 인터넷을 통하여 요청하면, 팔아주시는 분들
가운데에는 대부분 농산물을 농산물로 보는 것이 아닌 농촌과 농촌교회를 돕는 마음으로
구매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교회 주보에는 농산물 판매 사역 결과를 게시합니다.
근래에 초가을에 캐야 할 감자를 일손 부족으로 캐지 못하고 방치해 두었다가
뒤 늦게 캐신 농가에서 계약이 취소되어 팔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오지랖 넓게 나섰습니다.
올해에만 해도 이미 몇 차례에 손을 벌렸던 이력이 있기에, 손가락이 간지러움을 느끼면서도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지인들과 인테넷에 올렸었습니다.
여느 해와 달리 올해에는 3월초부터 다른 사역보다 농산물 판매 사역으로 한 해를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분들께 사랑의 빚을 진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미안해 하지 마시고요. 농작물 종종 올려주세요.^^”
“감자 값 입금도 안했는데 감자를 받아서 놀랬습니다. 지금 남편 이름으로 입급합니다.
목사님 덕분으로 양구 감자 먹게 되어 감사합니다.”
감자를 주문해 주시며 시골 교회 목사를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보내 주는
따뜻한 격려의 말에 힘이 됩니다.
한 해 동안 농작물을 팔아 주길 요청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현대는 사랑 주기도
참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입니다.
단적인 예로 어느 분은 지난 여름 옥수수를 자비로 구입하셔서 지인분께 선물했다가
핀잔을 들었답니다.
“식구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많이 보내시면 어떻게 하라고”라며 야단(?) 아닌
야단을 맞았다며 박스도 소량으로 판매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장사라 부르기에는 민망한 농산물 장사를 본의 아니게 하면서 주문하시는
신자분들의 귀한 마음에 먹먹할 때가 많습니다.
몇몇 분들은 카톡이나 글을 접하고서 감자를 몇 박스씩 대납하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것도 자신의 주소지 인근이 아닌 다양한 주소를 알려 주시며 필요한 곳으로
흘러 보내시는 모습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칠천명의 남은자를 연상하게 됩니다.
이러한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조건이 없다는 것입니다.
보내는 농가와 저의 입장을 헤아려 주시며 보내주는 것으로 감사해 한다는 것이
감(感)으로 느낄 정도로 조건없는 섬김을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번거럽고 손도 많이가며, 신경쓸 일 많은 일이지만, 이런 분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람과 수확을 얻었다는 생각입니다.
한 사회나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보이지 않게 그늘진 곳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자 판매 사역을 하면서 한국교회의 저력은 드러난 목회자나 교회 중직자들 보다
이름없이 빛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자기 할 일을 해 나가시는
수많은 선한 "남은자" 분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니라”(열왕기상 19:18)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