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의 초당글밭] 02월 20일(토) 열의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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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글밭을 일구지 못했읍니다.
솔향인형극단 사무실을 옮기는데 도와 주느라 하루 종일 사무실을 비웠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난 밤에 마셨던 술 때문이었지요.
대작으로 도의 문으로 들어갔다 나온 셈입니다.
대개의 경우, 새벽에 일어나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글밭을 일구지요.
그런데 그 새벽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이 어제였읍니다.
그리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리를 비워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하루 내내 술에 대한 생각을 끝없이 했던 어제였지요.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제가 안고 있는 술문제가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물었읍니다.
즐겨 술을 마시는 편이라 술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러한 제 생각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에 이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 잘못은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 교만에서 온 듯이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비교적 천천히 마시기 때문에 이성을 잃지 않으면서 기분좋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열의 아홉은 그랬읍니다.
열의 하나는 그렇지 못했는데 그 하나가 바로 엊그제 밤입니다.
열의 아홉이라 좋을 듯도 하지만 문제는 열의 하나가 그 아홉을 망칩니다.
따라서 열의 하나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 드리고자 합니다.
그 문제에는 나이도 끼여 있지요.
그 나이에 열의 하나는 머지 않아 열의 둘, 셋, 넷으로 늘어날 테니까요.
그러니까 나이를 잊는 것도 어느 면에서는 교만에 빠지는 일로 받아 드리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를, 좋을까를 고민합니다.
이것은 대작을 하지 않고, 다시 도의 문으로 들어 선 셈이지요.
그리고 얼마쯤 후에 들어 선 도의 문을 다시 나서게 될테지요.
그러면 어제의 나에서 전혀 다른 오늘의 나를 보고자 합니다.
흐릿한 토요일 아침을 그야말로 흐릿하게 보내고 있네요.
알찬 시간으로 주말을 보람과 평화로 가득 채우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