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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산악회
 
 
 
카페 게시글
불문사랑방 스크랩 자랑하고 싶어서.....
그저물처럼 추천 0 조회 55 09.09.15 13:37 댓글 12
게시글 본문내용


살면서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누구는 자식자랑도 하고 보석자랑도 하고 집 자랑도 하고 남편자랑도 하고 뭐 자랑을 할

것이 많은데....나는 뭔 자랑할 것이 있었나?

그래도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은근히 자랑했던 것들은....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손주, 사위, 예의리집..부끄럽지만..음식 만드는 것-...내 속에 자랑하는 마음이 완

전히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래도 내놓고 자랑하기에는 모두 쑥스러운 것들 아

닌가?

사실, 내가 사랑하는 것들-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 은 모두 내 마음 속에 ‘자랑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자랑스럽다’와 ‘사랑스럽다’ 는 같은 말인 것 같다. 아니 사랑스

러운 것은 자랑스러워야 한다고 더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다.


근데 정말 자랑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본디 계획으로는 작품을 표구해서 멋지게 보이는 사진을 찍어 자랑하려했는데 표구점

주인 말이 잘 말려서 표구하려면 거의 보름이나 걸린다고 잊고 있으라하는데... 그때까

지 자랑도 못하고 있으려니 너무 안타까워서 살벌한 사진이라도 찍어 보여야겠다고 표

구점에 넘기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구겨지면 구겨진 대로 자연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

을 것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까지 곁들이면서........

 


얼마 전 한 선생님이(모두 알만한 사람이지만 생략)이 예의리에 놀러와서 나에게 선물

한 것이다.

내가 이것을 받아 들었을 때의 감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나라의 ‘지성’ 이라면 첫 손에 꼽히는 분- 나에게는 최고의 어른이다- 신영복 선생님

의 친필을 받아드는 그 마음을 말이다.

그것도 내가 정말 감명 받았던 그 말 한마디 ‘下方連帶’  그 선생님은 이 서화를 대하면

서 나를 떠올리고 얻어왔다고 했다. 건네 건네져서 내 가슴에 안긴 말씀 한마디가 아련

한 추억 까지 떠올리게 하니....펼쳐보고 또 펼쳐보고....그렇게 이틀을 보내다가 표구점

에 맡긴 것이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조직 안에서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조직활동에 대한 회의도 하다가

2000년도에는 봉화로 내신을 내서 살던 곳으로부터 훌쩍 떠나 버렸다.

석포에서 1년, 춘양에서 2년.. 혼자 사택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마음을 추스

르던 때...그때 2001년인가 2년인가? 울진지회에서 신영복선생님의 강연회를 한다고 시

간되면 오라는 연락이 왔다.

갔다 오기가 좀 어려운 여건이었는데  말씀을 듣고 싶어 무리해서 갔었다.

그때 내용이 ‘‘下方’’에 관한 것이었다. 조직 문제를 말씀하시면서 올바른 조직관에 대한

말씀까지...나름 생각이 많아 춘양에 돌아와서 일기장을 가득 메워 생각을 정리했던 기

억이 난다.


그 이후로 내 마음 속에 알게 모르게 나의 교사생활에 대한 방향과 내용에 대한 좌표가

생겼던 것 같고 그 결과는 지금 부족하지만 추구하고 있는 ‘행복한 작은 학교 만들기’인

것 같다.

노무현 정권 때 교육혁신위원회에서 국민세금을 쓰면서 작은 학교 관련 프로젝트를 만

들었건만 교육정책으로 받아들여지지도 못하고 진의는 왜곡된 채 산산조각난 이름들만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그런 씁쓸한 경험을 하였다. 그러나 그냥 씁쓸한 채로 두기에는 너

무 부끄러워서 내 스스로 해보아야겠다고 작정했던 ‘작은 학교’문제- 몇 년 학교사정에

맞게 그런대로 만들어가고 있고 또 나름대로 의미도 있지만 그래도 불같은 정열은 아니

라고 스스로도 느낀다. 정열이 부족하니 추진력도 없다. 주변 여건을 말하면서 스스로

 변명을 해 보아도 궁색하다. 목숨 걸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지 구차하고 구질스

런 개인적 욕망에 매달려 해이하던지 둘 중 하나일까?

한 때 얼마나 치열했던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회로 분회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

고 이런저런 연수들 받으러 다니고 책 읽고 독서토론을 하고 그렇게 속으로 무언가를 채

우면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고 ....이런 아득한 과거형 끝말을 사용해야 하니.....

자랑을 하다가 무슨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


자랑 끝에 부끄러운 부분을 들켜버린 것 같아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이켜보니 다

시 새로워진다. ‘처음처럼’은 아니더라도 처음 이 글을 말씀으로 대했을 때의 그 느낌,

그 생각들을 다시 한번 새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예의리 창고 안에 잠들어 있는 그때의 일기장을 찾아서 그날의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

래서 얼마 남지 않은 교사 생활에 좀더 활력을 찾고 싶다.

그리고 깨끗하게 옷을 입힌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벽에 걸어두고 인생의 동반자로 삼

을 것이다. 下方이 어디 교직생활 뿐이랴?  下方이 좁은 의도적 행위가 아니라 삶의 모

습이 되도록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랑이 사랑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나혼자만의 자족적인 모습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공동체를 향한 노력이 되

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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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9.15 14:07

    첫댓글 복사가 안되네염, 신영복 선생의 글을 자랑하는 친구가 있다고 자랑할라니까...

  • 09.09.15 14:31

    비싼가? '복사'는 '금지'로 되어 있으나, '스크랩'은 됩니다. 내 메일로 스크랩도 될 것입니다.

  • 작성자 09.09.15 14:34

    죄송 복사 풀어놨습니다.

  • 09.09.15 21:06

    대학원 다닐 때 MT에서 퀴즈 맞추면 신선생님 글씨를 상품으로 줬었는데 못 풀어서 못받았어요 ㅠㅠ 부럽당! 서각으로 하나 파도 되지요?

  • 작성자 09.09.15 23:26

    되고말고요......

  • 09.09.15 23:22

    나도 자랑할까요? 2002년 지회장 하면서 신영복 선생님 강연회 했는데, 지회장 몫으로 한장 써 주셨습니다. 한 장에 글씨는 많아도 나눌수 없어 혼자 지니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길'입니다.

  • 작성자 09.09.15 23:25

    ㅋㅋ 그랬구나. 모두 하나일 것이여.... 더불어 한길로 하방...우리가 그런거 아닐까요? 보고싶네요.

  • 09.09.16 11:53

    축하드려요 샘. 자랑 많이 하셔요. 저도 집 짓고 희호재 이름을 짓고 난 후에 현판을 만들기 위해 글을 받으려고 하니 주변에 아는 이가 없었는데 신영복 선생님 생각이 났지요. 생각만요....

  • 09.09.16 13:51

    선생님, 예의리 집의 이름이 있나요? 아님 이제 지으시면? 저도 퍼 갑니다........

  • 작성자 09.09.16 14:15

    예의리 집 이름은 與爾齋 올시다. 혼자 잘 살고 싶지 않아서리....ㅋㅋㅋ

  • 09.09.16 17:07

    선생님의 공동체 정신 존경스럽습니다^^...... 쫌 배워야하는데 늘 말 뿐이어서 죄송혀요....

  • 09.09.19 09:48

    자랑하실만 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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