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5월 가족세우기 세미나 후기
폭력적인 아버지를 남성에게 투사하면서 오랫동안 남성혐오가 있었다.
말년에 아버지는 씻지도 않으시고 집에 누워서 TV만 보셨다.
술과 담배 냄새로 찌든 아버지의 방문을 열면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내 기억속에 아버지로 대표되는 남자 노인은 '냄새가 나고 무능하며 성질이 괴팍하다'는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대학생 때 동네 할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남성혐오는 더 심해졌다.
그래서 길거리를 지나가다 추레한 행색의 남성을 보면 몸이 저절로 얼어버렸다.
이런 감각은 휠체어를 탄 장애 남성이나 다운 증후군 같은 장애인을 봐도 비슷하게 올라왔다.
몸이 움찔하면서 혐오감이 올라왔다.
그런 남자들이 앞에서 오는 게 보이면 옆으로 멀리 돌아서 갔다.
기억 정화 명상을 통해서 나아지긴 했지만 몸에 거부감이 남아 있었다.
내가 제외하는 사람들을 세워보았다.
가난하고 학력이 낮은 사람 또는 장애인을 대표하여 'X대역'을 세웠다.
X가 들어오자 내 대역은 몸이 얼어붙었고 잠시 후 뚫어져라 X를 쳐다보았다.
X는 나의 시선이 기분 나쁘다고 했다.
제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X의 기분이 좋을리 없다.
잠시 후 아버지 대역을 세우자 내 대역의 몸이 풀리면서 바로 섰다.
장이 흐르면서 아버지가 내 대역의 어깨를 잡고 X와 마주 세웠다.
내 대역과 X는 서로 눈을 맞추며 연결되었다.
취약계층에게 아버지를 투사하고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명화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장애인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 무거운 운명을 보세요.
그분들 상상하시면서 힘이
누구에게 있나 보세요.
존재 파워는 그분들이 더 세요.
삶의 자원은 빈약한데도
그 운명을 감당하고 살아내는
힘을 보세요.
환경이 안 좋은 분들이
살아내는 힘을 우리가 알면
그분들이 다르게 보이고
우리가 굉장히 겸손해집니다."
세션을 하며 취약계층을 제외하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내는 힘에 대한 존경심이 올라오면서 절하듯이 엎드리고 싶었다.
세션 후 며칠 뒤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걷는 할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와 길을 물어보셨다.
마음속에서 사랑과 호의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드렸다.
인식의 변화가 오니 몸에서 도피 반응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참 신기했다.
가족세우기를 하며 제외했던 사람들을 하나둘 가슴으로 품는다.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겸손해지고 작아진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세우기후 바로 연결되는 효과가 제게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