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雲의 普洱茶 紀行(03-16) - <茶馬古道를 따라서 – 쿤밍(昆明)-수허고진(束河古鎭)>
2016년 6월 9일-10일
어제 졘수이(建水)를 다녀와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었던 우리는 늦으막에 눈을 떴다. 우리가 직접 만든 올해 조춘(早春) 반펀차(班盆茶)를 마시면서, 풍성한 열대과일과 간단한 먹거리를 축내며, 게으르고 한가하게 쾌적한 쿤밍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뒹굴 거리다, 저녁에서야 리장(麗江)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많은 사람들과 섞여 번잡하게 움직이는 수박 겉핥기식의 관광이 아니라 다예촌(茶藝村)의 나촌장(羅村長)님과 나의 두 사람만을 위한, 럭셔리하고 최대한 여유 있는 시간을 갖기로 한 컨셉으로, 항공편 대신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쿤밍역(昆明站)으로 이동했다.
쿤밍역(昆明站)은 생각보다 시설이 좋고 비교적 깨끗했다. 대합실의 전광판에는 현재의 열차시간 만 표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2-3일 후의 열차편에 대한 예매 가능한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앞으로 3일 간 남아있는 침대석(軟臥/硬臥)과 좌석(軟座/硬座/无座)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흔히 중국 사람들의 성격을 만만디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미리 정해진 시간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우리 두 사람만의 안내를 위해 동행한 K군이 창구에서 발권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동안, 우리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전의 차산(茶山) 탐험 일정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호사였다. 그때는 매일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동할 교통편과 숙소 등 모든 일을 직접 챙기고 현지사정을 숙지하면서 매 순간 긴장된 시간을 보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여정은 호사 그 자체였다. 두 사람 만을 위한 전속 가이드가 항상 우리의 일을 일일이 챙기고 우리는 그저 여유롭게 즐기면 되는 일정이었다.
여느 역처럼 이곳 쿤밍역(昆明站)에서도 개인의 차량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호객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호객꾼들과 리장(麗江)까지의 차편을 짐짓 흥정해 보기도 했다. 젊은 부부가 이미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해 놓고 우리 두 사람에게 한참 공을 들였다. 결국 우리가 열차편을 예매했다는 말을 듣고 실망한 표정에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K군이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우리가 이용할 열차 출발시간이 임박한데 아직 발권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였지만, 나촌장(羅村長)님 이름의 첫 알파벳을 ‘G’로 표기했는데 여권을 확인해 보니 실제로는 ‘K’로 되어있어 정정하는데 힘들었다고 한다. 흔히 벌어지는 세대차이로 인한 오해였다. 우리나라 영어 알파벳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한글 ‘ㄱ’에 대한 영어 알파벳을, 나이든 세대는 ‘K’로, 젊은 세대는 ‘G’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승객에 대한 확인사항이 철저했다. 일반 공항에서 체크인 할 때보다 더 철저한 듯했다. 화물 검색도 마찬가지였다. 보안직원이 본인의 여권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일단 탑승은 했으나 세 사람의 좌석이 5호차 9호차 11호차로 분리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행은 한 차량에 모여 있기 마련인데, 발권이 늦은 바람에 나란히 앉지 못하고 분리 되었단다. 일단 헤어지기 전에 식당차에 모여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가벼운 스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유니폼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승무원들이었다. 이 시간이 야참 시간이란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인사를 건넸다.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친절하게 음식을 권하기도 했다.
저녁 9시 20분 경 출발한 열차는 9시간을 달린 후 내일 아침 리장역(麗江站)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각자의 객차로 이동한 후 서로의 좌석을 확인하고 자리로 와보니 3층 침대였다. 비좁은 침대에 몸을 누이고 잠깐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열차는 이미 리장역(麗江站)에 도착해 있었다. 다른 승객들은 모두 다 하차하고 나만 자리에서 계속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분위기가 이상해 일어나보니 열차는 텅 비었고 마지막 검색을 하며 지나가던 승무원이 깨워서야 일어났던 것이다. 나가보니 그 넓은 플랫폼에 나만 홀로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먼저 나간 두 사람이 휴대폰으로 수 없이 많은 문자를 보냈었지만 까맣게 모르고 잠들었던 모양이다.
먼저 나가 있던 두 사람이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정말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리장역(麗江站)을 떠나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약 20분 거리의 수허고진(束河古鎭)에 있었다. 리장(麗江)도 뛰어난 풍경을 자랑하지만 수허고진(束河古鎭)이 보다 조용하고 번잡하지 않아 숙소를 이곳에 정했다고 했다. 가는 도중 리장(麗江)과 수허고진(束河古鎭)에 대한 개략적인 안내를 받으면서 숙소인 <체리턴 리조트-且亭酒店>에 도착해 보니 문이 잠겨있었다.
난감하여 서성거리다 우연히 벽에 붙어있는 표시물을 발견했다. <晩歸電話>라! 외출했다 밤늦게 돌아온 투숙객을 위한 전화번호였다. 주인과 투숙객 양편에 편리한 방법이긴 한데. 이 고즈넉할 것 같은 고성에 밤늦은 시간의 외출이라니...
숙소의 첫 인상이 썩 괜찮았다. 고풍스런 멋과 모던한 양식을 잘 혼합해 아담하게 지은 숙소였다. 아침 일찍 도착했으니 정식 체크인 시간까지는 한 참 멀었지만 친절하게도 임시로 거처할 방의 안내를 받아 잠시 휴식 후 아침식사 겸 수허고진(束河古鎭)의 탐방에 나섰다.
아침식사는 우리의 안내를 책임질 허텐샤(和天下)의 김사장이 운영하는 한국관(韓國館)이라는 식당이었다. 수허고진(束河古鎭)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한국식당이라고 했다. 몇 년 전 jtbc에서 <파라다이스 생존기>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도 있다고 했다.
아침의 수허고진(束河古鎭)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古城의 분위기였다. 아직 좀 이른 시간이라 통행인은 별로 없었지만 직접 재배한 채소를 팔고 있는 노점상도 보였고,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꼬치구이 등을 팔고 있는 아낙네도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라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우리를 안내한 K군의 이야기로는 이 노점상이 보기와 달리 꽤 부자라고 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는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닌단다. 이곳에서 노점상을 하려면 현지인 증명이 있어야 만 가능해, 외지인은 길거리 영업이 불가능하단다.
숙소로 돌아와 정식 체크인하기 전 이곳 체리턴 리조트(且亭酒店)의 매니저를 소개받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하는 친절한 태도가 몸에 배어있었다. 이 체리턴 리조트(且亭酒店)는 광저우(廣州)에 있는 경삼설계유한공사(景森設計有限公司)라고 하는 굴지의 디자인 회사가 직접 설계하고 건축해,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이란다. 이 젊은 여성 매니저는 본사에서 파견한 실력파란다.
유명 디자인 회사가 지은 특별한 곳의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내어 돌아보았다. 아담하고 포근한 예쁜 숙소였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잠시나마 조용하고 고즈넉한 古城을 이리저리 거닐면서 게으름을 만끽하다 돌아와 쉴 수 있는 숙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도 숙소 건물 곳곳에 茶를 우려 마실 수 있도록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도 몇 군데 마련되어 있었다. 가지고 다니는 우리 茶를 우릴 수 있는 깔끔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매니저가 제공한 리장(麗江) 시내에 위치한 려수회(麗水滙)라는 식당에서 점심식사 후 수허고진(束河古鎭) 나들이에 나섰다. 식당의 상호가 麗水滙라! – 깨끗한 물이 회돌아 모이는 곳... 그러고 보니 이 지방은 깨끗한 물(麗水)과 관련된 곳이 많다. 바로 지척에 옥룡설산(玉龍雪山)이 있어 사시사철 빙하가 녹아내린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는 곳이라 당연할지도 모른다. 古城의 아침 산책길에 마주한 첫 인상도 도로를 따라 흐르는 깨끗한 물 때문에 청량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古城을 관통하는 맑은 물길을 따라 발걸음 가는대로 느긋하게 관조하듯 걷고 있는데, K군의 말이 귓가를 스쳤다. <이곳에 오는 나이든 외지인들은 일부러 멍때리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옵니다...> 그럼 그렇게 멍때리기 좋은 장소의 추천을 부탁하자, 허텐샤(和天下)와 관련된 또 다른 객잔(客棧)을 안내했다. 후이펑 리조트(回峰度假酒店)라는 곳이었다. 2층으로 된 몇 개의 동(棟)으로 이어진 객실들이 지역의 전통 장식으로 꾸며진 꽤 매력적인 숙박 시설이었다. 전통 공예품들과 조각된 목재가구로 독특한 현지 느낌을 살려 꾸민 넓은 객실은 아늑한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도 젊은이였다. K군은 이 매니저가 상당히 재력가라고 했다. 이 객잔(客棧)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사업도 운영하면서 많은 부를 이루었다고 한다. 젊은 사업가답게 창의적인 생각을 한 듯하다. 다른 객잔(客棧)에서는 볼 수 없는 야외 풀장도 갖추고 있어 더욱 신선한 감이 있었다. 이 지역의 특징인 맑은 물을 이용한 시설이 돋보였다.
옥룡설산(玉龍雪山)을 마주보는 넓은 창을 가진 객실도 있다고 했다. 다음 적당한 날 이곳에서도 창너머 옥룡설산(玉龍雪山)을 마주하며 종일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첫댓글 아름다운 곳을 다니셨네요.
눈요기를 잘 합니다.^^
기행문을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게을러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왔습니다. 다시 이어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