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신문을 대강 훓어보고 나는 컴퓨터실로 아내는 도서관으로 간다.
당구장과 기원,영화관을 거쳐 가는 우리는 아, 여기는 세월을 잊고 사는 곳이구나
도서관 맞은편에 위치한 서예실과 미술실에는 어찌도 그리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만 눈에 띄는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내게 온 이멜을 첵크하는 동안 아내는 책을 고른다.
아마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일 것이다.
11시쯤 우리는 커피 잔을 앞에 놓고 창밖의 풍경에 흠뻑 젖는다.
운치 있는 소나무 숲에 어우러진 정자 못과 팔각정, 그 앞으로 펼쳐진
푸른 산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는 그리고 이랑진 논과 밭,
이모든 것들은 혼탁한 도시에 찌든 우리들에게 자연이 주는 소중한 것들이다.
잠시나마 바깥풍경에 취해 기타줄을 퉁겨 본다. ''저 별과 달을''..
점심식사 후 우리는 바로 산책길에 나선다.
동네 어귀의 엄마 강아지와 앙증맞은 새끼 강아지는 우리를 보고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안아 볼 수는 없어도 그냥 같이 멍멍댈 수밖에.
아늑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 얼마안가 산책길로 잘 다듬어진 호수에
다다른다. 물속에 비친 산과 억새풀을 보고 나는 탄성을 지른다.
그림 같은 호수를 뒤로하고 멀리 보이는 조그만 마을을 향해 논두렁을
걷다 보니 약간은 으스스한 빈집과 숲으로 뒤덮힌 또 하나의 운치 있는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 뒤로 소곡서당이란 나무 팻말이 붙어 있으니 자연히 발길은 그곳을
향할 수 밖에. 호수 귀퉁이를 돌자마자 마주친 시커먼 개와 덩치는 별로
없어 보이지만 사납게 생긴 개가 으르렁 거린다.
나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 개에 다가가 목젓을 딱잡고 누르니
이 녀석 뒤로 발랑 자빠진다.
흐흐 나는 어릴 적부터 개를 많이 키워봤기 때문에 조금도 개가 무섭지 않다.
서당안을 살펴보니 인적은 없고 나지막한 음악소리만 들린다.(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