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팔도 사람 성향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즉위 초에 정도전에게 명하여 팔도사람을 평하라고 했다. 이에 정도전은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태산교악(泰山喬嶽)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老佛), 악하노불(嶽下老佛)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석전경우(石田耕牛)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 황전경우(荒田耕牛)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 맹호출림(猛虎出林)
이를 풀이하면 경기도는 거울에 비친 미인과 같고, 충청도는 맑은 바람 속의 밝은 달과 같으며, 전라도는 바람 앞의 가는 버들, 경상도는 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큰 절개를 지녔고, 강원도는 바위 아래의 늙은 부처님, 황해도는 봄 물결에 돌을 던지는 듯하고, 평안도는 숲 속의 사나운 호랑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도전은 유독 태조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태조는 무슨 말도 좋으니 함경도도 평해주길 재촉했다. 이윽고 정도전이 말했다.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입니다. 태조의 얼굴이 금세 벌개졌다.
하지만 눈치 빠른 정도전이었다. 그러하오나 함경도는 또한 석전경우(石田耕牛) 올시다. 함경도 사람은 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와 같은 면이 있지만 돌밭을 가는 소처럼 강인한 면도 있다는 뜻이다. 설명을 마저 들은 이성계가 후한 상을 내렸음은 물론이다. 이전투구에 얽힌 고사성어(古事成語)다.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루소는 일찍이 '권력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갈파했다. '인간의 경제적 필요에는 만족이란 것이 있지만 권력 추구에는 영원한 만족이 없다'라고도 했다. 문제는 끝없는 인간의 권력욕(權力慾)이 숱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사랑을 '손에 쥔 모래'로 비유했다. 서로에게 여유를 주면 오래 머물지만, 너무 강한 소유욕으로 꽉 움켜쥐는 순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만다는 것. 권력 또한 그렇다. 움켜쥐면 움켜쥘수록 그만큼의 강도로 손에서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이러한 양태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할 뿐이다.
고려 공민왕 때의 시승(詩僧)인 나옹은 '경세(警世)'란 시에서 "명리화문위맹화(名利禍門爲猛火) 고금소진기천인(古今燒盡幾千人)"이라고 읊었다. 공명과 재물이란 화를 부르는 무서운 불길, 그 불에 타 죽은자 지금껏 그 얼마이랴.
혼탁한 세상을 깨우치기 위한 경구(警句)이건만 사람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욕심을 내려놓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