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공제일수보리(解空第一須菩提)
수보리 존자의 산스크리트명은 수부티(Subhuti)로서 브라만 부티(Bhuti)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선현(善現), 선생(善生), 선업(善業), 선길(善吉) 등으로 의역된다.
수보리 존자는 온갖 법이 공(空)한 이치를 처음으로 깨달은 석존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다.
증일아함경 제3 제자품에서는 "좋은 옷을 즐겨 입지 만행이 본래 청정하여
항상 공적을 즐기고, 공의 뜻을 분별하여 공적의 미묘한 덕업에 뜻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은둔자 중에서 제일이라고 칭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요한 곳에 은둔한다고 해서 그가 깊은 산 속에 홀로 숨어지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 속에서 생활할지라도 내면의 고요를 응시하면서 대립과 다툼이 끊어진 생활을 영위하였는데
다툼이 없는 무쟁행(無諍行)은 바로 맑고 향기로 운행이요, 무아의 빛이 외면으로 비추어 진행이다.
그래서 그는 무쟁도(無諍道)의 제일인 자로서도 거론된다.
수보리 존자의 무쟁행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면
“그는 총명하였지만 성질이 포악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이며 짐승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못살게 굴었다.
그 도가지나치자 부모와 친구들도 그를 외면하고 미워해 산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산으로 들어가서도 마주치는 짐승이나 나뭇가지에 해를 끼치게 되는데
산신의 도움으로 부처님을 뵈어 교화를 받고 출가하여 이윽고 무쟁도를 깨닫고 무쟁(無諍) 제일 자가 되었다.
출가 전의 난폭한 인물이 부처님의 교단에 출가한 이후 새로운 인물로 탈바꿈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수보리는 조용한 곳에서 무쟁의 삼매를 닦아 모든 법의 공적을 관찰하여
은둔 제일, 무쟁 제일, 해공 제일의 인물로 떠올라 마침내 공양을 받을만한
모든 성문, 아라한 가운데서 으뜸이신 분, 즉 소공양제일(所供養第一)로 찬탄 받는다.
수보리 존자의 사물의 본성을 명확히 꿰뚫는 그의 탁월한 식견은 대승불교에 와서 확연하게 주목받는다.
초기 반야계 경전의 정수이자 우리나라 조계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인 금강경에서 수보리 존자는
부처님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데 스승과 제자는 서로 공의 모습에 대하여 묻고 대답하는
하모니를 이루어 결국 깨달음이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석굴암 십대 제자들의 무리 가운데 수보리 존자는 본존불을 향하여 좌측의
두 번째로 등장하는 비구로 어깨가 올라간 구부정한 모습이다.
두 손을 턱밑에 모아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로 오른손을 덮어 독특하게 포개고 있는데
은둔자로서의 그의 개성을 강조하려는 듯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