晦齋선생의 詩에 聾巖선생과 退溪선생이 次韻한 詩.
1544년 경상감사이던 회재 선생이 예안 분천의 농암 선생을 찾아 왔다. 2년 전 병 치료차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있던 농암을 찾아와 주고받은 시이다. 이 당시에도 지중추부사라는 직함은 갖고 있던 78세의 농암이었다. 2년 뒤인 1546년 퇴계도 병을 핑계 삼아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왔다가 이 시에 차운하여 글을 남긴다. 분천에서 도산까지는 1Km 정도의 지근거리이나 안동댐으로 수몰이 되면서 농암의 유적지는 모두 이건을 하였다.
奉望 (主人相公 우러르며)
회재
疊石構亭烟水曲 바위 쌓아 정자 지은 분강 굽어 도는 곳에
天成佳勝付幽人 하늘이 만든 아름다운 경치가 속세를 떠난 사람과 함께
聾巖境界超塵土 농암의 경계는 세속을 넘어 섰으니
愛日情懷見性眞 애일당에서의 따뜻한 회포는 진성을 보는 듯 하다네,
景晏郊頭靑冪冪 햇살 빛나는 교외 언덕은 푸르름이 깔리우고
風生江面碧鱗鱗 바람 이는 수면에는 푸른 물결 넘실넘실하고,
陪歡半日聞淸詠 한나절 모시고 앉았으니 맑은 소리 즐거운데
款款心盃不厭頻 각별히 나누는 술잔 자주 와도 싫지 않을 듯하구나.
次韻 (차운하다)
농암
聾巖地僻誰能到 농암 벽지에 누가 찾아 왔는가?
玉節驚臨訪老人 감사가 놀랍게도 노인을 찾아왔네,
話古論今修宿約 약속을 지켜 고금을 담론하는데
山肴野소示淸眞 청정한 가운데 나물 안주가 고작 이구나.
風和岸柳將開眼 온화한 바람에 버들은 눈이 트고
永泮潛魚欲動鱗 얼음 속 물고기 비늘이 움직이네,
日暮江頭增別恨 날이 저물어 이별은 서운한데
諮詢和不此行頻 순행은 짐작 컨데 자주 있지는 않을 듯 하다네.
謹奉次韻 (삼가 차운하다)
퇴계
奇巖已得專佳境 기이한 바위만 해도 이미 좋은 경치 독차지라
至道應難喩俗人 지극한 도 어려우니 속인이 어이 알리
蓭屋精深堪讀易 움집이 고요하여 역경 읽기 좋을 듯한데
崖臺寥朗可延眞 벼랑 끝 돈대 밝은 기운 신선을 맞으리라
窓前綠水寒開鏡 창밖의 푸른 물은 거울 보는 듯 차가운데
石上蒼松老蹙鱗 바위 위의 늙은 푸른 솔은 비늘이 찌푸린 듯 하고
幸我溪庄容地近 다행하게도 내가 사는 계상의 집이 가까우니
陪遊三徑往來頻 세 갈래 길 자주 오락가락하여 뵙고 노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