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전주의 5월 축제가 모두 끝났다. 모든 축제가 그러하듯 전주를 떠나는 사람들에게도 아쉬움이 남겠지만, 다른 도시의 축제에 비하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전주 축제는 보고, 들으며 느끼는 감동 이상으로 먹고, 마시면서 몸으로 스며드는 한국적 정서가 진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축제 내내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몸과 가슴을 한국적 정서로 가득 채워준 전주의 맛과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고즈넉한 멋. 그 여운을 좇아 평온한 일상을 보내며 또 다른 축제를 준비하는 전주를 찾았다.
건강상식과일상생활여행정보".전라도가 한 상에, 전주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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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자 전통 문화와 기념품 홍보 자료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올림픽이 끝난 후 외국인들이 그들의 기억에, 짐 보따리에 담아간 것은 엉뚱하게도 ‘컵라면’이었다. 짧은 일정 속에 오며 가며 접하게 된 맛의 기억은 그 어느 문화나 기념품보다 강렬했던 것이다. 불과 컵라면 하나에도 감동하는 입맛일진대, 우리나라 맛의 일번지라는 전주의 다양한 먹을거리가 흥을 돋우는 축제라면 어떻겠는가? 지난달 열린 전주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결정적 콘텐츠는 먹을거리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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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먹은 비빔밥이 워째 전주비빔밥인감? 오늘날에는 전주비빔밥을 전통 음식이라 말하면서 왕이 국사에 바쁘거나 사냥을 나갔을 때 간편히 먹기 위한 음식이었다고 강조하지만, 한때는 거지들이 동냥밥과 반찬을 한데 받아먹은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었을 정도다. 이렇게 전주비빔밥이 한끼 가볍게 때우는 자장면과 동급으로 전락한 데는 확실한 조리법이 전래되어지지 않은 까닭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번 맛본 이가 대강 그 맛을 흉내 내어 ‘전주비빔밥’이랍시고 내놓는다 한들 누구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할 수 없었고, 결국 그렇게 전주비빔밥은 실체가 없는 음식으로 존재해 왔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몇 해 전 전주시가 전주비빔밥의 브랜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 표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몇 개의 지정업소를 선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주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가족회관(063-284-2884, www.jeonju-bibimbap.com)을 찾았다. 하필이면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 주인장인 김년임 할머니가 축제가 끝나자마자 일본 행사에 참석하느라 식당을 비운 상태인 것이 아쉽다. 1만원 하는 전통 전주비빔밥을 시켜놓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기 그릇. 전주돌솥비빔밥도 있지만, 전통의 전주비빔밥은 오직 유기 그릇에 담긴 것만을 말한다. 이 유기 그릇 안에 담기는 재료는 각 식당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전주시가 통합 규정한 재료는 오롯이 담겨 있다. 우선 주재료는 밥과 콩나물, 황포묵, 쇠고기, 육회 또는 육회 볶음, 고추장, 참기름, 달걀이다. 부재료는 깨소금, 마늘, 후추, 무생채, 애호박 볶음, 오이채, 당근채, 쑥갓, 상추, 부추, 호두, 은행, 밤채, 잣, 김 등이다. 계절에 따라 부재료가 바뀔 수는 있지만, 대략 30가지 전후의 재료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전주비빔밥이라 할 수 있다. 나물이 잘 섞이도록 젓가락으로 설겅설겅 비빈 후, 한입. 많아야 10가지 재료가 채 넘지 않는 서울의 ‘전주비빔밥’에 익숙한 사람에게 수 십가지 재료들이 혼합되어 자극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일일이 분석하여 표현하기란 역시 어려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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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가 한 상에 오르니, 상다리 부러지것다! 전주의 한정식은 유기 반상기를 사용하며, 전주 8미를 곁들인 12~13가지 반찬에 4~6가지 별미 재료의 반찬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전주비빔밥의 재료도 마찬가지지만, 전주가 이토록 풍성한 재료를 한 상에 올릴 수 있는 것은 서해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과 나주 평야의 새하얀 햅쌀, 강과 들판, 지리산에서 채취한 온갖 나물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에서도 왜 하필 전주의 한정식이 유명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전주가 조선 왕조의 발원지인 데 그 이유가 있다 하겠다. 시내에 자리한 경기전 慶基殿은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모셔진 곳으로, 그 규모는 경복궁에 비교해 턱없이 작지만 왕의 위엄과 그에 따른 신하들의 예우는 결코 왕궁에 견주어 손색이 없었다. 경기전 앞에는 하마비 下馬碑가 서 있는데, 이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곳에 비록 왕이 없다 할지라도 말에서 내려 절을 하고 지나가야 했을 정도. 지방이지만 수도만큼이나 왕의 권위가 살아 있었으니, 왕의 후광을 업고 있는 이 지역의 사람들이 타 지역보다 더 권세와 영광, 부를 누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을 연 지 50년 된, ‘백제 땅의 주막’이란 의미를 가진 백번집(063-286-0100, www.100foodhouse.com)의 주환 대표는 한정식이 궁중에서 유래했다는 견해를 밝힌다. “궁중 음식은 민가 음식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이는 왕족이 사대부가와 혼인한 데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혼인을 통해 사대부가로 전해진 궁중의 생활양식을 비롯한 모든 문화가 다시 민가로 전파되었던 것입니다.” 건강상식과일상생활여행정보".전라도가 한 상에, 전주 여행
1 전주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양념을 포함하여 대략 30가지. 서울에서는 결코 이 맛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2 전주의 유명 식당은 여전히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한다. 장맛이 곧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3 전주가 먹을거리로 풍족했던 이유는 인근에 넓게 펼쳐진 나주 평야가 있기 때문이다. 나주 평야를 뒤덮은 5월 청보리. 4 전주 오모가리탕은 민물고기 매운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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