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바리누나 후기를 보고 아이디어를 베끼기로 결심 ㅋㅋㅋ
때는 10월 하순, 운영진이 야심차게 런칭한 살사계 1타강사, 살린이들의 아이돌 핸슨쌤이 지도하는 풋웤 공연반을 열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멤버가 모이고 있지 않아 고민이 늘어갈 때였습니다.
평소 발을 핑계로 홀딩과 수업을 게을리하던 저였으나 아까운 수업이 사라질까봐 눈물을 머금고 공연 신청.
그러나 수업날 되니 거짓말같이 정원 15인이 꽉 차버렸다고 한다 하하하 뭐 어쩌겠습니까 낙장불입.
수업 첫 날 부터 지방 내려갔다 와서 1시간을 지각했는데, 앞에 배운 걸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나름 3년간 야금야금 뭐라도 하면서 기본은 잃지 않았으니 어떻게든 따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시작했으나 살세라를 리딩하는 것과 내 몸을 온전히 내 의지대로 컨트롤한다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더군요. 진짜 4주차까진 내가 여기 있으면 공연 망할 것 같다는 생각 말고는 머릿속에 드는게 없었
...으나 핸슨쌤이 항상 수업 하면서 분명히 쉽진 않을 거지만 열심히 동작만 외우면 나중에는 디테일만 잡으면 된다며 단원들을 북돋아주어서 그래 끝나고 뭐가 됐건 끝까지 가보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버텨나갔습니다.
진짜 핸슨쌤의 수업은 마약과도 같은게, 수업 내내 무지막지하게 몰아친다는 거는 이미 겪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공연 지도를 받아보니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네요. 한시간 반 동안 쉴새없이 몰아치면서 추고 추고 또 추고, 다들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진짜 춤을 제대로 추면 몸 안에서부터 진땀이 나온다며 여러분들은 지금 춤을 추고 있는게 아니라고 질타와 채찍질을 아끼지 않고 (그러나 핸슨쌤의 물에 집어넣은 듯한 티셔츠를 보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수업 끝나면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집니다. (그러고보니 작년 공연 때도 뒷풀이할 체력도 없다는 간증이 쏟아져나오긴 했었군요 ㅋㅋㅋ) 그런데 분명히 힘들어 죽겠는데 핸슨쌤 특유의 맥락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언어유희가 쉴새 없이 이어지니까 빵 터지다가 다시 또 오징어같은 몸을 움직이기를 반복하면서 수업시간이 정신 없이 지나간단 말이죠.
(수업 종료 후)(하나둘씩 점점 미쳐가고 있다)
그리고 공연 멤버들은 어찌 이리도 잘 모였는지! 명불허전 공연 머쉰 선기수들과 기수로는 young하지만 춤에 대한 이해도나 열정은 선기수(94기에 구멍 하나 있으니 그걸 기준삼아)를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 준비 내내 다툼 한 번 없이 스노우볼 굴러가듯 차곡차곡 공연 그림이 그려져 나갔네요.
연습도 마지막 2주간은 수요일 빼고는 전부 일정을 잡는 강행군이었지만 - (진지)근데 살은 왜 안 빠지죠? - 멤버들 간에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우리 이러다간 공연날 망한다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다들 없는 시간 최대한 내줘서 순조롭게 연습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핸슨쌤도 없는 시간 어렵게 쪼개서 계속 디테일을 잡아주셨고요. (공연 당일 디테일 2시간 지도 실화냐!)
본 공연은 리허설의 80%만 나온다는 공연계의 구전이 있죠.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음에도 본공연에서는 다들 하나씩 아쉬움을 남기고 끝냈지만 여기가 어딥니까, 백만라속 안방! 열화같은 환호성과 덮어놓고 지르는 칭찬 속에(설마 공치사 아니죠?) 공연을 마치고 나니 정말 후련하고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라고요.
벌써부터 우리끼리 농담삼아 내년에 제주도 가자 라틴컵 가자 아니냐 하는 말을 주고받고 있지만, 암튼 앵콜을 최대한 다녀보고 싶은 욕심 나는 공연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넘나 행복했습니다. 당장 이번 주 수요일 정모에서 또 보여드릴 예정이니 많이들 봐주시길 바래요!
ps. special thanks to 애리님! 같이 못해서 넘나 아쉬웠고 담에 꼭 같이 해볼 날 있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