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부터 코끼리바위, 도솔봉, 불암산, 내 눈에는 수락산 제1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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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接白頭天杳杳 산은 백두산에 닿았는데 하늘이 아득하고
水連靑海路茫茫 물은 청해로 이어져 길은 아득히 멀고
大鵬飛盡西南闊 대붕이 날아가 버리고 서남방이 넓은데
何處山河是帝鄕 어느 곳의 산하가 제향이 나온 곳일까
―― 사명대사(四溟大師, 1544∼1610), 「登香爐峰」
* 불암산 불암정 시판(詩板)에서
▶ 산행일시 : 2018년 8월 5일(일), 맑음, 폭염
▶ 산행거리 : 도상 10.7km
▶ 산행시간 : 6시간 40분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7 - 전철 4호선 상계역, 산행시작
07 : 20 - 대슬랩, 303m봉, 불암정(佛巖亭)
08 : 05 - 불암산(佛巖山, 509.7m)
08 : 50 - 덕릉고개(德陵--)
09 : 54 - △372.6m봉, 전망바위
10 : 15 - 전망바위, 쉼터
10 : 26 - 도솔봉(兜率峰, 538.5m)
10 : 45 - 치마바위
11 : 20 - 620m봉, 철모바위
11 : 29 - 수락산(水落山, 640.6m)
11 : 36 ~ 12 : 00 - ╋자 갈림길 안부, 점심
12 : 12 - 전망바위
12 : 50 - 석림사(石林寺)
13 : 17 - 전철 7호선 장암역, 산행종료
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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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수락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86F435B6A033D31)
▶ 불암산(佛岩山)
상계역사 창밖으로 불암산의 검은 그러나 육중한 모습을 한 번 바라보고 역사를 빠져나와 그
에 향한다. 연일 기록적인 맹위를 떨치는 무더위는 이른 아침이라고 보아주지 않는다. 거리
가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텅 빈 도시의 대로를 건너고 건너 비탈길을 오르면 멀리 앞
에 막아선 재현중학교가 막다른 길에 있는 것 같다. 지레 길을 잘못 든 줄 알고 오던 길을 뒤
돌아가기 싶다.
재현중학교까지 바짝 다가가면 울타리 왼쪽으로 소로가 보인다. 이 소로를 따라 30m 정도
가면 계곡을 건너게 되고 너른 쉼터와 불암산 주등로인 대로와 만난다. 상계동 주민들이 불
암산을 뒷동산처럼 오가는 등로다. 커다란 등산안내도와 이정표는 나와 같은 이방인을 위한
것이다. ┫자 갈림길 직진은 정암사 쪽 계곡을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불암산 남릉인 청암능
선길이다. 이정표에 정상까지 거리는 직진이 1,860m, 청암능선길은 1,865m다.
내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왼쪽의 청암능선길을 잡는다. 곧바로 능선자락 오르막이다. 바윗길
의 연속이다. 한 피치 오르면 야트막한 안부에서 왼쪽의 소로는 폭포약수로 가는 길이다. 들
러보고 싶지만 등로에 먼지가 풀풀 이는 이 가뭄에 약수는 어떨지 몰라도 폭포는 말랐을 것
이라 그냥 간다. 바위 슬랩을 오른다. 보폭에 알맞게 홀더를 박아놓았다.
벌써 물에 풍덩 빠졌다 나온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때 이르게 물뼈(얼음에 대한 대간
거사 님의 버전이다)만 남았다. 어쩌면 오늘 산행은 물이 말을 할 것 같다. 일단 계획은 수
락산 주봉, 도정봉 넘어 의정부 동막골까지 가기로 한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행동식인 빵을
가져왔는데 목이 메고 마실 물이 없어 탁주라도 마시니 주부가 전도되어 빵이 안주가 되어
버린다.
두 번째 만나는 대슬랩을 쇠줄 난간 잡고 오른다. 303m봉이다. ‘佛巖亭’이란 정자가 있다. 주
변에는 사명대사(四溟大師, 1544〜1610)의 시를 새긴 시판이 여럿이다. 사명대사는 임진왜
란이 일어나자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이 되어 평양성 탈환에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1593
년 3월 저 아래 노원평에서 왜군과 유격전을 벌여 대승을 거두었다고 한다.
3. 불암정(303m봉)에서 바라본 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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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석장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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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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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앞은 석장봉, 뒤는 수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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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불암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F0A445B6A038832)
시판에 새긴 사명대사가 일본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충정한 마음으로 소회를 읊었다는 시
「야회(夜懷)」이다.
風磬寥寥閉竹房 풍경소리 고요하고 죽방은 닫혔는데
玉爐燒盡水沉香 옥로에는 수침향을 다 사르고 피운다
夜深無月西廊靜 밤은 깊고 달이 없으니 사방이 고요한데
夢斷滄波歸路長 푸른 바다에 꿈은 끊어지고 돌아갈 길 아득하다
蓬萊仙洞衆香城 봉래산 선동에 중향성이 있으니
千朶芙蓉玉萬重 천개의 꽃송이는 부용이요 옥은 만겹이구나
長在夢中何日到 꿈속에 항상 있으나 어느 날에나 돌아갈까
春來依舊對群凶 봄은 예전처럼 왔건만 여전히 흉한 무리를 상대한다
태양을 배광한 불암산을 우러르고 불암정을 내린다. 숲속 소로는 석장봉 쪽으로 간다. 석장
봉에 오르면 불암산 정상을 갔다 오기 싫어질지 몰라 인적 없는 슬랩을 직등하여 목책 넘고
주등로 우회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곧 불암산 정상을 오르는 슬랩 덮은 데크계단과 만
나고 옛적 데크계단이 없던 시절이 떠올라 그때의 슬랩을 살피며 오른다.
불암산 정상. 사방이 훤히 열리는 빼어난 경점이다. 미세먼지로 흐릿한 게 흠이다. 시원한 바
람이 불어댄다. 폭염에 질린 터라 내려가기가 싫어진다. 석장봉 쪽으로 내리는 길도 데크계
단이다. 다시 폭염 속을 간다. 석장봉 다람쥐 광장을 지나 오른쪽 암릉길이 불암산 동벽을 감
상하기 좋다. 숲속 우회로와 만나고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진다.
곳곳에 데크계단을 설치하였다. ╋자 갈림길 안부인 절고개 지나고 잠깐 오르면 암봉인
410.5m봉이다. 거기에서도 불암산 동벽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발걸음을 아낀다.
긴 내리막 바닥 친 안부는 덕릉고개다. 육교인 생태이동통로가 수풀이 우거져 산속이나 다를
바 없다.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잘난 등로를 간다.
8. 수락산 도솔봉 오름길에 바라본 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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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도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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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앞은 도솔봉, 뒤는 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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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원암 뒤 463.4m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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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수락산 620m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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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락산(水落山, 640.6m)
비교적 평탄한 군부대 뒷길을 다 지나면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눈 못 뜨게 땀이 흐른다. 쉰
내 맡은 하루살이와 날파리는 끈질기게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나뭇가지라도 꺾어 흔들어서
쫓아버리고 싶지만 그럴 기력조차 없다. 구도의 길이다. 고개 꺾고서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
하게 내딛는다.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오면 산행을 그만 두고 싶은 유혹-거기가 피안일 거라
는-에 시달리곤 한다.
미리 말하자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어디일까? 산행 내내 전 구간에 걸친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 탁주도 떨어졌다. 자두도 참외도 다 먹어버렸다. 물뼈 갉아먹는다. 감질만 난
다. 쇠줄 난간 잡고 슬랩 오르고 송전탑 지나 △372.6m봉은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전망대다.
삼각점은 ‘성동 409, 1994 복구’이다. 10분쯤 더 오르면 또 솔바람이 불고 전망 좋은 쉼터가
나온다. 쉬어주며 불암산 전망한다.
도솔봉 마지막 피치. 가파른 슬랩 트래버스 구간인데 데크계단으로 덮었다. 길게 돌아 안부
께로 간다. 이래서는 뒤돌아 도솔봉을 올라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암릉길이 심심찮게 나
온다. 우회길 마다하고 일로 직등한다. 치마바위. 손바닥은 암벽에 밀착하고 발은 길게 파인
바위틈을 비집어 딛고 오른다. 오아시스를 만난다. 좌판 아이스박스에 물이 있다. 500ml짜리
1병에 2,000원이다.
물이 이렇게 맛있을 때가 다 있다. 한 병 사서 더 시원하게 얼음물 만들어 벌컥벌컥 들이켜니
비로소 경물이 제대로 보이고 의기충천하여 주봉 도정봉 동막골이 한 달음일 태세다. 하강바
위(양파바위). 왼쪽의 우회하는 잘난 길을 모른 채하고 직등한다. 직사하는 햇볕이 엄청 따
갑다. 하강바위 오른쪽 바위틈을 조심스레 내리고 슬랩을 트래버스하여 밧줄 잡고 내린다.
코끼리바위는 얌전하게 왼쪽으로 돌아 긴 데크계단으로 내린다. 620m봉 철모바위 직전 암
반이 슬랩 오르기가 약간 까다롭지만(물론 우회로도 있다) 내 눈에는 수락산 최고의 경점
이다. 불암산, 도솔봉, 코끼리바위를 상중하 원근농담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인공물인 코
끼리바위의 데크계단이 약간 거슬린다. 620m봉 북사면 바로 아래에 매점이 있다. 물 사러
들른다.
데크계단 올라 수락산 주봉이다. 여기도 좌판이 있다. 길게 내려 ╋자 갈림길 안부. 솔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소나무 그늘 아래 암반에 올라 점심밥 먹는다. 배부르니 게으른 생각이 꿈틀
댄다. 도정봉(526.4m)에도 좌판이 섰을 테고, 그 다음 509m봉 아래에는 약수터가 있으니
물 핑계를 대기는 어렵게 되었다. 석림사 내리는 계곡에 알탕할 데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
대감에 다 놓아준다.
석림사 쪽으로 내린다. 한 차례 데크계단 섞어 내리면 야트막한 안부이고 건너편 능선을
10m 오르면 사방 트인 전망바위가 나온다. 다시 안부로 뒤돌아 와서 가파른 사면을 쏟아져
내린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수락(水落)이 무색하게 계곡이 말랐다. 깔딱고개에서 내려
오는 계곡과 만나도 말랐고 홈통바위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만나도 말랐다. 석림사까지도 말
랐다. 알탕도 잃고 산도 잃었다.
장암역 앞 편의점에 들러 냉환타 한 병 사서 마시고, 장암역사 화장실에서 낯 씻고 옷 갈아입
는다.
13.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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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수락산 코끼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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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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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북한산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file/cafe/99CD65425B6A042032)
17. 오른쪽이 도정봉(526.4m), 맨 뒤는 천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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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장암역사에서 바라본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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