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찬 재활 23-6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의 힘
요즘 아저씨가 걷는 도중 갑자기 주저앉는 일이 많아져 담당직원과 당분간은 컨디션을 봐 가며 걷기를 돕자고 했었다.
오늘은 아저씨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여 같은 방에서 지내던 *남씨의 도움을 받아 뒤에 개나리 핀 곳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꽃보러 가실래요?” 하니 휠체어에서 선뜻 일어나시려고 한다.
양쪽에서 부축을 하며 밖으로 나가니 햇살은 따뜻하지만 봄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다.
“아저씨 저~기 꽃 핀 곳까지 가 볼까요?”
앵두꽃이 활짝 핀 곳까지 가신다.
도착하니 꽃구경은 하지 않고 오던 길로 되돌아가시려고 한다.
“아저씨 저 위에 핀 개나리보고 올까요?”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걸어 나가신다.
개나리가 활짝 펴서 사진한 장 찍어드리려고 했는데 꽃과 카메라에는 통 관심이 없으시다.
예쁜 사진 남기기는 실패하고 왔던 길로 다시 돌아 나왔다.
숨이 차신 것 같아 의자에 잠시 앉아 쉬었다 가시라고 권하니, 앉자마자 다시 일어서서 가시려고 한다.
예전 같으면 한참을 앉아서 쉬시다 가시는데 이번에는 바로 일어나신다.
“아저씨 바로 가실거예요? 바람이 싫으세요?”
아저씨는 직원 얼굴 한번 쳐다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오늘은 왕복 150m 되는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으셨다.
예전에는 30m 거리를 걸으려면 허리를 꾸부정하게 숙이고 축 아래로 늘어져서 양쪽에서 팔을 끌어 올려가며 억지로 걸었었다. 걷는 것을 힘들어 하시니 휠체어에 앉아 계시는 시간이 많았고, 다리 근육의 힘이 약해져 걷기는 계속 힘들어졌고.. 악순환의 연속이였다.
걷기를 하고나면 직원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어깨와 허리가 아파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주저앉으려고 하는 것도 없었고, 부축하는 사람도 가볍게 팔만 잡아드렸다.
몇 달째 생활실의 도움을 받아 짧은 거리라도 하루 중 여러 번 걷게 해 드린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저씨 일상에서 걷기운동 하는 것을 바빠서, 인력이 부족해서, 부상 입을까봐 겁이 나서 등등의 이유로 소홀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일과 중 시간을 쪼개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이 될 수 있도록 한 담당직원의 노력과, 아저씨를 생각하며 함께해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아저씨의 걷기가 가능해진 것이였다.
어떤 일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주변에 의논하고 부탁해본다.
부탁을 한다고 다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계속 의논하고 부탁하면 함께 하려는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꼭 있다.
입주자를 중심에 둔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가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하루였다.
이런 변화들이 있으니 나 조금 편하자고 눈 감고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2023년 3월 30일 화요일, 김태연
오늘은 다행히 아저씨 컨디션이 좋아 많이 걸으셨네요.
아저씨가 하실 수 있는 만큼 도우면 좋겠습니다. -다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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