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생기네. 탱글탱글 ‘새조개’? 밥도둑 ‘꼬막’?
겨울 조개
길 가다 만원과 오천원 지폐가 떨어져 있을 때 뭘 주울 거냐고 누가 묻는다면? 십중팔구 ‘만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둘 다’다.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중을 위해 ‘짬짜면’이라는 위대한 대안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먹고 싶은 음식 사이에서 갈등한다.
여러분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맛이나 모양, 제철 등 여러 측면에서 엇비슷한 음식을 비교하는 ‘맛 대 맛’을 선보인다. 첫번째로는 겨울이 제철인 조개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새조개와 꼬막을 맛봤다. 물론 하나만 먹을지 둘 다 먹을지는 당신의 선택.
탱글탱글 기품 있는 단맛 ‘새조개’ 발모양 새 닮아 오리·갈매기 조개로 불려 1∼3월 제철…충남 홍성 남당항서 축제 샤부샤부가 최고…봄나물과 찰떡궁합 남다른 쫄깃한 육질·은은한 단맛 일품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꼭 챙겨 먹고 볼 일이다. 때를 놓치면 ‘다 때가 있다’는 선조들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 테니까.
1월에서 3월까지는 새조개가 한창이다. 충남 홍성군 남당항에서는 1월23일부터 3월31일까지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를 벌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방문객의 발길이 뜸하다. 상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축제를 온라인(smartstore.naver.com/namdanghang)으로도 진행 중이다. 온라인 축제에서는 깨끗하게 손질된 새조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장에서도 철저히 방역에 신경 쓰고 있으니 방역기준에 맞는 인원이라면 바람도 쐬고 바다도 보고 경제도 살릴 겸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원래 이곳은 새조개 주산지가 아니었다. 경남이나 전남 여수 등지가 주산지였지만 1980년대 초 충남 태안군 일대 천수만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잡히기 시작했다. 바다를 메우려고 밀어넣은 황토가 새조개들에게는 아늑한 보금자리가 됐던 것으로 여겨진다.
샤부샤부용 새조개.
‘새조개’는 까놓으면 발의 모양이 새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경남 하동·남해에서는 ‘오리조개’, 부산이나 경남 창원에서는 ‘갈매기조개’라고 부른다. 과거엔 쫄깃한 육질과 맛이 닭고기와 비슷해 ‘조합(鳥蛤)’이라고도 불렀다는데 글쎄, 먹어본 사람들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맛과 육질이 일반 조개와 차원이 다른 것은 확실하다.
새조개는 회나 초무침으로 먹거나 구워서도 먹지만, 뭐니 뭐니 해도 샤부샤부가 최고다. 파·배추·버섯·조개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새조개를 살짝 데친 뒤 제철 채소인 시금치·냉이나 곰피 같은 해조류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냉이의 투박한 봄 내음과 곰피의 짠 듯 비린 바다맛이 단맛과 어우러져 바다와 육지, 겨울과 봄을 함께 느끼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초장이나 고추냉이 간장 등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제대로 맛을 느끼려면 그냥 먹는 것이 좋다. 씹다보면 단맛이 먼저 돈다. 다른 조개와 생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쫄깃함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회를 좋아한다면 생으로 먹어도 좋다. 단맛은 조금 덜하고 살짝 비린맛이 돌지만 회 특유의 싱싱함을 맛볼 수 있다.
데칠 때는 기호에 따라 3∼10초 정도 시간을 달리하면 된다. 오래 데치면 단맛은 빠지고 육질은 질겨지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는 것은 금물. 단맛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짭조름한 맛은 다 먹어갈 즈음 깨닫는다.
-삶아도 튀겨도 무쳐도 밥도둑 ‘꼬막’
전남 보성 벌교 ‘여자만’ 주산지로 명성 새꼬막, 비교적 크고 담백해 반찬 제격 참꼬막, 작지만 진한 풍미·차진 맛 자랑 데치듯 삶아야 제맛 … 무침 등 요리 다양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섣불리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주먹’만이 아니다. 찬 바람 매서운 계절이면 예부터 벌교에서는 전국 팔도의 별미가 맛 자랑을 한수 접었다.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는 여덟가지 진미 중에서도 일품(一品)으로 쳤다는 벌교 꼬막 때문이다. 겨울바다의 깊은 감칠맛을 자랑하는 꼬막이 바야흐로 제철을 맞았다.
꼬막은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 알을 배기 전인 3월까지가 제철로, 벌교지역 장터에는 이 시기면 꼬막을 비롯한 해산물을 파는 어물전이 펼쳐진다. 벌교 앞 여자만(汝自灣)에서 나는 꼬막은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특히 여자만 갯벌은 모래가 거의 없고 펄의 입자가 고와 꼬막의 식감이 더욱 뛰어나다. 조개류를 먹을 때 종종 씹히는 이물감이 없기 때문이다.
갓 삶아낸 새꼬막.
꼬막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즐겨 먹는 것이 참꼬막과 새꼬막이다. 참꼬막은 조상에게 올리는 귀한 것이라 ‘제사꼬막’으로 불리곤 했다. 껍데기 위에 팬 골의 개수로 구별하자면 골이 18개 안팎인 것은 참꼬막, 33개 안팎인 것은 새꼬막이다.
또 참꼬막은 얕은 수심의 갯벌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껍데기가 두껍고 3년을 자라도 많이 크지 않지만, 새꼬막은 수심 10m 정도에서 바닷물 속 영양분을 섭취해 2년만 자라도 알이 굵다. 껍데기를 깠을 때 모습으로 구별하자면 초콜릿색 구슬 같은 꼬막살은 참꼬막, 연한 노란빛 살은 새꼬막이다. 참꼬막은 씹었을 때 식감이 차지고 씹을수록 살 사이에 끈기가 돈다. 새꼬막은 살이 보다 부드럽고 맛이 담박하다.
“전라도에선 참꼬막의 진한 풍미를 높이 친다”고 설명하는 박영주 ‘장도웰빙꼬막정식’ 사장(56)은 여자만에서도 참꼬막이 가장 많이 난다는 장도 출신이다. 그가 추천하는 신선한 꼬막을 맛보는 최고의 방법은 꼬막을 껍데기째 데치듯 가볍게 삶는 것이다. 단단한 껍데기를 까고, 옹골차게 들어찬 바다의 감칠맛을 후룩 빨아들이는 순간, 그 맛에 물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전남 보성 벌교 ‘꼬막정식’.
꼬막을 맛보러 벌교에 들렀다면 전라도의 거한 인심도 만날 수 있다. 꼬막정식을 주문하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요리가 한상 가득 나온다. 데친 꼬막에 불맛 입힌 구운 꼬막, 노릇노릇한 꼬막전, 양념꼬막, 남녀노소 좋아하는 꼬막탕수까지….
마무리는 초고추장에 버무린 꼬막무침으로 하는 건 어떨까. 흰 쌀밥에 꼬막무침과 김가루를 얹고 참기름을 두른 뒤 슥슥 비벼보자. 여기에 된장을 풀어 뜨끈하게 끓인 개운한 꼬막탕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맛집 여행정보, 농민신문, 2021.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