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기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고 숨을 불어넣으
시어 그 모습을 닮도록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 우리에
게 주신 선물, '자유의지'를 사용하는 방법은 많지만 그중 멋진
것은 기도라고 생각한다. 자유의지로 기도하면 어떻게 되는가?
인간은 왜 기도하는가? 사람은 기도하는 대로 된다.
탁한 물속에 맑은 물을 계속 넣으면 탁한 물이 점점 맑아지듯
힘들고 어지러운 마음 가운데 그리스도의 거룩한 이름을 계속
부르면 예수님 마음처럼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끊임없이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에 품는다면 예수님처럼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신학자 매튜 폭스는 기도를 '풀리지 않는 삶의 의문에 대한
근본 처방'이라고 정의했다. 인생을 살면서 꼬인 매듭이 어디
한둘이랴. 폭스의 말은 기도가 풀리지 않는 인생의 꼬인 매듭
을 그때그때 풀어준다기보다 꼬인 매듭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동행할 힘이 생기게 한다는 뜻이 아닐까?
에이브러햄 링컨은 백악관에 기도실을 만들고, 많은 정치적
반대자들에 둘러싸여 하루하루 힘들었을 때 다음과 같이 기도
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저는 여기
말고는 달리 갈 곳이 없어 주님 앞에 지금까지 무릎을 꿇어왔
습니다."
총탄에 맞아 고향에 묻힐 때 마을 사람들은 링컨을 '대통령'
이라고 하지 않고 에이브러햄 링컨의 애칭 '에이브'라고 불렀
다. 또한 내 친구, 내 조카, 동네 오빠, 꼬마 등으로 부르며 "링
컨의 절규를 떠올리자. 사람들은 그는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
었고 위대한 사람이 되었다."라고 고백했다.
왜 기도해야 하는가?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는 이렇게 말
했다. "마음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을 마귀가 지옥에 밀어넣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은 그가 자발적으로 지옥에 가기 때문입
니다." 마더 데레사의 고백처럼 기도하지 않으면 죽어서만 지
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도 지옥에 간다는 말이 아닐까? 1
요즘 전국적으로 순교자 신앙을 체험하는 도보순례를 하거나
제주도 올레길 같은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게 유행이다. 걸어서
꼬인 삶의 실타래를 풀기도 하지만 인생의 실타래와 함께 순례
하다 보면 꼬임의 삶을 품고도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순
교자들의 삶이 아마도 그랬나 보다. 마더 데레사는 다음 기도
문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기도는 우리 영혼의 생명 숨 - 마더 데레사
뜻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우리가 책에서 읽지 못하는 기도
마음기도라고 합니다.
우리는 완덕을 행하는 경향을 본래 지녔고
그것을 끊임없이 지향하도록 우리의 상태가
의무로 주어져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날마다 마음기도를 실천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필요합니다.
기도는 우리 영혼의 숨이며
거룩함은 기도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빌라의 대 데레사는
'마음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을
마귀가 지옥에 밀어넣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은
그가 자발적으로 지옥에
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음기도와 영적 독서에 의해서만
우리는 기도 선물을 경작할 수 있습니다.
마음기도는 단순함, 곧 자신을 잊는 것,
육신과 감각의 극기, 우리의 기도에 꼴을 먹이는
열망에 의해 크게 양육됩니다.
성 요한 비안네는 '마음기도를 바칠 때
눈을 감고 입을 다물며 마음을 여시오.'
라고 했습니다.
염경기도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말씀드리고
마음기도 안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마음기도 때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우리 안에 쏟아부으십니다.
사람은 기도하는 대로 된다는 말처럼 신경과학자 캔더스 퍼
트Candace Pert는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는 이론을 전개한 학자
로, 생각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다. 뇌신경
계와 면역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정신신경면역학 (PNI)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감정의 분자」에서 과학자의 삶을 드라
마처럼 써 내려가면서 몸과 마음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
개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우리 몸의 면역계는 뇌신경계와는 관계
없이 방어 역할만 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뇌에서 분비되는
감정에 관여하는 펩타이드라는 물질의 수용체가 뇌세포뿐 아
니라 면역계와 온몸의 장기에도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발견했
다. 나아가 면역계는 펩타이드를 만들며 뇌는 이를 받아들인다
는 것이다.
뇌와 몸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의 총합이 우리의 감정을 이
루고, 몸과 마음이 물리적으로 별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저자
에 따르면 감정은 1차 느낌이 아니라 신체 작용에 따른 간접적
인 2차 느낌이다. 우리 몸이 사건을 지각하고 그 지각이 우리
의 기억과 상상을 뒤흔든 후 비로소 감정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2
그가 내린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다. 생각은 뇌, 감정은 가슴
이라는 기존 도식을 극복하고, 생각이 중앙집중식 기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서 일종의 지방자치 기능을 통해 부
분적으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생각은 그 사람을
만들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전반적으로 지배한다.
또한 생각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물질을 만들
어 낸다.
가령 희망을 품으면 뇌에서 희망에 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뉴로펩타이드를 만들고, 슬픔을 생각하면 뇌에서 슬픔에 해당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지
속적으로 적개심을 품고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서서히 적
개심 덩어리로 바뀌기 시작한다. 뇌에서 만들어진 적개심의 신
경물질은 온몸으로 퍼져 전신에 꽉 들어찬다. 이제 그 사람은
시한폭탄이다. 건드리면 '꽝' 하고 터진다.3
하루 종일 돈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돈과 연관짓는
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 사
람의 뇌와 온몸에 '돈이 가득 들어 차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생각과 마음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사람의 모습은 변한다.
기도할 때도 무슨 기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대로 된다.
1. 박경욱, '기도, 풀리지 않는 삶의 의문들에 대한 근본적 처방',
「인산의학」, 2010년 8월호, 83.
2. 동아일보, 2009년 12월 26일자.
3. 캔더스 B. 퍼트, 「감정의 분자」(서울: 시스테마, 200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