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차량 이상을 보고 내가 처리를 잘못했는가 하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보통 일처리를 먼저 중시하는 사람이다.
물론 경고등이 켜진다고 해도 안전장치가 다 있기 때문에 조금은 버틸 거라 생각하고
차량을 몰고 집으로 오긴 했지만,
만약 내가 사고가 나서 죽었다면?
씁쓸했다.
졸지에 아들은 엄마 없는 아이가 되고
남편도 홀아비가 되는 건데
내가 일의 우선순위를 잘못 잡았나 싶었다.
하루 학교에 안 간다고 해도,
하루 회사일을 쉰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닌데.
오히려 내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거나
죽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인간사 어찌 될 지 알 수 없다만은.
사고 나서 팔다리를 잃거나 해도 큰 문제가 되는데...
다음엔 꼭 이상이 생기면 멈추고 숙고하자고 다짐했다.
2
아들이 내게 영어학원을 다시 다니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얼마든지 다녀도 된다. 다만,
네가 열심히 하겠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게 아니면 엄마는 또 네게 깊이 실망할 것 같다고.
그랬더니 아들은 그냥 해본 말이라며 가버렸다.
나는 내심 아들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열심히 하기를 바랐었나 보다.
그거마저도 실망이 되는 걸 보니.
하지만 그냥 가버려줘서 다행이다.
아들이 열심히 안 할 것같다고 진실되게 생각해서.
그리고 내가 또 시간과 돈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게 되어서.
감사하다.
3. 20일쯤이면 스페인 여행비까지 다 벌게 된다.
이제 그만두고 생활툰 작업을 집중해서 한 뒤에
다시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한다.
돈을 벌면서 계속 시골집을 임대해서 작업실을 유지할까 했는데
남편과 이야기가 일단 된 것 같아서 중지하기로 했다.
결혼생활 중 우선순위가 계속 시댁이 되고
나의 만화 작업은 계속 뒤로 밀려
남편은 도시에 나는 시골에 살려고 했다.
아니면 돈을 벌어 유학을 가고
남편은 시댁 식구들과 함께 남으라고 할 생각이었다.
시댁 식구들은 지속적인 권유에도 단도박 치료에 응하지 않는다.
우리를 비난하면서 도박빚을 갚아주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시동생들은 이제 좀 상황을 이해한 것 같은데
시어머니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세째가 죽겠다고 시어머니를 협박한 적이 있는지
시어머니께서 내게 세째가 죽는 것 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하신 적이 있다.
물론 법륜 스님은 닭도 병아리가 크고 나면 물려 죽든 잡혀 죽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성인이 된 자식은 죽든말든 신경쓰지 말라 하시지만
동영상의 상담하는 아주머니들은 어찌 자식을 죽게 놔두겠습니까 하고
죽는 것보단 사는 게 낫습니다 하고 주저앉았고
법륜 스님은 그래 내는 스님이니까 그렇지만 보살님은 안 되겠제...
하고 쯧쯧하고 내버려둘 뿐이다.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죽겠다고 하면?
나 참 그 생각 많이 했었다.
내가 포기해야지. 하고.
그래도 건강해서 다행이다.
나 청소일 잘하더라고.
나가서 먹고 사는 덴 지장없을 거 같다.
감사하다.
4. 노틀담 대성당에 화재가 났다.
나는 대학생 때 알바를 해서 다녀온 적이 있고,
몇 년 전 가족과 다녀온 적이 있다.
모쪼록 잘 수습되기를...
화재 전에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감사한 일이었구나.
5. 지정환신부님께서 돌아가셨다.
임실치즈 만드신 분인데....
귀족 집안 아들인데 그당시
아프리카보다도 가난하다는 한국에 오셔서
평생을 바치셨다.
신부님의 간략한 일대기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신부님께서 가난한 한국인들이 불쌍해서
간척해서 땅을 가지게 하고 요양차 본국에 가시면
그 땅이 매매와 노름으로 다 사라져버리고 없었단다.
너무 실망하셔서 다시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셨는데
가난한 농민들을 보고 또 불쌍하셔서
사재로 치즈공장을 만드셨다.
선의로 다 하신 일인데
사람들이 신부님의 뜻을 저버렸을 때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잘 살게 해주려고 하신 일인데...
신부님 감사합니다.
이제 하느님곁에서 영면하소서....
첫댓글 우선순위가 뒤 바뀌어 삶이 힘들어 졌을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정확한 순위가 어떤지 잘 모를때 도 있지만...어제 타모임에 참석하고 100일 잔치 소감문을 들었는데 오랫만에 아내와 같이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소감문을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과거가 생각나서 또 중독자의 가족의 고통을 공감해서 그런가 봅니다. 이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삶의 순서를 어겨서 가족을 고생하게 했는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