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검진 때문에 새벽에 일을 좀 일찍 나가 마치고
돌아와 아들 아침과 옷 등을 준비했다. 남편은 아들이 학교에 몇 시까지 가는지도 모른다고 불만스러워 했고 난 그저 이젠 걱정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들은 어릴 적부터 건강검진이면 알아서 잘 갔다. 어려서 늘 걱정이었는데. 이제 많이 컸으니. 감사하다.
2.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날이 우중충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난 병원이 좋았다. 왜냐하면 병원에 가는 날은 휴식을 의미하는 거였다. 비록 수술을 위한 거라고 해도. 별 걱정없이 누워서 밥만 받아먹는 거니까.
남편하고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니 여행 기분도 나고 좋다. 감사하다.
3. 건강검진을 하다보니 우려했던 것을 확인했다.
나는 자궁근종수술을 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다발성 근종이기 때문에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너무 많은 수가 생기면 자궁을 제거해야 한다고 하셨다.
보이는 근종은 7개... 예전보다 배는 늘었다. 아직 수술할 크기는 아니지만 1-2년 후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담석증으로 쓸개도 제거했었다. 그런데 또 장기를 하나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그랬다.
자궁이 없어지면 갱년기가 올 거고 호르몬제를 먹어야 할 거다. 이제는 약과 친해져야 할 지도...
그래도 아직은 큰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으니까 다행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무겁다. 쓸개 다음은 간일 거고 간에 이상이 오면 아마 그 때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 하나는 남겨줘서 고맙다, 나의 자궁아. 출산 전까진 근종하나 없던 깨끗한 장기였는데... 마지막까지 잘 부탁할게.
4. 인터넷에서 정신과 후기를 읽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약 먹기가 싫어서 의사선생님께 불만을 표했고 의사는 화를 냈다고 한다.
"사고로 다리를 잃어 목발을 짚고 다니면 나약한 겁니까? 약도 똑같은 겁니다!"
그 말에 나도 감동했다. 나도 자궁이 없어지면 열심히 약을 먹어야지. 약을 먹는 건 나약한 게 아냐. 내가 사고가 났고 몸이 안 좋은 것 뿐이니까.
그래도 약도 있고 좋은 세상이라서 감사하다.
카페 게시글
가족이 쓰는 회복일기
4.19 건강검진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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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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