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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 제작 / 국내미개봉 / 118분 / 미성년자관람불가>
=== 프로덕션 노트 ===
감독 : 릴리아니 카바니
출연 : 더크 보거드 & 샬롯 램플링
파시즘과 에로티시즘의 버림받은 걸작
이탈리아 여류 시네아티스트 릴리아나 카바니의 급진적인 문제작
영화광의 도전을 기다리는 화제의 영화
1957년의 비엔나. 비엔나에 모여 사는 나치 장교들은 자신들의 만행이 탄로 나지 않기 위해 나치 전범 기록문서나 증인을 찾아내 증거 인멸 작전을 펴고 있다. 유태인 수용소 의무관 출신인 맥스는 어느 날 호텔에 투숙한 여자 손님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녀는 바로 수용소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보호했던 루치아였다. 지휘자인 남편의 연주여행에 따라온 루치아도 역시 맥스를 보자 심장이 멎는듯하다. 지옥과 같았던 수용소에서 자기를 보호하고 사랑해준 맥스는 곧 그녀에겐 구세주였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뒤에 남은 루치아는 맥스의 아파트로 가서 감격의 재회를 한다. 한편 수용소의 여자 증인 중 한명이 비엔나에 나타났다는 소문은 이미 퍼지고 있었다. 루치아를 알아본 증인은 수용소에서 주방 일을 하던 마리오. 맥스는 친위대 그룹이 루치아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녀를 해칠 것 같아 마리오를 유인해 물에 빠뜨려 죽게 한다. 과거의 친위대원들은 맥스에게 증인을 내놓으라고 위협을 한다. 그러나 맥스는 젊은 시절에 자신이 천사처럼 아꼈던 루치아를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다. 맥스는 호텔도 그만두고 루치아와 함께 아파트에 숨어산다. 하지만 친위대원들의 공작으로 먹을 것은 물론 전기와 수도도 모두 끊겨버린다. 결국 은둔 생활에 한계를 느낀 맥스는 나치 장교복으로 갈아입고 루치아에게는 유태인 신부옷을 입혀 합께 다뉴브강 다리로 간다. 차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던 이들에게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쓰러지고 만다.
=== 작품 해설 ===
세계영화작품사전 : 성과 에로스를 다룬 영화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
Il Portiere di Notte
시놉시스
오스트리아 빈의 어느 호텔에서 야간 지배인으로 일하는 맥스는 어느 날 미국에서 온 루시아라는 투숙객과 마주치고 충격을 받는다. 사실 맥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 소속 장교로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했었는데, 루시아는 바로 그 수용소의 포로였던 것이다. 유일한 생존자였던 루시아도 맥스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맥스는 나치 친위대에서 근무했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동료들과 모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도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나면 곤란할 것을 우려한 그들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용소의 요리사였던 마리오와 연락한다. 하지만 루시아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던 맥스는 먼저 마리오를 찾아가 그를 살해하려 한다.
한편 과거의 기억에 몸서리치던 루시아는 지휘자인 남편에게 빈을 떠나자고 재촉하지만, 정작 떠날 날이 되자 자신은 남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홀로 남은 루시아의 방으로 맥스가 찾아온다. 루시아는 도망치려 하고 맥스는 그녀를 폭력으로 제압하려 한다. 하지만 잠시 뒤, 실은 루시아도 맥스를 그리워하고 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뒤 루시아의 정체를 알게 된 맥스의 동료들은 그녀를 제거하려 하고, 맥스는 루시아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 몸을 숨긴다. 동료들은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는 식료품과 전기마저 끊고 고립시킨다. 오랜 시간 동안 굶주리며 버티던 두 사람은 결국 도주를 감행하지만 뒤쫓던 동료의 총에 사살된다.
작품해설
1. 시대적 배경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는 1957~58년 무렵의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요직에서 일했던 자들이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는데,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는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69만명이 나치 당원이었다. 이는 나치즘이 시작된 독일 인구의 7%를 웃도는 숫자다. 심지어 유대인 탄압의 책임자였던 아이히만 중령도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한 인물로, 그는 핵심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오스트리아인들을 대거 앉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나치를 위해 일한 자들을 철저히 숙청한 독일과 달리, 중립국을 선언한 오스트리아는 전쟁 피해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따라서 실제로 나치 당원 출신의 상당수가 큰 불이익 없이 국내에 은둔하거나 암약하고 있었으며, 이는 오늘날 극우정당인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2. 제작 배경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연출가 출신인 이탈리아의 여성감독 릴리아나 카바니는 취재 과정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감독 데뷔 뒤에도 줄곧 종교 등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를 고발해왔던 그녀는 이러한 역사적/정치적 사건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영화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에 담아내게 된 것이다.
다큐멘터리 연출가 시절의 취재 내용은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는데, 예를 들면 주인공 맥스가 살고 있는 집은 ‘칼 마르크스 호프’라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국민주택으로,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일시적으로 정권을 잡았던 사회주의 정당인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이 노동자들을 위해 보급한 주택이다. 릴리아나 카바니 감독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이용해 극우 나치주의자가 사회주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담아냈으며, 이로서 맥스라는 인물의 이중성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3. 영화적 기법 - 플래시백, 오페라의 인용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기법은 플래시백, 즉 회상 장면의 빈번한 사용이다. 이 영화는 1950년대 말의 빈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수용소를 끊임없이 오가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평범한 호텔 지배인 맥스와 미국인 관광객 루시아가 마주치면서 서로 충격을 받는데, 관객은 그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해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과거의 기억이 단지 기억에 그치지 않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장치라는 점이다. 회상 장면은 때때로 어느 장면이 현재고 어느 장면이 과거인지 모호할 만큼 혼란스럽게 사용된다. 그러니까 영화 속 인물들에게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모두 과거를 살고 있는 인물들이다.
또 하나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에서 중요하게 사용된 기법은 오페라의 인용이다. 영화에는 맥스의 동료이자 그를 사모하는 남자 발레 무용수 버트가 등장한다. 맥스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버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앞에서 춤을 추는 것뿐인데, 그때 춤곡으로 사용된 음악은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분노한 자들의 춤〉(Dance of the Furies)이다.
그리스 신화의 캐릭터인 오르페오(오르페우스의 이탈리아식 호칭)는 독사에 물려 죽은 연인 에우리디체(에우리디케의 이탈리아식 호칭)를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간다. 신 하데스에게 하프를 연주하며 에우리디체를 되살려달라고 간청하는데, 하데스의 조건은 이승에 도착하기 전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승에 닿기 직전에 오르페오는 에우리디체를 찾아 뒤를 돌아보고 그녀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진다.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에서 버트와 맥스의 관계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게 비유하는 한편, 장차 뒤를 돌아보는(과거에 연연하는) 맥스의 모습이 파멸을 낳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인용이다.
그런가하면 극중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맥스와 루시아의 관계에 빗대어 인용되었다. 루시아와 마주치고 얼마 뒤, 맥스는 그녀가 〈마술피리〉를 관람하러 간 극장으로 미행에 나선다. 객석에서 우연히 뒤를 돌아본 루시아는 맥스와 눈이 마주치고,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마술피리〉는 ‘밤의 여왕’의 딸인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마술피리를 가지고 모험을 떠난 왕자 타미노의 이야기인데, 마침 무대에서는 왕자의 노래 중 〈네 마법의 소리는 정말 놀랍구나〉(Wie stark ist nicht dein Zauberton)가 열창되고 있다. 마법의 소리를 듣고 파미나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된 왕자는 기뻐하고, 객석에 앉아 있는 맥스도 루시아가 살아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미소를 짓는다.
4. 평단의 평가와 영화의 주제
릴리아나 카바니 감독은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등 7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에 필적하는 조명을 받았고,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박해와 고통의 기억을 이용해 관객을 성적으로 자극하려는 천박한 작품”이라고 이 영화를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치즘과 에로스라는 민감한 소재를 결합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새롭고 용기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논란이 된 것은 두 남녀의 관계를 다루는 감상주의적인 태도였다. 〈뉴욕타임스〉의 노라 세이어의 말처럼 두 사람 다 불행한 시대의 희생양이고, 이 영화는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룬 영화처럼 잘못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맥스와 과거 나치 동료들이 모여서 자신들은 정당하다며 자위하는 장면이나, 인적 없는 옥상에 모여 나치식 경례를 나누는 다소 우스꽝스런 장면들을 통해 감독은 그들에게 어떤 동정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다. 맥스와 동료들은 체제의 희생양이 아니라 아직까지 그 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괴물들인 것이다.
맥스를 그리워하는 루시아의 모습도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녀는 수용소 시절 맥스에게 보살핌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성적 학대를 받았고 그 기억이 몸에 아로새겨졌다. 맥스와 루시아가 방에서 처음으로 단둘이 재회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루시아는 맥스를 보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몸싸움을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그녀의 몸에 새겨진 익숙한 폭력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머리로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몸은 폭력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습관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사람은 가해자를 이해하고 옹호한다는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루시아는 폭력에 길들여진 상태다. 감독은 그녀를 통해 내면화된 폭력이 얼마나 씻기 어려운 상처인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수용소 시절 맥스가 루시아의 입에 억지로 손가락을 밀어 넣으려 할 때 거부의 몸짓을 보이다가, 재회 이후에는 그녀가 맥스의 손가락을 직접 자신의 입으로 가져다대는 변화의 모습은 그래서 더 섬뜩하게 보인다.
요컨대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는 반성하지 않은 채 과거를 살아가고 있는 가해자와 내면화된 폭력에 길들어진 피해자의 관계를 남녀의 성적인 구도에 빗대어 담아낸 작품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영화 후반부에 맥스는 루시아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쇠사슬로 묶어두고, 심지어는 자신도 함께 집에 갇혀 은둔생활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집은 낭만적인 사랑의 도피처가 아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와중에 서로를 학대하는 두 사람은 전쟁 중 수용소의 생활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청산하거나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또다시 자신들 스스로가 수용소를 짓고 폭력의 삶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
주요 등장인물
맥스(더크 보거드) : 오스트리아 빈의 어느 호텔에서 야간 지배인으로 일하는 남자. 평범한 호텔직원처럼 보이지만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 소속 장교였다.
루시아(샬롯 램플링) :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이후 유명 지휘자와 결혼하고 삶을 되찾았으나 호텔에서 맥스와 마주치고 충격을 받는다.
클라우스(필립 르로이) : 나치 친위대 출신. 정체를 숨긴 채 전범들의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자신의 죄상이 밝혀지지 않기 위해 루시아를 찾아 없애려고 한다.
버트(아메디오 아모디오) : 전범들의 모임에 소속된 남자 발레 무용수. 맥스에게 동성애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명장면 명대사
버트가 호텔방에서 발레를 추기 시작하고, 맥스는 그를 위해 조명을 비추는 장면.
강렬한 빛에 맥스가 짓눌리는 듯한 모습은 그가 빛(진실)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버트가 춤추는 장면은 이어서 수용소 시절 그가 장교들 앞에서 나체에 가까운 차림으로 발레를 추던 회상으로 이어진다. 그 역시 끔찍한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여기며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루시아가 반나체 차림으로 수용소 장교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마치 뮤지컬처럼 촬영되었다. 장교들 앞을 돌면서 노래를 부르다 자신에게 다가온 루시아에게 맥스는 선물이라며 상자 하나를 내미는데, 그 안에는 루시아를 괴롭히던 간수의 잘린 목이 담겨 있다. 이 장면은 아버지 헤롯왕 앞에서 춤을 춘 뒤 상으로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고 했던 살로메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고통스런 은둔생활 끝에 맥스가 나치 제복을 차려입고, 루시아에게는 유대계 결혼 예복을 입힌 뒤 도주하는 마지막 장면.
이 부조리한 조합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파국으로 귀결된다.
관련 정보
음악
〈Wenn ich mir was wünschen dürfte〉(마를렌 디트리히)
1930~4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를렌 디트리히의 1931년 노래. 루시아가 제복을 차려입은 장교들 앞에서 노래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독일 출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성공한 마를렌 디트리히의 노래를 미국 출신으로 독일군 수용소에 갇힌 루시아가 부른다는 설정이 이채로우며, ‘만약 내가 무언가를 꿈꿀 수 있다면’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가지고 있다. “내가 무언가를 꿈꿀 수 있다면/ 그건 무척 어색할 것 같아/ 만약 내가 꿈꿀 수 있다면/ 조금만 행복하기를 바랄 거야/ 너무 행복해지면/ 슬픔을 원하게 될 테니까”라는 가사가 수용소에서 맥스에 의해 길들여져가는 루시아의 처지와 일맥상통한다.
〈살로, 소돔의 120일〉(1975,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이탈리아의 부패한 권력과 독일의 나치에 의해 자행된 은밀한 폭력과 성적 학대를 다룬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감독의 영화.
〈색, 계〉(2007, 리안) : 리안 감독의 영화로, 반역자와 스파이라는 적으로 만난 두 남녀와 그들을 옭아맨 육체관계를 적나라하게 다뤘다.
[네이버 지식백과]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 [Il Portiere Di Notte] (세계영화작품사전 : 성과 에로스를 다룬 영화,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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