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산은 동해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빛이 변하듯이 하얀 꽃
일 때는 숨어 있어 못 보고 파란 풋감일 때는 잎과 동색이라
못 보고 지난 것들이 홍시가 되어서야 겨우 보게 된 것들을 헤아려 보기 좋다
백두사 대웅전을 오른편에 두고 세운 산불감시초소에서부터
임도를 따라 산책하듯 5분 정도 걸으면 물이 제법 많이 흐르는
계곡 위쪽에 소규모인 일광산 습지에 관한 안내판이 있다.
이습지는 일반적인 웅덩이 형태가 아닌 비탈 지역에 지하수가 유입돼 형성된 독특한 산지형 습지로 멸종 위기 동·식물 2급인 자주땅귀개와 위기종으로 분류되는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등
습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임도 길섶에는 남쪽 바다 해양성 기후가 베풀어 준 도움에 빨간 동백꽃이 피었고,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꽃들이 이름표를 붙이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동해의 볕내를 맡으며 내면에서 올라오는 소리에 귀 기우려 보며 학리에서 들리는 정겨운 뱃고동 소리가 저절로 정상으로 안내한다.
정상은 동쪽에 일광해수욕장,서쪽에 금정산,남쪽은 장산, 북쪽으로 달음산이 손끝에 닿을 듯하여 동서남북 어느 쪽이나 사유하기 좋은 나이를 지난 노인네들이 그런대로 사유하기 좋은 산이다
다시 자신의 체력을 점검하며 옹기종기 모여사는 구절초를 바라보며 바람재로 돌아온다 .
황금사 방향으로 10여 분 걸으면 산새들이 개 짖는 소리에
후드득 나른다. 조심해서 접근하니 잠만 주무시는 듯 한 돌중 한 분이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쌔끼와 동거를 하고 있다
큰 소리로 " 약수 좀 떠갑시다"라고 하면 꼭 제 것 주는 것처럼 "제가 드릴게 그거뿐입니다"라는 되게 나른하고 졸린듯한 목소리가 들리면 개도 짖는 것을 멈춘다. 절인지 폐가인지 모르겠으나 이곳 뒤 암석에서 떨어지는 석관수는 천상에서나 맛볼 수 있는 파란 잎사귀에 맺힌 이슬이 이 맛일 거다.
그기에서 십여 분 걸으면 나오는 정자에서 능선 길 따라가면
왼쪽에 땅속줄기에 양분을 모두 보내 다음 세대 양성에 힘쓰는 맹종죽 향기 가득한 산책로가 있다. 향기를 마시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다 보면 농원인지 과수원인지 나무 막대기를 걸쳐놓은 출입문이 보인다.
그기에서부터 백두사까지 임도를 시멘트로 포장했는데
시멘트가 덜 말라 천막으로 덮어 두었는데 백두사 근처에 오니 천막 없이 폭 3m 정도의 시멘트길 위에 직경 0,5 mm~1,0 mm 정도되는 모래들이 즐비하게 아주 비스듬한 길에 깔려있어 이거 '굉장히 위험하겠다"는 직감이 오는 순간 왼쪽 발을 젖히며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겨우 일어나 집까지 왔는데 다음 날 부산 동래구 충렬 대로 부산 힘찬 병원에서 골절이라고 해서 입원했다.
누구의 과실인가를 생각해 보니 그 길을 관리하는 관이 군청인 것 같아 공사 담당 감독관을 찾았다.공사감독관이 여 공무원
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민원처리였다. 화는 풀리기 시작했다.
내가 주장하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공사 감독관으로 책임지겠다. 그러나 입증은 내가 해야 한다고 "미안하다"라고 이야기한다. " 어떤 방법으로 입증해야 하느냐" "사고 당한 주변 사진 한 장만 하면 된다"라고 한다.
'사진이 어디 있나' 민원 처리하는 모습에 감동하여 도리어 고맙다고 했다
덕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건강검사도 하며 편하게 지내고
건강보험 덕분에 병원비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일론 환자란 신출 기묘한 용어가 탄생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나이론 환자 생활도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