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文 熙 鳳
세상엔 억척스럽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힘들이지 않고 돈 벌려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 사람들의 억척스러움이 나의 가슴에 진한 파문을 일으킨다. 청상과부가 되어 두 아들 뒷바라지하느라고 자기 인생 한 번 멋지게 색칠해보지 못한 여인,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남매를 키우느라 안 해본 일 없이 망가진 몸 추스를 새도 없이 밤을 낮 삼아 뛰고 또 뛰는 여인, 불구의 몸이지만 자식들에게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란 소리 듣게 하지 않으려 덜커덩거리는 몸으로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는 여인의 얘기가 나의 심금을 울린다. 그런 집 자식들의 목소리는 조명보다 밝을 것 같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똑같은 일상에 지쳐간다고 한다. 아침에 눈 뜨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생각에 한숨이 새어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이겨나간다. 억척이로 살아가는 삶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 사람들은 의욕을 잃었다고 느낄 때를 대비해서 ‘너 자신을 믿어라.’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겨놓고 산다.
누군들 자신의 삶에 쓰디쓰면서 짠 소금 같은 마디가 없을 것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슬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이 왜 없을까. 누구나 삶에서 슬픔 하나씩은 등에 지고 살아간다. 그래도 소금같이 짜고 눈물 가득한 슬픔을 이겨 나간다. 캄캄한 밤 애잔한 달빛처럼 슬픔이 몸 안에 숨 쉬는 날들이지만 그런 슬픔조차도 내일은 힘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겨나간다.
많은 선물들을 갖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연륜이지만, 하루하루 힘들다고 투정하는 연륜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짠지 한 조각으로도 밥을 맛있게 먹고, 싸구려 옷 한 벌인데도 입으면 윤이 나고, 낡은 시집 한 권을 가졌을 뿐이지만 위대한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이 존경스럽다.
그들의 고운 미소와 아름다운 말 한 마디는 낯선 이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들의 은빛 미소는 용기가 되며, 어둔 길을 가는 이들에게 등불로 작용한다. 미소 안에 담긴 마음은 배려와 사랑이다.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는 자신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기쁘게 한다. 대가 없이 보내는 미소는 자신의 영혼을 향기롭게 하고 타인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한다. 그들에게는 북돋우고 다독이는 가없는 사랑으로 온몸이 도배되어 있다.
그들은 인생길에서 험한 고개는 몇 번이나 넘고, 깊은 강은 얼마나 건너야 하는 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직 이겨내는 데에서 기쁨을 누릴 뿐이다. 들쑥날쑥한 돌멩이가 있기 때문에 시냇물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자신의 인생도 굴곡이 있기에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 숲속에 각기 다른 꽃과 나무와 동물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창조주는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재능을 골고루 부여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성공이 자신의 과거나 현재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내일의 성공은 오늘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길을 닦지 않는 사람에게 성공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도 마다 않고 앞장서 간다.
사랑이란 내가 베푸는 만큼 돌려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한 사랑을 받으려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먼저 내주면 된다.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 대화가 통하는 사람, 미래의 꿈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영광이다. 아무 말 없이 찻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도 오랜 된 친구처럼 편안한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다. 힘겨운 삶의 넋두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을 만나도 이렇다 저렇다 말없이 가만히 고개 끄덕여 주는 사람이라면 행복을 느낀다. 호수처럼 맑고 밝은 눈빛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다. 언제 만나자는 약속 없이 늦은 밤이든 이른 새벽이든 아무 때나 만나자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은 ‘성공’이라는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늘 촉촉하게 젖어 있고, 산은 온통 진초록이어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