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인 모델은 꼭 필요하다.
주변 환경을 잘 활용하면 더욱 완성도 높은 아이콘이 탄생한다
미니는 축복받은 아이콘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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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인 모델 보유는 브랜드의 축복입니다. '상징적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아이코닉은 아이콘의 형용사형입니다. 아이코닉 디자인, 아이코닉 모델이라는 표현은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디자인 또는 모델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코닉 모델을 믿고 삽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판매량에서 주류가 아니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을 위한 롤모델 역할을 합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코닉 모델은 무엇일까요? 선뜻 생각나지 않습니다. 현대차는 포니로 대중화를 시도했고, 엑셀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뒤를 잇는 아반떼가 전 세계 판매량의 높은 고지를 찍었고 지금은 그 자리를 투싼이 차지했습니다. 인지도 면에서 한떄 국민차로 이름을 날린 쏘나타를 빼면 섭섭하고, 그랜저는 국내판매 1위를 달립니다.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있습니다. 상당히 복잡합니다.
아이코닉 모델 보유가 축복인 이유를 알기 전에 아이코닉 모델을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독특한 디자인 혹은 스페셜 에디션에 마케팅 용어로 아이코닉을 쓰기도 하는데 잘못된 표현입니다. 물론 무엇을 상징하느냐에 따라 아이코닉을 쓸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자동차 모델이 상징하는 것은 브랜드입니다.
아이코닉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는 폭스바겐 비틀입니다. 비틀보다는 골프가 폭스바겐의 아이콘으로 실용적 비중이 크지만, 역사적으로는 비틀과 비교할 수 가 없습니다. 비틀은 히틀러가 국민차 용도로 쓰기 위해 개발을 지시한 모델입니다. 폭스바겐이라는 단어도 국민차라는 의미입니다. 폭스바겐은 가성비 높은 모델을 생산하는 브랜드 철학을 지금까지도 이어갑니다. 브랜드 정체성은 '가성비 높은 대중차 생산'으로 명확히 합니다. 이 정체성을 상징하는 모델이 비틀입니다.
문제는 비틀이 단종 운명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판매량이 시원치 않아서인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코닉 모델을 레트로 디자인으로만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뉴비틀이 출시된 당시에는 옛 모델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는 레트로 디자인이 열풍이었습니다. 그 흐름을 타고 1세대 뉴비틀은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 타깃으로 잡은 부분은 실망이었습니다. 첫번째로 실망을 안겨준 부분은 마초성입니다. 머슬카에서나 봤을 듯한 테코미터가 대시보드 위를 장식했습니다. 외부에는 각진 에지를 표면에 부여해 강한 이낫ㅇ을 심었습니다. 역동적인 현재 디자인을 수식한다고 해도, 비틀의 아이콘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두번 째 레트로를 넘는 디자인 확장의 부재입니다. 이는 또 다른 아이코닉 모델인 미니를 통해 인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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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에 버금가는 아이코닉 모델은 미니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미니이고 정식 모델명은 쿠퍼이지만, 미니는 미니로 통용되기에 미니로 총칭하겠습니다. 미니는 비틀과 다르고 모기업 BMW에 탄탄한 수익을 내주는 디비전입니다. 미니의 아이콘은 작은 외형이지만 효율이 뛰어난 실내 공간과 재미있는 운전 감각입니다. BMW 밑에서 현대화를 거친 미니는 2001년에 등장했습니다. 미니가 지닌 고유한 아이콘을 모두 갖춘 채로 말입니다.
디자인은 프랭크 스티븐슨이 맡았습니다. 스티븐슨은 디자인을 아이콘화하는데 귀재였고 미니에 원형의 연금술을 부렸습니다. 헤드라이트, 사이드미러, 인스트루먼트 패널,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헤드레스트, 도어트림에 원형을 활용헀습니다. 이후 페라리에 머물다 피아트로 넘어가 디자인한 모델이 500입니다. 미니와 마찬가지로 원형을 곳곳에 반영했습니다. 그렇다고 미니와 같지는 않습니다. 500만의 고유한 레트로 분위기는 잘 살아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문 곳이 맥라렌입니다. 이곳에서 부메랑 모양 패턴을 디자인에 접목해 맥라렌만의 정체성을 완성했습니다.
스티븐슨의 손을 거친 미니의 아이콘 베이스는 원형을 패턴으로 한 귀여움입니다.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BMW의 캐치프레이즈도 고전 미니의 아이콘화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성공은 자명했습니다. 그러나 성공은 때로는 자만심이라는 리스크를 불러 일으킵니다. '미니=작다'는 아이콘을 확장해 파생상품을 내놨습니다. 쿠페, 로드스터, 페이스맨 등. 불행히도 결과는 좋지 못헀습니다. 3세대에 와서는 아이콘을 180도 뒤집었습니다 5도어를 내놨고, 클럽맨은 미니가 아닌 미디엄으로 커졌습니다. 미니만의 순수한 아이콘을 파괴했습니다. 결과가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좋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무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리던 6월말, 미니 코오롱모터스 삼성 전시장에서 3.5세데 LCI 미니 론칭 행사가 열렸습니다. 전시장 대부분을 미니로 꾸민 이곳에서 미니는 심화한 아이콘을 자랑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엠블럼입니다. 이건 엠블럼은 입체적 조형이 음영을 만들며 금속 덩어리 질감을 강조했지만, 새로운 엠블럼은 심벌화가 눈에 띕니다. 간단명료하고 단순해졌습니다. 장식성을 거둬내 마치 픽토그램을 보는 듯합니다. 비주얼 그래픽 요소에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입니다. 픽토그램은 단순함 속에 정보를 직설적으로 담아 가독성과 인지도를 높입니다.
오랜 세월 각인된 엠블럼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순화는 더욱 힘듭니다. 투박하게 또는 심심하게 보일 수 있어서입니다. 게다가 변화를 일반인이 인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니 엠블럼은 자연스럽습니다. 엠블럼은 브랜드의 아이콘입니다. 미니 아이콘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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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중심은 디자인인데 그중에서도 크게 바뀐 부분은 테일램프입니다. 유니언잭의 반을 갈라 배치한 테일램프는 콘셉트 모델에서 꾸준히 보여준 결과물입니다. 그 부분을 양산화하니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국기는 국가의 아이콘입니다. 국기를 자동차 디자인에 아이콘으로 활용한 모델은 찾기 힘듭니다. 데칼로 작게 내외장 표면을 장식할 뿐이지, 아예 디자인 구성 요소로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지금 미니가 유일합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국기를 하나로 합친 유니언잭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합니다. 이 오묘한 그래픽화 때문에 전 세계 국기 중에서도 디자인 활용도가 높습니다. 원상태 그대로를 패턴화해 패널 한쪽을 꾸며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미니처럼 분할 응용해도 상징성이 해체되지 않습니다.
비틀의 아이콘화 실패 원인으로 디자인 확장의 부재를 꼬집었습니다. 물론 비틀에 독일국기라도 넣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니는 영국의 아이코닉 모델로 디자인을 확정했습니다. 이런 작업은 한정판 모델 이름에 영국 도시명을 넣고, 드레스업 파츠를 유니언잭으로 꾸미는 등 꾸준히 이뤄져 왔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 과정이 완성에 이른 듯 합니다. 새로운 픽토그램 형식 엠블럼은 미니를 디자인 아이콘으로 상징하고, 다시 미니는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상징합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표현 방식은 같습니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시각화합니다. 사람들은 더욱 쉽고 빠르게 미니를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도 통용되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브랜드를 소비합니다.
왜 브랜드에 아이코닉 모델이 있으면 축복일까? 미니는 비틀처럼 홀로 외롭게 시장에 놓이지 않았습니다. 영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없었습니다. 맨유가 생각나고, 왕자의 결혼식 기사가 스쳐가고, 디자인 명문 RCA와 다이슨 TV 광고가 떠오릅니다. 템스강과 빅뱅, 셜록 홈스의 위트, 그리고 귓가에 아른거리는 아델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디 아델뿐이겠습니까?
얼마 전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했다는 BTS기사가 나왔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남북화해의 현장도 보았습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끈질긴 투지로 세계 1위를 꺾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아이콘은 계속진화중입니다.
이렇게 넘쳐나는 아이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기지가 국내 브랜드에 꼭 필요합니다. 주어진 축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