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수록작
새롭게 바라보고 다시 생각하는 우리 옛이야기
전쟁에 나간 가족을 기다리던 아줌마가 바늘을 먹여 길러낸 ‘불가사리’. 아줌마의 부탁으로 전쟁터에 달려간 불가사리는 쇠를 몽땅 먹어치워 전쟁을 끝내 버린다. 전해지는 옛이야기들은 대개 거기서 끝난다.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뒤, 불가사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 어린아이가 되어 세상을 돌아다닌다는데, 그 아이를 만나면 누구나 행운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불가사리를 기억해』에는 유영소 작가가 옛이야기 속에서 찾은 씨앗으로 새롭게 창작한 단편동화 두 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쇠를 먹는 괴물’, ‘착한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역할에 머물러 있던 존재들에게 저마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어린이 독자들은 ‘익숙하다’고 여겨 온 옛이야기를 낯설게 바라보고, ‘선악이 정해져 있다’고만 생각했던 옛이야기 속 존재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야기꾼인 유영소 작가가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또 다른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옛이야기에 녹아들어 있을까?
사계절저학년문고 71번째 책 『불가사리를 기억해』는 2009년 출간된 사계절아동문고 『불가사리를 기억해』에서 낮은 학년 어린이들이 읽기 좋은 작품 두 편을 골라 글을 다듬고, 이영림 화가의 새로운 그림을 넣은 책이다.
목차
불가사리를 기억해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유영소
MBC 창작동화대상 단편 부문에 「용서해 주는 의자」가 당선되어 동화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겨울 해바라기』로 제1회 마해송문학상을,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로 제4회 정채봉문학상을, 첫 청소년 소설 『규방 탐정록』으로 아르코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 『행복빌라 미녀 사총사』 『불가사리를 기억해』 『알파벳 벌레가 스멀스멀』 『여자는 힘이 세다』 등이 있다. 세상을 구하는 슈퍼히어로는 될 수 없지만 친구는 될 수 있다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날마다 동화를 쓴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러고 싶다.
줄거리
오랫동안 옛이야기를 읽고, 즐기고, 공부한 유영소 작가가 우리 옛이야기 속 씨앗을 바탕으로 새로 쓴 창작 옛이야기 두 편이 담겨 있다. 길러 준 아줌마의 부탁으로 전쟁터에 있는 무기들을 모두 먹어 치운 불가사리는 전쟁이 끝난 뒤 어떻게 되었을까? 산삼이 천년을 묵어 탄생한 어린아이 메산이의 시험을 통과해 산삼을 얻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옛이야기에 우리 시대의 가치를 불어넣어, 어린이 독자들의 삶을 풍부하게 할 새로운 옛이야기를 만나 보자.
출판사 리뷰
‘괴물’의 역할을 맡은 불가사리가 ‘주인공’이 된다면?
표제작인 「불가사리를 기억해」는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쇠를 먹는 불가사리’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한 동화다. 이야기의 주된 요소는 비슷하지만,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불가사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원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옛이야기 ‘쇠를 먹는 불가사리’는 아줌마가 바늘을 먹여 키운 불가사리가 전쟁터에 나가 무기들을 몽땅 먹어치우는 데서 끝난다. 그 이야기에서 불가사리는 은혜를 갚고 사라지는 괴물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만약 불가사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상처를 받고, 분노하는 입체적인 존재였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날 수 없었을 것이다.
유영소 작가는 새로 쓴 이야기 「불가사리를 기억해」에서 불가사리를 주인공의 자리에 놓는다. 자신을 이용하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맛난 것이 잔뜩 있다’는 아줌마의 말을 믿고 전쟁터로 간 불가사리. 무기를 먹어치워 전쟁을 끝냈다고 추켜세우기도 잠시, 임금은 불가사리를 그다음 전쟁에 이용하기 위해 감옥에 가둬 버린다. 속상하고 억울해진 불가사리는 엉엉 울고 소리도 지르고, 아줌마가 찾아와 구해 주기를 한없이 기다려도 본다.
하지만 아줌마는 오지 않았어.
‘다른 사람이라도 좋아. 누구라도 좋으니 와서 나를 구해 주었으면…….’
한 명은 있겠지. 전쟁이 끝났을 때 모두 그렇게 좋아했잖아. 다들 불가사리한테 고맙다고 했잖아. 그중에 한 명만, 한 명만 도와줘!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어. (30-31쪽)
은혜를 모르고 이용만 하려는 사람들에게 지쳐 화가 난 불가사리는 제 힘으로 감옥을 부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줌마는 다른 사람들처럼 불가사리를 괴물로만 취급하고, 두려움에 떨며 아이를 챙기기 바쁘다. 그 모습에 상처 입은 불가사리의 눈물은 읽는 이를 뭉클하게 한다.
은혜를 갚은 존재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는 늘 ‘은혜를 베푼 인간’의 입장에 주목한다. 시련을 이기고, 때로 목숨을 바치며 은혜를 갚은 존재들은 그저 역할을 마치면 이야기의 뒤편으로 사라질 뿐이다. 까치도, 두꺼비도, 불가사리도 마찬가지다. 유영소 작가는 그들을 주인공의 자리에 두었을 때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의 선입견을 과감하게 깨뜨린다. 이러한 시도는 ‘정답’과 ‘선악’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에서 소외되거나 단순하게 그려지기 일쑤인 작은 존재들을 눈여겨보게 함으로써, 독자들이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고 자기만의 해석을 하도록 북돋운다.
새로운 이야기에 담긴 새로운 약속과 철학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은 우리나라 곳곳에 다양하게 전해지는 동자삼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옛이야기를 몇 편이라도 들어 본 어린이라면 아마 남들은 다 어렵게 구하는 산삼을 ‘편하게 구하려고’ 메산이를 찾아다닌 농부가 낭패를 보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아챘을 것이다. 그 욕심쟁이 농부는 메산이가 내건 ‘약속’을 지킬 리가 없고, 약속을 안 지키면 분명히 화를 당하리라는 것도. 약속은 지키고, 은혜는 갚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우리가 읽고 자란 옛이야기에서 이런 가치들은 절대적인 무게를 가진다.
그런데 창작동화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에서는 그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욕심쟁이 농부가, 또 그의 아들이 메산이에게서 ‘산삼을 얻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고픈 메산이에게 밥을 사 주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산삼 밭에서 ‘가장 큰 산삼은 두고, 그보다 작은 산삼을 딱 한 뿌리만 가져가라’는 두 번째 관문에서 아들이 보이는 행동은 이 이야기가 전하려는 가치를 더 또렷하게 보여 준다.
얼른 한 뿌리를 캐려고 다른 산삼들을 살피는데, 아들 눈앞에 자꾸 메산이가 어른거려. 환히 웃는 메산이가 어른거려.
‘가만두면 이 산삼들이 모두 메산이처럼 될 텐데, 어느 뿌리를 캐내 어느 아이를 죽이나!’
그런 생각이 드니까 아들 가슴이 벌렁벌렁 그래. 꼭 체한 사람처럼 명치가 몽글몽글 아파. (84쪽)
분노한 불가사리가 아줌마의 아들 차돌이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 준 것처럼, 농부의 아들은 ‘천년을 묵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차마 어린아이를, 또 언젠가 어린아이가 될 존재를 해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현실을 바꾸어 낸다. 어리석은 어른들 대신 차돌이가 불가사리에게 받은 은혜를 기억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해칠 수도 죽어가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도 없어 엉엉 우는 농부의 아들에게 메산이는 인삼 씨앗을 건네준다. 여기에 바로 유영소 작가 버전의 옛이야기가 전하려는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옛이야기는 전해지는 과정에서 전하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담으며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그렇게 그다음 세대로 이어져 왔다. 유영소 작가는 선조들의 소망과 교훈이 담긴 옛이야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 속에 우리 시대의 가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유영소 작가의 새로운 옛이야기를 읽고 자란 어린이 독자들은 이 이야기들 속에 담긴 가치를 삶의 바탕으로, 당연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