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06803E5E44D73728)
딩아돌하 신인상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광주대학교 졸업생 한경숙 원우님이
작품 [정전기] 외 4편을 통해 등단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심사평 中
한경숙의 '정전기' 외 4편은 일상의 풍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전기'는 우리의 삶 속에서 밀고 당기는 크고 작은 힘들을 성찰하고 있으며, '현금인출기'는 이제 일상화된 금융거래의 한 장면을 낯선 시각에서 포착하고 있다. 돈을 '화장기 진한 천 조각들'로 묘파한 구절이 적실하게 다가온다. '가을목어'는 적막한 절의 한 귀퉁이를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사람의 얼굴에 달이 스만다'와 '그림자'는 유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축하의 말씀을 전해드리는 한편 더더욱 분발하실 것도 당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 새로운 시인을 따듯하게 맞이하여, 더 큰 시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당선소감 <열려라 참깨>
문학을 배워 그동안 생계형으로 글을 쓰며 살아왔다. 잠시 펜을 들지 않았다. 이후 몸과 마음이 아팠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시 '살아있구나'하던 어떤 날 누군가에게 삶의 통로인 혈관이 되어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르는 대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로 성장하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무수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마음의 중심이 된 또 다른 나의 그림자와 늘 기다려준 가족과 남편 그리고 아들 경훈, 세훈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낌없이 응원해주고 마흔의 강에서 다시 찾아온 꿈과 희망을 안겨준 벗들과 심사해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더 감사함을 전한다. 예술과 문학을 통해 공감을 나누고 서로 치유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길 소원한다.
대표작
정전기
작고 사소한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 다른 시간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 지느러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의 냄새가 다른 계절을 불러들인다
지난봄과 여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 바람조차 짧게 지느러미에 머물다 지나갈 것이다
바람의 예감은 바람 너머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해명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사소하고 습관적인 슬픔
제 지느러미를 핥는 바람처럼
순하고 무심한 사람은 울면서 짐승이 된다
이곳엔 별일이 없는데도
취해 우는 자가 많은 도시
누군가의 울음이나 분노는 타인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현기증만으로
여인들은 다 헤어졌고
목 없는 자들은 구호를 외치지 못하고
폭우에 농지를 잃은 농부의 눈동자가 사라진다
사물들이 순식간에 낡아버렸고
바람과 비와 진눈깨비 사이
나는 어딘가를 열심히 문지르고 있다
보푸라기 머리카락 먼지 먼지들
순하고 무심한 것들 구호도 없이
소리도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던 것들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겨
겨우 엉겨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