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유표(經世遺表) 15권 春官修制 科擧之規 2
*도시(都試)의 응시 회수를 4번으로 제한하자고 하였다. 할 만큼 했는데 안되면, 옆으로 비켜서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 길만 길이 아니다. 둘러보면 동쪽으로 난 길도 있고, 남쪽으로 난 길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은 어쨌든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되었으니, 방향을 좀 바꾼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〇 또 생각합니다. 전에 방(榜)에 오른 사람은, 세 번 방(榜)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지난 세 방에 올랐다는 것은, 즉 진사가 된 것이, 자(子)‧오(午)‧묘(卯)‧유년(酉年)으로 네 식년을 지나게 되어 그새 12년입니다. 12년이면 천도가 한 차례 변하는데, 네 번 도시(都試)에 응시하여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면, 역시 그만두어야 합니다. 천하 일에는 한계와 절도 있음을 귀히 여기는 것인데, 종신토록 과거에 얽매여 쉴 줄도 모르고, 흰 머리로 분주하게 목숨걸고 힘껏 싸우는 것은 군자의 행실이 아닙니다. 나라에서 사(士)를 대우하는데 어찌 군자로 표준을 삼지 않겠습니까?
한번 향시에 합격한 다음, 도시에 네 번 응시하고도 합격하지 못하였다면 역시 끝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호연(浩然)한 마음으로 전원에 돌아가서 실덕(實德)을 닦고 실행(實行)을 실천해서, 제 몸을 위하는 학문(爲己之學)에 전심하며 죽는 날까지 천명을 순히 하여 부지런히 선을 행하면, 늙음이 장차 오는 줄도 모를 것입니다. 전원에 농사하고 꽃과 과실을 심어 자손에게 물려주며, 자손을 가르쳐서, 자신이 누리지 못한 복을 기대해보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치선(治選, *과거 외에 인사를 등용하는 방법) 하는 법은 과거에 응시하지 못한 모든 사람을 다 참여시키는 것이니 네 번 응시했다가 물러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당세에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문과만을 하지 못할 뿐이니 어찌 한탄하겠습니까? 무릇 진사로서 네 번씩이나 도시에 응시했으면 으레 그만두게 해서 돌려보내야지 너그러이 보아주어서는 안 됩니다.[만약 상고(喪故)를 당해서 도시에 네 번 응시하지 못한 자는, 계청(啓請)해서 응시하도록 허가한다.]
〇又按。前榜取三榜而止者。取前三榜。則爲進士者。子午卯酉。歷四式年。其間十二年也。十二年天道一變。而四赴都試。終不成名。亦可以已矣。天下之事。貴有限節。終身維繫。不知所休息。白首奔勞。以與命力戰。非君子之行。國之待士。豈不以君子爲準乎。一得鄕試。四赴都試。如是而不得。亦終於不得矣。浩然歸田。修實德焉。踐實行焉。專心於爲己之學。順命於反本之日。孳孳爲善。不知老之將至。治田園種花果。以遺子孫。敎子訓孫。以求不食之報。不亦善乎。況治選之法。凡不赴擧者。皆與焉。則四試而退者。非遂無望於當世也。特不爲文科而已。何足恨哉。凡進士四赴都試。宜遂罷遣。不可饒也。若有喪故。未經四試者。啓請許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