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노동자가 부당한 저임금을 받는 피해를 사회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19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제는 헌법과 법률을 근거로 시행되고 있는데 헌법 32조 1항에서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1조에서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제청한 공익위원 각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고시합니다.
1988년 도입 당시 최저임금은 제조업 상시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만 적용됐다가 모든 산업에 적용이 확대된 것은 시행 후 2년이 지난 1990년이었고, 5인 이상 상시노동자로 확대된 것은 10년이 지난 1999년이었습니다.
모든 산업,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돼 사실상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된 것은 2001년 9월부터였는데 30년 가까이 시행중인 최저임금제에 대한 평가는 정부, 사용자, 노동자 등 각자 입장마다 다를 겁니다.
<최저임금에 관한 한 한국 경제는 유의미한 실험 결과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2019년이다. 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그 이듬해인 2018년의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고, 2019년엔 10.9% 올렸다.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7530원, 8350원으로 높아졌다.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향한 질주였다.
그러자 고용 시장이 정부 기대와 다르게 움직였다. 2017년만 해도 매달 20만~40만 명이었던 취업자 증가 규모가 해가 바뀌자 눈에 띄게 줄었다. 급기야 여름에 사달이 났다. 2018년 7월 취업자는 전년보다 5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8월 취업자 증가는 3000명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진이 이어졌던 2010년 1월(1만 명 감소) 이래 최악이었다. 경제위기 상황도 아닌데 벌어진 고용 참사였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내걸고 문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 급상승 외에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려웠다.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항상 그렇듯 소득을 어떻게 늘리느냐가 관건이다. 소주성은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업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괜찮았다. 하지만 상당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에겐 그럴 여력이 없었다. 법을 어길 수 없는 이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문을 닫든가, 직원 수를 줄이든가. ‘을’과 ‘을’의 전쟁이 벌어졌다.
중소기업, 식당, 편의점, 노래방에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르바이트생도 잘렸다. 법정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 소득 증대로 이어지리라 여겼던 순진함이 빚은 참사였다. 임금 올려줄 돈이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이후 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 2020년 인상률은 2.9%. 문 대통령은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사과했다. 당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의 소득은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다. 그 소득과 비용이 균형을 이룰 때 국민경제 전체가 선순환하지만, 어느 일방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때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진다.” 뒤늦은 반성이었다. 고용 시장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다음이었다.
최저임금 급발진은 한국 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주당 15시간미만의 초단시간 취업자 급증을 빼놓을 수 없다. 법에 따르면 이들에겐 주휴수당, 퇴직금, 연차 휴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자영업자들이 일자리 한 개를 여러 개의 초단시간 일자리로 쪼갰다. 주당 14.5시간 구인 공고가 쏟아졌다.
소득도, 고용 안정성도 충분치 않은 초단시간 취업자 수가 지난 5월 155만 명.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93만 명)보다 62만 명 불어나 있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30%나 된다.
다시 최저임금 협상 시즌이다. 노동계는 26.9% 인상(1만2210원)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동결(9620원)을 주장한다. 물가 오름세가 꺾였다지만 여전히 낮지 않다(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3%).
경영계 주장대로 동결이면 실질 최저임금은 삭감인 셈이다. 문제는 소폭의 인상마저도 감당할 수 없는 소상공인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또 사업을 접거나 눈물을 머금고 직원을 내보낼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소주성의 실패를 겪고서도 변한 것이 없다.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시장 약자가 더 궁지로 내몰리는 모순적 상황도 그대로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자는 소상공인 주장은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근로자를 위한다고 주장하는 ‘소주성 신봉자’가 너무 많다.
내년 최저임금이 또다시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게 될까 벌써 조마조마하다.>중앙일보. 이상렬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상렬의 시시각각, 최저임금과 ‘을(乙)’의 전쟁
임금을 많이 받아서 싫어할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누구나 다 더 많이 받고 싶고 또 많이 받아야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주는 쪽에서는 가급적 덜 주고 싶은 것이 또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법으로 최저임금을 정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더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어서 고용을 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가 높아지면 다른 곳에서 상쇄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용을 포기하는 곳이 자꾸 늘어나고 그렇게 되니 최저 임금을 받기 위한 취업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취업이 아니라 ‘자원봉사’여서 하루에 48000원을 받습니다. 자원봉사인데 무슨 돈을 받느냐고 얘기하겠지만 아침 08시까지 출근해서 16시까지 근무합니다. 출입차량 확인하고 기록하고, 방문하는 사람들 확인하는 일입니다.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교문에 서서 맞이하고 보내는 일을 하고 쉬는 시간마다 3개 학년 복도를 돌면서 아이들에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살펴야 합니다.
저는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에 따라 학교 관리 직원처럼 일을 시키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다른 일을 더 시키더라도 하루 6만 원 정도를 받는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나마 그만 두라고 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어디서나 ‘을’들의 사정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