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94) - 총선은 끝났다. 힘을 모으자.
온 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치열한 혈전을 벌인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레이스가 막을 내렸다. 결과는 야당인 민주연합의 압승과 집권당인 국민의 힘의 참패, 정치권은 물론 주권자인 국민 모두 선거결과를 엄숙히 받아들이고 산적한 국정과제의 효율적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하겠다.
투표 종료후 야당의 압승을 예상한 출구조사 상황
경제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청년실업·고물가 등 우리를 둘러싼 난제들은 정부·여당이 한시도 머뭇거릴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엄중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북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등 국제 정세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겸허한 성찰과 함께 국정 기조를 혁신하고 여야와 소통·대화하면서 나라 안팎의 난제들을 풀어간다면 총선 참패가 오히려 국민에게 다시 새롭게 다가갈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잠언 11장 30절)'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제2의 건국이란 슬로건을 내세웠을 때 다음과 같은 국정수행방향을 제안한 적이 있다.
‘정부수립 후 10여 차례의 개헌이 있었지만 한 번도 변하지 않은 헌법의 기본정신은 헌법 제1조에 명시된 ❶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❷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건국이념에 집약되어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은 너무나 당연한 건국이념의 실현방향이다. 이를 위한 효율적인 국정추진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1. 대통령 혼자서 국정의 모든 분야를 챙길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국정운용의 시스템과 채널이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시급히 개편, 조정되어야 한다.
2. 정부, 기업, 언론, 교육, 문화기관 등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3. 사회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활발한 이벤트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한다.
4.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바란다. 스스로 나서는 자가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천거에 의한 인재등용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 지금도 유효한 처방이 아닐는지.
엊그제 TV 아침프로에 출연한 거스 히딩크 2002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의 모습이 반가웠다. TV 자막에 붙은 표제는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축구지도자, 거스 히딩크.’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축구지도자로 표기된 거스 히딩크 출연 화면
2002 월드컵을 소재로 내가 쓴 책, ‘아들아, 대한의 골키퍼가 되라‘에서 다룬 히딩크의 유명한 어록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였다.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픈 상황, 공동체가 처한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온 국민의 염원인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적을 연출한 리더십이 그립다. 히딩크에 대한 그때의 기록 한 부분,
‘어제 동아일보에서는 히딩크를 칭송하는 각계의 반응을 대변하듯 히딩크는 서쪽에서 온 달마라는 표제를 달아 크게 다루었다. 난제를 풀 해결사로서 달마의 신통력이 그리워서인가? 거스 히딩크에 대한 찬사가 대단하다. 신동아 2002년 4월호에서 스포츠담당 기자는 월드컵 개막 몇 달 전에 히딩크를 위한 변명이란 표제 아래 히딩크의 대표팀 조련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나는 월드컵 개막 이전에 이 리포터 기사를 학생들에게 과제물로 지정하여 이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케 하였는데 월드컵 기간 중 가장 클로즈업된 인물이 바로 히딩크였다. 스포츠기자의 정확한 분석, 평가처럼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 당시의 기사에 서쪽에서 온 달마로 묘사된 시구를 살펴보자.
공놀이하는 달마의 붉은 심장
최동호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전생의 하멜처럼
히딩크는 머나먼 서쪽에서 온 달마
그의 눈길이 머무는 찰나 우리들의 심장 붉게 열리고
그의 손끝이 향하는 곳 승리에 굶주린 전사들이 돌진한다
골문을 향해서 대포알처럼 날아간 포탄이 터질 때마다
용장의 주먹은 하늘 깊은 곳을 꿰뚫는다
지축을 뒤흔드는 사람들아 공놀이하는 달마에게 묻지 마라
그들이 왜 세계의 그라운드를 천리마처럼 질주하는가를
세계의 중심에 백의민족의 열정을 폭죽처럼 피워 올리리니
달마는 왜 왔는가, 달마는 달마가 아니라
푸른 잔디밭에 용수철처럼 튕기다가 멈춘 공 하나
밤새 소리 질러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목구멍에선
새빨간 꽃 한 송이 누구나 환희처럼 피어나고
우리 모두가 승리의 감격을 벅찬 가슴에
영원한 불덩어리처럼 새길 지니 결코 멈추지 마라
승리의 전사들이여,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열두 마리 천마총의 천마들은 바야흐로
암흑의 질곡을 발굽 아래 떨쳐버리고
뭉게구름을 박차며 달려 나가 떠오른 태양이여
아 아 우리들의 영광, 새 세기의 첫 승자여 불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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