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축구는 이강인선수 없으면 뭔가 안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도 이강인 저기서도 이강인이다. 이강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즐거움도 있을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제 22살의 이강인 선수는 지금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가 지금 처한 상황을 보면 그런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이강인은 얼마전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구단으로 이전했다. 마요르카와 PSG와는 액면 그대로 비교대상이 아니다. 구단의 실력차이를 숫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다. 그런 구단에서 이강인은 아직 신입이다. 지금 메시와 네이마르가 떠났다고 해도 PSG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는 구단의 규모가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강인의 개인적인 능력을 높이 산 구단관계자들의 의해 요즘 주전으로 몇 경기 출전을 했다. 하지만 구단 내부의 문제와 융합하지 못하고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감독진에 의해 팀이 요동을 치는 과정에 놓여 있다. 경기때마다 그의 포지션이 달라지고 내부 선수들의 단합되지 못한 분위기가 PSG앞날에 먹구름을 드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주전경쟁이 엄청나게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경기만 실수해도 그대로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이강인에게 더욱 판단하기 곤란한 문제가 들이닥치고 있다. 국가 대표팀 차출 문제이다. 이제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항저우 한국 대표팀 감독은 황선홍이다. 그는 이 대회에서 우승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을 것이다. 한국팀이 우승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가 이강인이라고 그는 판단한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군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강인에게는 달콤한 유혹거리이다. 군 근무로 인한 2년정도의 공백기간이 선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국가대표팀 클린스만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A매치 경기와 내년 1월에 열린 아시안컵 경기 그리고 차기 월드컵 예선전에 이강인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었던 벤투때는 그렇게 불러달라고 해도 외면 당했던 이강인이 아닌가. 하지만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니 이제 서로 못데려가서 안달이다. 하지만 이강인은 홍길동도 슈퍼맨도 아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강인은 몸이 두개 세개라도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차출이다. 지금 황선홍과 클린스만 사이에 갈등과 냉기류가 흐른다. 서로 자신이 먼저 이강인을 쓰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잘 난 두 감독이 아는가. 이강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강인의 가장 시급한 일은 자신이 속한 PSG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렇게 회오리치는 상황에서 주전자리가 쉽게 그에게 떨어질지 너무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자리를 잡고 버티어야 한 자리 나올 상황인데 몇개월동안 이리저리 불려다닌다...게다가 구단의 일도 아니고 자신의 나라와 관련된...정말 구단입장에서는 무시해도 되는 아시안게임까지 선수를 내주고 마음 편한 구단이 어디 있겠는가. 안그래도 지금 구단의 감독 엔리케는 좌불안석인데 말이다. 지금 프랑스 언론에서 엄청나게 두드려 맞는 대표적인 감독이 엔리케 아닌가. 그런데 자신이 보유한 선수를 여기저기서 마구 내놓아라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기분좋게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엔리케 감독에게는 말이다. 그러면 자연히 선수에 대한 믿음도 애정도 식게 마련이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한순간 확 사라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정말 자신의 팀에서 쓰야할 자리에 그 선수가 부재하면 그 다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황선홍 감독과 대표팀의 클리스만 감독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듯 하다. 물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군면제가 가능하다. 그러면 이강인은 편안하게 가고 싶은 구단에서 맘껏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강인 참가하면 우승이 그냥 떨어지는가. 축구는 예외의 경기이다. 아무리 강자라도 패배할 수 있다. 게다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나라들의 대부분은 죄송한 표현이지만 그냥 막무가내식 축구에 익숙한 팀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길 수 없으면 무리한 태클 등 과격한 행동으로 상대선수를 무너뜨리는데 익숙한 부류이다. 능력면에서 월등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를 막기위해 과격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뭐라 할 수도 없다. 소림사 축구를 구사하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우승한다해도 특정 선수가 큰 부상을 입어 앞으로 선수생명이 위태로워지면 감독이 책임지는가. 축구협회가 책임지는가. 국민이 책임지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번 아시안 게임의 참가는 정말 도박이다. 도박중에 그런 도박이 없다. 실력이 비슷하면 과격한 행동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실력차이가 많거나 상대 스타선수를 함몰시키는 것으로 큰 보람을 찾는 그런 팀과 경기를 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천만한 일다. 군면제를 하려다가 축구인생을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국가대표팀 감독인 클리스만도 잘 알아야 한다. 그냥 자신의 위신을 위해 선수를 마구 차출하고 혹사시켜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선수가 가진 특수한 사정도 감안할 줄 알아야 명장이요 제대로 된 감독이다. 일시적인 성적을 위해 지금 막 새로운 구단에서 새롭게 축구인생을 시작하는 선수에게 활동 범위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이강인이 없으면 경기가 안되나. 그말고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이름만 가지고 선수를 평가해서는 결코 명장이 될 수 없다. 이강인을 더 큰 경기를 위해 잠시 놓아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수가 자신이 소속된 구단에서 제대로 된 자리를 얻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불편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굉장한 기량이 발휘되겠는가.
이강인은 이제 22살된 어린 선수이다. 아주 어릴때부터 이름이 나서 그렇지 그는 이제 출발선상에 선 축구선수이다. 그에게 무리한 주문을 하면 안된다. 일단 그가 속한 구단에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그럴때 필요한 것이 축구협회이다. 이럴때 교통정리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바로 대한축구협회이다. 축구의 변방인 한국에서 이강인같은 선수 하나 배출하기가 쉽지 않다. 국민들이 아끼고 보살펴야 겨우 몇년에 한명 구할 수 있는 그런 재원아닌가.지금 당장 이강인이 없다고 한국축구가 몰락하지 않는다. 벤투가 이강인을 그렇게 기용하지 않아도 한국 축구 망하지 않았다. 이강인 외에 유능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도 많고 국외에도 많다. 제발 분위기에 편승해 마구 특정 선수를 차출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지지못하는 그런 우를 저지르지 말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 이강인은 수퍼맨이 아니다. 홍길동도 아니다.
2023년 8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