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스스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부끄러워 하지도 않지만 그다지 자랑스러워 하지도 않는 부류이다. 한국인이 가진 특성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4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4계절을 가진 북반구 나라들 사람들도 한국인처럼 변화무쌍하고 그 흐름이 빠르게 변하는 민족이 없는 것같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그 말은 즉 변화에 민감하고 그 변화에 스스로 급하게 적응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긍정적인 면과 너무 성격이 급변하는 그 요상한 냄비 근성을 함께 언급하는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한국의 진돗개는 명견이다. 한국인이 보기에는 그렇다. 생긴 것도 멋지고 롱다리에다가 스타일도 근사하다. 주인을 따르는 그 충성도와 영특함에서는 타견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이다. 하지만 진돗개는 로컬견이다. 세계의 개가 아니라는 말이다. 세계속 명견 그룹에 진돗개는 포함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진돗개의 성격이 한결같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의 명견이 무엇인가. 그야말로 개가운데 성인군자를 의미한다. 항상 일정한 성격을 유지해야 하고 늘 그런 품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날씨의 변화나 개 자신의 몸 콘디션에 따라 성격이 바뀌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한국의 진돗개는 한국인을 꼭 빼닮았다. 한국 고유의 개 아니랄까봐 성격이 한국인 판박이이다. 기분에 따라 성격이 요동을 치고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격의 성격이다. 이웃이 뭘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며는 배가 너무 아프다. 그래서 이웃이 뭔가를 한다면 만사 팽개치고 따라간다. 소 팔러가는데 개 따라 가는 식이다. 옆집에서 소 팔러가는 데 나 혼자 가만히 있으면 벼락 거지될 것 같으니 개라도 팔러 시장에 가는 것 아니겠는가.
진돗개에 대한 세계속 평판이 나쁘지 않다. 아니 대단히 상위급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컨티션일때는 명견중의 명견이다. 하지만 진돗개는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축 처지면 이유도 모르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니 어찌 최고급 개들을 선택해 떼돈을 벌려는 세계 명견 모임에서 알아 주겠는가. 일단 진돗개는 아웃이다. 골든 리트리버는 맹도견이다. 시각 장애인을 이끄는 리트리버는 대중교통에 답승했을 때 옆사람이 발을 밟아도 반응하지 않도록 진화되어 있다. 그래야 맹도견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년내내 같은 성격을 유지해야 가능하다. 한국의 진돗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성격이 있다. 기분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이 극과 극을 달리니 맹도견이런 것 하지 못한다.
한국 출신 스포츠 스타들이 요즘 많이 발굴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도 그렇고 유럽의 프로축구 선수들도 그렇다. 처음 그들이 그런 리그에 합류했을 때 한국 선수들의 능력이 놀랄만큼 현지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야말로 괄목대상이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무슨 이유에선가 슬럼프를 맞는다. 그의 예외없이 그렇다. 선수치고 슬럼프 없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기복이 심한 선수를 좋아할 감독이 있을 수 없다. 최상급은 아니라도 꾸준하게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는 선수가 감독에게 믿음을 주는 것 아닌가. 하지만 한국 출신 선수들의 상당수는 항상 오랜 슬럼프를 겪는다. 좋을 때는 한 경기에 몇골씩 넣다가 한동안 득점도 못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럴 경우 그 선수는 담당 감독에게 믿음을 절대 주지 못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잘 던질 때는 퍼팩트한 기록을 보이다가 그 다음 경기에서는 무참히 얻어 맞으면 감독은 신임을 주지 않는다. 감독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기복이 심한 선수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런 슬럼프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그 지긋지긋한 슬럼프를 이겨낼 방도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슬럼프와 부진은 선수들을 소리 소문없이 찾아온다. 스멀스멀 어둠이 찾아오듯이 말이다. 부상도 마찬가지다. 부상을 이겨내는 것 그리고 부상을 차단하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스타 플레이어들의 덕목이다.
기복이 심해서 유리한 것도 있다. 이른바 유행에 민감하니 인터넷 등 IT 강국이 될 수 있었고 K-문화가 세계에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년에 4번 찾아오는 그 환절기...그 때 몸도 마음도 요상하게 바뀌니 병도 잘 걸리고 콘디션도 저하되게 마련이다. 기복이 심하니 계절이 바뀔 때 상대에게 말 한마디 잘 못했다가 절연 당하는 경우도 그래서 생긴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낭패를 겪는 경우가 주변에 허다하다. 이런 현상을 세계 탑 글라스의 구단에서는 알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진돗개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국출신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할 때 몸 상태보다 정신상태를 먼저 감안한다고 들었다. 가슴이 아픈 말이기도 하다. 4계절이 뚜렷한 나라의 출신들이 4계절에 휘둘리지 말고 유연하게 그 환절기를 잘 넘기기를 바란다. 국내 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이강인 그리고 김민재 그리고 손흥민 선수 그리고 김하성 선수 등 한국 출신 해외파 선수들에게 바라고 싶은 마음이다.
2023년 8월 23년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