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낙태죄가 폐지된 세상을!
이 글은 에세이일수도 성명서일수도 있다. 낯설수 있다. 여성들의 낙태도 그렇다. 무수한 여성들이 경험하지만 낙태이야기는 낯설다 법과 정책, 종교와 가족제도, 지역, 경제적 능력, 나이, 장애여부나 건강정도에 따라서 낙태는 다르게 경험된다. 그래서 여성들은 자신들의 낙태경험을 ‘말하기’하면서 낙태죄폐지 운동을 해왔다.
낙태경험을 말하거나 들을 때 드는 감정은 설움과 분노다. 설움은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임신이 될 수 있는 몸을 가졌다는 것과 생명을 지웠다는 죄의식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이다. 분노는 임신상대에 대한 것이다. 성폭력으로 임신 된 경우 조차도 임신 책임은 여성이 지게된다.
여성들의 설움과 분노는 이제 그만 중단되어야한다. 낙태한 여성에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비난이나 통제, 처벌이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단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다. 이는 여성시민에게 마땅히 부여되어야 할 기본권이자 인권이다. 여성이 임신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자신의 신체상태를 결정할 기본권을 국가가 침해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낙태죄를 형법에 존치시킨채 예외적 허용사유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것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몰이해다. 입법예고안 소식을 듣고 필리버스터, 집회, 여성선언, 토론회등으로 모여든 여성들이 바람직한 입법방향을 또다시 말해주고 있다.
낙태죄 전면 폐지,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와 정보제공,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포괄적 성교육이다.
입법시한이 7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결정보다 후퇴한 입법예고안을 철회하고 여성의 경험과 외침이 받아들여지는 법과 정책수립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그만 성과 재생산권리 확대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