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눈물이다
내 고향은 충북과 강원도 경계 지역에 있어 억양과 말투는 강원도에 가깝고, 여름철에는 삼시 세끼 감자를 먹었기에 나를 누가 감자바우라고 칭해도 별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친이 경찰관을 그만 두고 농사를 짓게 되시면서 2남4녀였던 우리집 가정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다. 쌀뒤주의 쌀이 떨어지고 보리타작하기 전 일명 보릿고개 시절에는 먹거리가 없어 때론 학교에 점심 도시락도 싸가지 못한 때도 더러 있었다.
이 때 구황작물이 하지 감자였고 이어서 7월 중순 경에는 찰옥수수를 먹을 수 있었다. 당시 100 평 정도 되는 문전 앞밭에 감자를 심었고, 밭 테두리에는 옥수수를 심었다. 1500 평 논 농사와 300평 밭 농사를 지어 우리 가족 여덟 식구 입에 풀칠하느라고 매년 보릿고개를 보리쌀·감자·옥수수·칼국수로 벼 수확하기까지 근근덕신 벼텼던 것 같다.
보리밥은 쌀 한 톨도 들어가지 않은 꽁보리밥으로 먹었고, 점심에는 감자와 옥수수로 떼우는 날이 많았으며, 저녁에는 어머니가 직접 홍두깨로 민 칼국수를 가마솥에 넣고 끓여 큰 대접으로 두 그릇이나 먹었는데 물배로 차서인지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주말에는 논일에 바쁜 부모님을 대신하여 공부하던 내가 달챙이 숟갈로 감자를 까고 연탄불에 양은냄비로 쪄서 동생들과 종종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바 감자하면 나에게는 먼저 종종 배가 고파 눈물을 흘리던 청소년 시절 춘궁기가 떠오른다. 오늘은 그 눈물같은 감자를 산장 텃밭에서 캐는 날이다. 지난 3월 25일 감자를 파종했으니 100일만에 수확하는 셈이다. 옛날 같으면 풀 한번 매면서 북주기 하면 그만이었지만, 요즘은 농사 노하우가 발달하여 ①감자 전용비료로 밑거름하고, ②싹이 나면 상품성을 위해 싹 두개만 남기고, ③감자 꽃이 피면 잘라주면서 추비를 하고, ④5∼6월에는 가물다 싶으면 여러차례 급수를 해야 하고, ⑤6월부터는 감자 비대를 위해 주 간격으로 황산가리 엽면시비를 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정성을 들이니 감자 농사가 잘 될 수밖에 없다. 감자 반 박스를 심었는데 수확하니 20㎏ 10박스에 달하므로 요즘도 구황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저장만 잘 하면 내년 이맘때까지 배가 헛헛하면 굽거나 쪄서 또는 갈아서 감자전으로 먹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오늘 내 건강의 9할은 감자와 옥수수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감자는 몰리브덴·셀레늄·칼슘·비타민C가 풍부하여 피로회복·다이어트·항암·장 건강·뼈 건강·혈행개선에 효과 있다고 한다. 이런 효능이 있는 감자인데 나는 당뇨로 말미암아 아무리 이어서 먹어도 물리지 않는 감자를 요즘 맘껏 먹지 못하고 있다. 달지는 않지만 혈당지수가 85로 높은 편이어서 의사들은 당뇨환자의 경우 적게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제해서 먹어야 하지만, 추억과 눈물의 감자를 재배해서 다수확하는 자체에 대해서 기쁨을 느낀다. 또 가족의 건강에 기여하고 매년 감자를 보내야 할 특별한 한 명의 고객이 있어 애지중지 감자를 재배하게 된다. 특별히 올해는 왕감자가 노다지로 쏟아지는 수확의 날 09:59에 외손자 김은서가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와 안식구와 나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하면서 힘이 드는지도 모르게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에 걸쳐 수확과 갈무리를 마쳤다.
나에게 감자는 가난과 궁핍의 눈물이었는데, 이제는 추억과 환희의 눈물로 변했다. 그리고 인생의 후배들에게는 풍요와 건강을 뜻하는 기쁨의 눈물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2023. 7. 2.)
첫댓글 눈물 어린 보리 고개 시절의 감자 기억을 소환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갈헌 회장님의 올해 감자 농사가 대풍으로 잘 되었다니 축하합니다.
감자 캐는 날 후손까지 얻었다니 겹경사이네요. 7월 7일을 기념일로 정해야 겠네요.
매일 축하할 일이 넘쳐나기를 기다려 봅니다.
감자 농사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산출량은 물론 때깔도 좋고 크기도 고르고...
감자는 눈물의 식량이지요. 감자가 우리나라의 구황작물이란 이야기를 하자,
호주에 이민 온 아일랜드 사람의 어느 한 후손의 이야기가,
그의 선대조 때 아일랜드에 감자 흉작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너무나 가난해진 나머지 호주로의 이민길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지금 그 감자가 풍요와 건강, 환희가 되는 좋은 시대를 살고있네요~
감자가 나오니 아차 하지가 지났구나
를 느낌니다.
건강비결중 하나는 계절식이랍니다
풍성한 감자수확과 같이 갈헌의
건강도 잘 관리되길 바랍니다
외손자(광김) 탄생과 눈물의 감자. 이곳의 감자는 한국 감자와 다르게 분이 없어 맛이 없어요. 껍질 채 감자를 찌면 껍질이 갈라지면서 하얀 분이 나오고 파삭파삭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 감자는 물고구마 같아요. 감자 얘기라면 나도 일가견이 있는 몸. 한 달 내내 감자만 먹었던 기억. 내 몸엔 맞았는지 살이 올랐었지요. 나에겐 영양가 높은 음식. 갈헌이 당뇨때문에 먹고 싶어도 못먹는다고 하니 안타까워요. 삶은 감자 금방 꺼내 껍질 까고 굵은 소금 찍어 한 입에 넣은 다음, 시컴한 열무물김치 어석어석 씹는 식감....아~~여기선 상상만....ㅋㅋㅋ
먼저 손주 탄생을 감축드립니다. 얼마나 기쁘신가요?
배고팠던 옛 시절 생각하면 아득합니다. 소나무 겉 껍질과 목질 사이의 연한 부분을 벗겨내 곱게 찧어 거기다 밀가루를 조금 섞어서 죽을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 국민학교 다니던 때, 철없게도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서 '눈 앞에 기름 방울 같은 동그란 것이 떠다닌다'고 말을 해서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소름이 끼치죠. 그때는 그런 현상이 영상 실조 때문이란 걸 몰랐어요. 자식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듣는 부모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내립니다.
갈헌회장님! 외손자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감자 캐는 모습과 외손자의 탄생, 기쁨을 거둔 보람이 느껴지네요.
감자 수확하는날
외손녀 김은서가 태어났군요
축하드려요
제 손녀딸과 이름이 같아요
지난 주일에는 간신히 익은 옥수수를 따다가
쪄 먹었지요
제가 7월을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옥수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감자, 옥수수, 보리밥, 칼국수는 어렸을 때
추억과 함께 먹는 별미예요.
감자를 캐면서 추억을 소환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