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회가 사랑스런 부부애와 친구들의 우정을 바탕으로 화합하며 뭉쳐진지도 어언 40년이 다가옵니다.
지기회의 40년 역사라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온 그동안의 회원들 노고가 여실히 흠뻑 배어있음을 보게 됩니다.
나는 그 숱한 세월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지기회 회원의 한사람으로써 자부심을 갖는 것은 물론이요 내 삶의 한부분으로 여기게끔 지금까지 서로 보듬으며 도와온 회원 모두들에게 경의와 감사함을 표합니다. 모르긴해도 이러한 나의 진심어린 생각은 회원 모두가 비슷한 공감하는 바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지기회를 대할때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이 생각나는건 너무 자만의 여유일까요? 그많큼 지기회에 대한 신뢰는 내 개인적으로 지대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모임을 통해 무심히 간과하는 일들은 없었는지 평탄한 대로를 느긋하게 달리는 중후한 승용차로 여겨 나태한 마음은 없었는지 스스로 반성의 기회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어 새삼스럽게 이 글을 몇자 올려 봅니다. 최근 일련의 지기회내에 작은 파장이 일어나 회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 일도 있었고 해서 차제에 언젠가 닥칠 또 다른 우리의 마찰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처세를 해야할 지를 개인적으로도 깊이 고민해 봅니다. 이번 지기회내에 파장을 불러온 문제 역시 만나서 대화를 해 본 결론은 이 모두가 서로간의 배려심 부족과 오해, 그리고 견해차가 빚어진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서로가 조금만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만 있었다면 굳이 일어날 일도 아니어서 대화후에 풀려버린 결과는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속상함이 그저 허탈하고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게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러한류의 갈등은 우리사회 어느 모임이든 흔히 있을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젖는줄 모른다고 이러한 갈등이 빈번한 모임은 오래가지 못하고 풍비박살이 나게 되어있지요. 지기회가 오랜 세월을 꿋꿋하게 지켜온 그 저력은 어려운 시기가 닥칠때마다 발빠르게 지혜로운 회원들의 현명한 대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도리어 애가 되어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만은 안그래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나도 모르게 어느덧 잔소리가 잦아지고 조그만 일에도 곧잘 삐치는 그야말로 유치할 정도의 애같은 행동을 보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지금부터가 딱 우리가 그런 나이에 들었습니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남탓을 하고 내가 저지른 잘못은 그럴수 있는 일이고 남이 하는 잘못은 용서가 안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을 보이게 됩니다.
대화 역시도 내 목소리는 한없이 커지는데 남의 소리에는 마지 못해 듣거나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한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도 나가기 귀찮아지고 다함께 즐거운 모임을 위한 장소를 선택하기보다는 이동이 편안한 곳을 적당히 정하고 모임에 나가도 나의 행태는 모든 피로를 혼자 짊어지고 산듯이 늘어진 행동을 합니다. 누구는 돈이 남아돌아 여유로워 친구들에게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일까요? 또한 누구는 늘상 바쁘다는 이유로 싸오는 음식마저도 준비하지 않고 맨손으로 털래털래 나올수 있을까요? 과연 이러한 나의 행동이 다른 회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입장을 바꿔서 보면 서로를 염려하고 위하는 자세를 저버린 이런 성의없는 모임에 누군들 다시 나오고 싶을까요? 적어도 지기회 초기에는 친구들을 위해 서로들 대접하려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었고 먼 지방에 떨어져 있었어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때부턴가 슬슬 불참의 이유가 생겨나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아예 대놓고 모임을 빠집니다. 지금 기억을 해보는데 나같은 경우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목동아파트단지내 상가에서 슈퍼마켙을 할 때였습니다. 슈퍼는 하루라도 문을 닫으면 않되는 곳이라 처음 인수할 당시 지기회 모임과 연관지어 망설여 졌지만 어쩔수 없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월 모임에 부부가 함께 하지 못하고 부득이 한사람만 벌금을 내면서 참석을 하였습니다. 잦아지는 지방 일 때문에 모임에 불참한 장정일 회원도 벌금은 내었고 심지어는 3회 합산 벌금도 수차례 낸 걸로 기억합니다. 김영락 회원도 거주지 온양에서 모임에 참석키 위해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았었고 설령 참석을 못했을시 벌금을 내곤 하였습니다. 이때까지도 누구하나 당연시하며 이들의 입장에서 편의한번 논하지 않았던 지기회가 어느때부터 형편을 운운하면서 억울하다며 벌금제도를 없애버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들 불만의 토로없이 지금껏 잘 지내온 것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어려운 환경과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지기회원들은 모두의 것을 챙겨왔고 내것보다는 모두의 것을 우선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모임때마다 새벽잠 설쳐가며 친구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드는 감사한 손길들이나 비록 남의 눈엔 어떻게 보였을진 모르겠으나 사업하는 내가 줄곧 몇번째 일부러 차를 12인승 승합차를 선택해온 것도 사실 지기회의 모임을 염두에둔 큰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각자의 소소한 성의와 노력이 40년을 지탱하는 지기회의 저력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또 한번의 시련을 넘기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다른 욕심이야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라 하지만 적어도 지기회 모임에서는 회원들 모두가 욕심의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친구들을 위한 봉사의 날로 생각합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절실해 지는건 찐한 우정을 나눌수 있는 친구의 존재입니다. 아직은 일과 그 일이라도 할수있는 힘이 있으니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겠지만 과연 우리가 앞으로 몇년을 더 활동할 수 있을까요? 불과 몇년뒤에 일어날 우리의 현실은 불을보듯 뻔합니다. 무기력 외로움 허망함이 봇물터지듯 할 때 옆에서 친구들과 얘기라도 하며 소일 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일테고 좌절의 시기에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해주는 오랜 친구들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며 걱정하며 즐거운일 찾아 나설때 더욱 보람있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우리들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에게는 지기회라는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누구보다도 부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우리들을 위한다면 이에 걸맞게 각자 그동안 찌들은 먼지들을 훌훌 털어내고 처음의 지기회처럼이야 힘들겠지만 그런 비장한 마음을 굳게 다지며 새로운 각오를 가슴에 새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