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미리보기 맛보기
2018. 6. 금계
7. 유달산
6월 29일 새벽, 오늘은 등산하려고 자전거 타지 않고 택시를 타고 유달산 입구에서 내린다. 확성기 소리를 따라가 보니 노적봉 예술공원 광장에서 부지런한 시민들이 기공체조를 하고 있다.
나 국민학생 때 교과서에 노적봉과 영산강 이야기가 나온다. 영산강에 횟가루를 뿌려 왜적들이 쌀을 얼마나 씻기에 뜨물이 이렇게 많이 흘러오느냐고 놀라게 했고, 저 노적봉에 볏짚을 둘러 바다의 왜적들이 웬 노적을 저리도 크게 쌓았느냐고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 이순신 장군이 전략 전술에 능통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겄제.
유달산 입구를 막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 동상이 노적봉을 바라보며 서 있다.
하얀 퀸메리 호가 9시에 목포항에서 제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쪽 운동장이 유달초등학교. 그 뒤 산 쪽이 서산동. 바다에 흐릿하게 아침 안개가 끼었다.
유달산 기슭의 학암사. 지금은 받지 않지만 예전에는 계단을 밟고 유달산 입구에 올라가면 입장료를 받았다. 조그만 산 오르는데 입장료가 뭐냐고 억울한 사람들은 이 골짜기에서 올라가면 입장료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오포대. 예전에는 시계가 귀했다. 정오가 되면 유달산에서 시민들한테 요란한 대포소리로 시각을 알려주었다.
올려다 보이는 정자가 달선각.
남쪽을 내려다보니 아리랑고개 가는 길. 뒤에 보이는 산 오른쪽에 아리랑고개가 있다.
어린이헌장탑 언저리의
소나무 연리지(連理枝)
나와 의형제를 맺은 최 선생의 시가 생각났다.
연리지 (최기종)
은적산 능선 삼거리에서
아내와 둘이서
결이 통한 때죽나무
연리지를 보았다.
살가죽을 맞대고 비집고 들어차서
한 나무가 되어버린 가시버시
때죽나무에게도 사랑이 있었나보다.
(하략)
어린이 헌장탑.
이난영 ‘목포의 눈물’ 노래비.
-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노적봉 너머 삼학도. 새벽안개로 바다가 뿌옇다.
삼학도에는 슬픈 사랑의 전설이 전해져 온다.
유달산에서 장수가 무공을 닦고 있었다. 장수를 흠모한 섬 아가씨 세 명이 유달산으로 올라왔다. 무공을 다 닦으면 내려가겠노라고, 그 때 만나도록 집에 돌아가 있으라고 설득해서 내려 보냈다. 아가씨들이 배를 타고 떠나가는데 무공이 약해질 것을 염려한 장사가 유달산에서 강궁을 쏘아 아가씨들이 탄 돛단배의 돛대를 맞혀 쓰러뜨렸다. 배가 침몰하고 그 자리에서 세 마리의 학이 날아오르다가 떨어져 세 섬이 되었다.
유달산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본 시가지 모습. 예전에는 이 유달산 산기슭 집들이 대부분 초가였다.
안개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유달산 일등바위 (해발 228 m)
유달산 올라가다 보면 처음 만나는 정자, 달선각(達仙閣). 여기에서 잠시 쉬면서 발아래 펼쳐진 항구와 시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천자총통 발포 체험장.
유달산과 삼학도 사이에는 세종 21년 만호진을 설치해 100명이 주둔하면서 영산강 입구를 지켰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107일 동안 고하도에 주둔하면서 군사를 단련시키다가 완도 고금도로 옮겼다. 천자총통은 가장 큰 총통으로 1200보(960m)를 날아갔단다. 거북선에 장착하여 왜선에 큰 타격을 주었단다.
달선각에서 더 올라가면 유선각(儒仙閣).
유달산의 처음 이름은 그냥 ‘달’이었다. ‘달’이란 순우리말로 ‘산’이라는 뜻이었다. ‘달’이 밋밋했던지 ‘달산’으로 불렀다. 뜻이 겹쳐진 셈이다. 거기에 또 누군가가 점잖게 ‘유’를 덧붙여 유달산(儒達山)이 되었단다.
달(산) > 달산(산산) > 유달산
유선각 평상 위에 앉아서.
현재 유달산에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 별세하신 목포 환경운동의 대부 서한태 박사께서는 수십 년 전부터 유달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해 오셨다. 걸어서 올라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낮은 산에 웬 케이블카냐고, 산에다 철탑을 세우고 줄을 걸치면 빨랫줄 걸린 것처럼 보기 흉해서 자연 경관을 해친다고 누누이 역설하셨다.
그러나 결국 관광 경제 논리에 밀려 수십 년 만에 정말로 철탑이 세워지고 머지않아 완공되리라 한다.
기왕에 세워지면 적자나 보지 말기 바란다. 또 환경보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관운각 (觀雲閣). - 구름을 구경하는 정자. 구름을 구경하기는커녕 안개구름에 휩싸여 관운각조차 똑똑히 보이지 않는다.
유달산 꼭대기 마당바위에 오르니 아침 안개가 듬뿍 끼었다.
마당바위라지만 실제로는 마당처럼 평평하거나 넓지는 않다.
일등바위로 올라가는 바윗길. 생각보다 조금 험하다.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내려다본 고하도. 바다 건너 길게 뻗은 산이 고하도. 고하도 산 너머 평평한 곳이 목포 신 외항. 거기에 세월호가 안치되어 있다. 신 외항 바다 너머로는 화원반도.
일등바위에서 내려다본 신안비치호텔. 결혼식이 자주 열리는 목포 대표 호텔.
유달산에서 가장 높은 일등바위 꼭대기. 해발 228 m밖에 되지 않지만 바로 아래가 바다인지라 내려다보면 꽤 높고 아슬아슬해 보인다.
일등바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목포 해양대학교와 목포대교.
한때 ‘불 시장’으로 불리는 시장이 있었다. 목포 구도심에다 루미나리에를 설치하여 밤마다 거리를 휘황하게 장식하고, 유달산에도 사방에 이런 조명등을 설치하여 토요일, 일요일마다 일등바위 이등바위를 훤히 밝혔다. 모든 공사에는 환경보전, 생태계보전이라는 시시비비가 따라다닌다.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내려다본 이등바위.
화면 중간쯤 목포대교 가까이 고하도 섬 오른쪽 끄트머리가 용머리(龍頭)
용두귀범(龍頭歸帆) - 용머리를 돌아 들어오는 돛단배, 목포8경 가운데 하나.
일등바위와 이등바위의 중간쯤, 소요정(逍遙亭)에서 따끈한 커피를 한 잔 사 마시며 쉬었다.
소요정에서 이등바위를 에돌아 어민동산으로 내려오는 데에도 꽤 시간이 소요된다.
어민동산의 노를 젓는 어민상. 어민동산은 목포 어민들의 망혼을 위로하고 어민들의 무사와 풍어를 기원하기 위하여 조성되었다. 또 이 동산은 벚꽃 필 때가 아름다워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어민동상 아랫동네의 시골스런 풍경.
해양대학교 쪽에서 올려다본 유달산 이등바위.
그러고 보니 유달산 사진 찍으며 갈고 다닌 게 벌써 네 시간이 넘었다. 꽤 피곤하다. 이제 시내버스 타고 집에 가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