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게 2
J
하얗게 포말이 부서지는
갯바위 옆에 앉아
넋을 놓고 무심에 빠지고 싶어
끝없는 바다 수평선을 보며 모래톱을 따라
그리움을 그리고 싶어
예쁜 범선 카페 창가에 앉아
사랑 우정 미래 우리의 얘기
저 햇살이 듣지 못하게
도란도란 나직나직
영일만에서 칠포 지나 강구항까지
시원한 바람 맞으며
꼬불꼬불 국도를 달리고 싶어
오래전 엊그제 같기만 한
두려움으로 첫 운전을 한
잊지 못하는 그곳
따스한 마음 가득 싣고 천천히
우유로 치즈를 만들듯
여유를 우리 옆자리에
태우는 거야
듣도 보도 못한
조급한 감염병이 판을
치지 못하게 선수를 치는 거지
J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선택받은 우리라는 것을
알면 해답은
조금은 느슨해지지
너와 나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의 슬픈 전설을 비껴가
만날 수 있으면
손잡을 수 있다면
우리의 우주가
광활한 공간이 아니라
아담하고 따스한 별이라는 것을
안방 아랫목에 묻어둔
감주 단지같이 기다림이
기쁨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