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개울가를
오늘은 오랫만에 청계천 개울가로 접어든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8번 출구에서 고교동기생 여섯명이 합류를 한다.
그 이름도 거룩한 " 재빠기 조단서 막사리 뻐드타 엉카페 무무 "등이다.
2023년 11월 11일(토) 오전 10시57분를 가리키고 있는 시각이다.
천천히 걸으니 오른편에는 서울운동장으로 축구장과 야구장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그때 그모습은 온간데가 없다. 완전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 되어 있다.
60여년전 동북중고등학교 시절이다. 축구장에서는 수시로 축구경기가 열리곤 하던 곳이다.
언제나 중고등학교 축구결승전에는 거의 동북중학교와 동북고등학교가 결승에 오른다.
본교생 전원이 결승전 응원에 참석이다. 손에는 나무 딱딱이를 거머쥐고 관중석을 채운다.
" 남산에 정기 뻗혀 장충단 위에 희망의 종이 우는 배움의 마을
정의에 길을 밝혀 민족의 등불 나날이 커나가는 대한의 동북
성실한 꽃송이 피고 또 피여 세게에 알리세 길이 빛내세 "
교가를 부르짖고 있는 전교생들의 교가와 응원가는 서울운동장을 흔들고 있다.
" 슛 ~~~ 슈우웃 ~ 슈웃 ~~~ 슛 " " 야~아 ~~~ 꼬~오 ~올 ~인 ~이다 " " 만세 ! 만세 ! 만만세 ! 동북 만세 ~~~~"
목이 터지도록 부르짖는 굉음에 골대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바로 옆에는 상대팀인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출렁이고 있다. 서로가 흥분하여 맞부닥치는 순간도 피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응원하고 있던 딱딱이가 하늘을 치솟으며 상대팀 학생 귀싸대기를 가차없이 후려 갈기기도 하리다.
경찰들이 출동하여 두팀을 갈라놓기도 하지 않는가.
결국 3대 0(빵)으로 승리의 컵을 거머쥔다. 밴드부의 우렁찬 나팔소리에 건들거리며 행진이다.
지금의 장충동 앰베세더호텔 건너편에 있는 동북중고등학교까지 걸어서 들어간다.
" 응원가 교가 동북 동북 동북 만세" 를 부르며 세상 모든 것을 품에 안은 기분이렸다.
이런 모습이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계속되곤 하던 곳이다.
오늘 이곳을 스쳐지나가는 노객들의 추억이 새롭기만 하리다.
바로 평화시장을 마주 하고 있다. 판잣집이던 이곳이 철근으로 바뀌었을 뿐 별로 바뀐 모습이 아니다.
1964년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1학년 2학기때일게다.
" 등록금이 없으니 휴학을 하거라 "내 아버님의 한마디이다.
" 절대로 휴학은 안~할~거~야~요 ~" 울며 딩굴고 있는 맏아들 녀석이다.
" 공부는 죽을때 까지 하는 것이니께니 어찌 해줍세다 " 오마니의 한 말씀이 아들의 삶을 바꾸는 순간이 아닐까.
아버님 손을 잡고 그 당시 평화시장 회장을 찾아간다.
" 야 ~ 래 휴학을 하라해도 절대 안한다니 어쩌겠는가." 아버지 말씀에 순순히 등록금을 주신 그분이다.
이북 고향에 있을 때 먹을 것이 없으니 가끔 내 오마니에게 찾아오곤 한 분이란다.
오마니는 듬쁙 듬쁙 보리밥이라도 한그릇 내여주셨다고 한다. 그 은혜를 잊을 수 없기에 베푼 화답이 아닐까.
이 순간이 없었으면 "최정남"이라는 학생의 인생은 어찌 되었을까. 상상키도 싫은 아픔의 칼날같기만 하다.
이러한 아픔을 간직한 평화시장이다. 건물 앞에서 몇컷의 폰을 누를뿐 무슨 방법이 없다.
그당시 그분은 아마도 벌써 저 머나 머 ~ 언 곳으로 하직했을 터이다.
" 고맙습니다 " 여태껏 한번도 찾아뵙고 인사 한번 드리지 못한 멍청한 모습이 가슴을 저밀고 있다.
이처럼 청계천은 평생 잊을 수도 지울수도 없는 인생 길을 밝힌 등불이 아닐까.
바로 앞에 전개되어 있는 동대문 앞에 선다.
근처에는 기동차 종점이 있던 곳이다.
흥인지문(興仁之門)은 도성의 동쪽에 있는 정문으로 조선 1397년 태조가 건립한 것이다.
지금은 동대문(東大門)으로 불리우며 서울 종로구 종로6가에 있는 보물1호이다.
청계천6가 오간수교 아래로 개울가로 들어선다.
오리 몇마리가 물결을 거슬러 먹이를 찾고 있다. 개울 건너편에는 공사중으로 건너 갈수도 없다.
배오개다리 세운교 관수교 밑을 통과 한다.
모전교 광통교를 올라선다. 도중에 걷고 있는 중에도 힘들어 발이 안떨어진다는 소리도 스친다.
지금 폰에는 오후 12시 30여분이다. 그래도 종각역을 거쳐서 중앙청이 있던 경복궁으로 향하리라.
혼자만의 생각대로 될리가 만무하다. 등에는 땀은 커녕 걸었다는 느낌도 없다.
두녀석이 종각역 근처 맛집으로 향할뿐 대답도 없다.
오후 2시 30분 이후로 예약한 중식당이다. 방법은 없다. 전화로 물으니 오후 1시경도 가능하단다.
울며 겨자먹는 모습이지만 어찌할 건가.
몇가지 음식을 식탁위에 올린다. 짜릿한 알콜의 향기는 피할수 없는 동기들 메뉴이다.
"깔깔 낄낄 껄껄 킥킥 헤 헤 호 호 흐 흐 "웃음소리가 가로등을 흔들고 있다.
술잔의 부딫침은 거듭되고 있다. 떠들어대는 잡담의 흙탕물에 맹물을 들이키는 느낌이 아니랴.
2023년 11월 11일 동기회 장 최 정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