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평신도는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가리킨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의 역할을 크게 부각하면서, 평신도를 통하여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러한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1968년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지금은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단체 협의회’)의 결성과 더불어 해마다 대림 제1주일을 ‘평신도 사도직의 날’로 지내기로 하였다.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사도직의 사명을 거듭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뒤 1970년부터는 연중 마지막 주일의 전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내 오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중 마지막 전 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정하면서 2017년부터 한 주 앞당겨 지내고 있다.
오늘은 연중 제32주일이며 평신도 주일입니다. 부활이요 생명이신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도 살리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삶과 죽음에서 복된 희망을 품고, 우리 마음에 심어 주신 성자의 말씀을 착한 행실로 열매 맺는다면,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제1독서
<온 세상의 임금님께서는 우리를 일으키시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실 것이오.>
▥ 마카베오기 하권의 말씀입니다.7,1-2.9-14
그 무렵 1 어떤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채찍과 가죽끈으로 고초를 당하며,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임금에게서 받은 일이 있었다.
2 그들 가운데 하나가 대변자가 되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를 심문하여 무엇을 알아내려 하시오?
우리는 조상들의 법을 어기느니 차라리 죽을 각오가 되어 있소.”
둘째가 9 마지막 숨을 거두며 말하였다.
“이 사악한 인간, 당신은 우리를 이승에서 몰아내지만,
온 세상의 임금님께서는 당신의 법을 위하여
죽은 우리를 일으키시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실 것이오.”
10 그 다음에는 셋째가 조롱을 당하였다.
그는 혀를 내밀라는 말을 듣자 바로 혀를 내밀고 손까지 용감하게 내뻗으며,
11 고결하게 말하였다. “이 지체들을 하늘에서 받았지만,
그분의 법을 위해서라면 나는 이것들까지도 하찮게 여기오.
그러나 그분에게서 다시 받으리라고 희망하오.”
12 그러자 임금은 물론 그와 함께 있던 자들까지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그 젊은이의 기개에 놀랐다.
13 셋째가 죽은 다음에 그들은 넷째도 같은 식으로 괴롭히며 고문하였다.
14 그는 죽는 순간이 되자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켜 주시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사람들의 손에 죽는 것이 더 낫소.
그러나 당신은 부활하여 생명을 누릴 가망이 없소.”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주님께서는 여러분의 힘을 북돋우시어 온갖 좋은 일과 좋은 말을 하게 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2서 말씀입니다.2,16─3,5
형제 여러분, 1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또 우리를 사랑하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영원한 격려와 좋은 희망을 주신
하느님 우리 아버지께서,
17 여러분의 마음을 격려하시고 여러분의 힘을 북돋우시어
온갖 좋은 일과 좋은 말을 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3,1 끝으로 형제 여러분,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주님의 말씀이 여러분에게서처럼 빠르게 퍼져 나가 찬양을 받고,
2 우리가 고약하고 악한 사람들에게서 구출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모든 사람이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3 주님은 성실하신 분이시므로, 여러분의 힘을 북돋우시고
여러분을 악에서 지켜 주실 것입니다.
4 우리는 주님 안에서 여러분을 신뢰합니다.
우리가 지시하는 것들을 여러분이 실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실행하리라고 믿습니다.
5 주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이끄시어,
하느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인내에 이르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27-38
그때에 27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물었다.
28 “스승님, 모세는 ‘어떤 사람의 형제가 자식 없이’아내를 남기고 ‘죽으면,
그 사람이 죽은 이의 아내를 맞아들여 형제의 후사를 일으켜 주어야 한다.’고
저희를 위하여 기록해 놓았습니다.
29 그런데 일곱 형제가 있었습니다.
맏이가 아내를 맞아들였는데 자식 없이 죽었습니다.
30 그래서 둘째가, 31 그다음에는 셋째가 그 여자를 맞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일곱이 모두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32 마침내 그 부인도 죽었습니다.
33 그러면 부활 때에 그 여자는 그들 가운데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일곱이 다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으니 말입니다.”
34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간다.
35 그러나 저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36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37 그리고 죽은 이들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모세도 떨기나무 대목에서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 주었다.
38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또는>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27.34-38
그때에 27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물었다.
34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간다.
35 그러나 저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36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37 그리고 죽은 이들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모세도 떨기나무 대목에서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 주었다.
38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영성체송
시편 23(22),1-2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
<또는>
루카 24,35 참조
빵을 나눌 때, 제자들은 주 예수님을 알아보았네.
영성체 후 묵상
“온 세상의 임금님께서는 당신의 법을 위하여 죽은 우리를 일으키시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실 것이오.” 조상들의 법을 어기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일곱 형제의 굳건한 신앙을 본받읍시다.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성체로 힘을 얻고 감사하며 자비를 바라오니
저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성령의 힘으로 저희 삶을 변화시켜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2021년 11월부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요청으로 오늘의 묵상 제공을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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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6. 연중 제32주일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살레시오회♡
환자들에게 좀 더 잘 해주었더라면...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즉시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늘 그립고 존경하는 선우 경식 요셉 원장님(1945~2008)께서 안중근 토마스 의사에 이어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인 평신도로 선정되셔서, 기림 미사가 봉헌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셉 원장님은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병은 무료로 치료해 주셨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았던 탓에, 2005년 위암이 발병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그는 병세가 깊어가면서, 극심한 통증으로 힘드셨지만,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평생 해오시던 무료 진료를 계속해나가셨습니다. 2008년 4월 15일(화) 의식을 잃고 쓰러지신 후, 4월 18일(금) 선종하셨는데, 쓰러지시기 불과 나흘 전까지 미사에 참석하시고, 진료를 하셨습니다.
요셉 원장님께서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결혼까지 포기하셨습니다. 그분은 저희 수도자들이 크게 부끄러울 정도로 영적 생활, 기도 생활, 청빈 생활, 나눔 생활에 투철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노숙인, 부랑인 환자들의 육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전인적인 치유, 자활, 특히 영적인 치료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대형 종합병원에서, 아니면 개원의로서 여유 있고 편안한 삶을 사실 수도 있었는데, 요셉 원장님께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변방, 가장 낮은 곳에 병원을 세우셨습니다. 다른 종합병원에서는 우리 사회 거물급 인사, 갑부들을 VIP 고객으로 모시려고 다들 혈안인데, 그에게 VIP 고객들은 노숙인들, 외국인 근로자들, 가출 청소년들,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짧은 생애였지만 위대하고 놀라운 사랑의 업적을 남기신 요셉 원장님이셨지만, 말년에 늘 이런 고백을 서슴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그분으로부터 직접 들은 말씀입니다. “환자들에게 좀 더 잘 해주었더라면...”
요셉 원장님은 피를 흘린 순교자는 아니지만, 땀의 순교자, 일의 순교자임을 확신합니다.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는 피를 흘린 순교 성인들은 흘러넘칩니다. 이제는 그분처럼 사랑의 순교자, 즉 삶을 통한 증거자가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살아생전 평생토록 지상의 빵, 세상의 빵이 아니라, 생명의 빵,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을 추구하셨던 선우 경식 요셉 원장님께서는 분명히 지금 이 순간, 그토록 그리던 천국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주님 품안에 안겨, 그분께서 나눠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빵을 원없이 드시고 계시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또 다시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며 요셉 원장님을 기억합니다. 그는 평신도로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어떻게 그리스도를 증거할 것인가를, 온 몸과 마음으로 증거하셨던 좋은 모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