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께 얼굴이 되어
이심훈
밖에서 들어오는 내음보다
안에서 풍기는 냄새가 더 고약하다.
차 안에 벗어 둔 여분 마스크에 밴
한갓 오래된 악취에 불과했나 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 갇혀 역겨워진 입 가리개
묵은 더께 얼굴이 된 페르소나
밖에서 들어오는 것들 때문에 쓴다고
어쩌다가 착각하며 산 무수한 나날들
내 냄새는 모르고 네 냄새만 꺼리다가
내 탓이 네 탓이 된 생각의 바이러스
탐욕스런 소에게는 부리망을 씌웠다.
감사나운 개에게는 입마개를 씌웠다.
타인을 위해 마스크를 쓴다는 생각을
한 번 해본 적 없이 오로지 나를 위한
편협한 욕망이 시룻번으로 들러붙은
자기사육화된 탐욕스런 가축이거든
그대 내 욕망에 부리망을 씌워주오
잘못 길들인 못 미더운 짐승이걸랑
그대 내 승깔에 입마개를 씌워다오
치장하던 현란한 잎새 모두 떨구고
한겨울 알몸으로 산비알에서 버티며
마스크 한 장 두른 적 없는 꽃눈 잎눈
뾰조록이 돋아 옹알이하는 생강나무여.
이심훈
- 1987년 <웅진문학상>, 2003년 격월간『시사사』신인상으로 활동 시작
- 시집『뿌리의 행방』외 5권, 시문집『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 충남문학대상, 만해한용운문학상, 한국지역출판연대 천인독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