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벅 가족에게 세번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남자 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또 다시 공중전화로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남동생 테리 리는 아버지처럼 짙은 색 피부에 갈색 단추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었습니다.
그렇게 평온한 가운데 6개월여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날 집 안에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깨끗이 청소 할 예정이었습니다.
우리도 깨끗이 단장시켜 주셨고 오전이 조금 지나서는 테리를 재웠습니다.
마침내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셨고 어머니는 그때까지 테리가 일어나지 않자
이제는 그만 깨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깨우기 위해 방에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갑자기 "롤랜드!"라며
외치는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테리를 안고 거실로 뛰어들어온 어머니는 흐느끼며 소리쳤습니다.
"여보..!! 아기가 죽었어요 ..아기가 죽었나봐요.."
테리를 건네받은 아버지는 어린아들을 어깨에 얹고 테리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면
거실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제가 방 안에 앉아 이 모든 광경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시고는 얼굴에 조용히
미소를 지은 채 저의 방문을 닫았습니다.
테리를 조용히 소파에 뉘인 후 아버지는 의사를 불렀습니다..
"유아 돌연사입니다. 아직 의학적으로도 왜 이런일이 생기는지 밝혀지지가 않았습니다.
미리 막을수도 없는 일이었구요..
"벅 여사님, 이건 절대로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그런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절대로 자책하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에게 정말 엄청난 시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극도로 쇠약해졌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당분간 친정집에서 지낼 수 있게 했습니다.
그 후에 어머니는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온유함과 사랑 그리고 넓은 이해심 때문에
그 모든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아직 한창 젊은 목사였던 아버지에게는 너무나 혹독한 시련이었습니다.
하루는 집에 돌아온 아버지의 무릎에 걸터앉아 제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엄마를 다시 웃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내일 깜짝 놀랄 선물이 올거예요.."
"그래..? 그게뭘까..?"
"하나님께 테리를 다시 돌려달라고 기도했어요. 제가 잠에서 꺠고 일어나면 테리가 제 침대에
돌아와 있을 거예요. 그럼 저는 테리를 안고 엄마한테 갈 거예요.."
그런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아버지는 품에 저를 꼭 안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평생 잊지 못할 무엇보다 아버지 자신에게 평생의 시금석이었던 하나님께 대한
그의 신뢰를 제게 들려주었습니다.
"얘야, 하나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도 다 아실 수있단다. 하나님은 테리의 삶을 미리 아셨나봐.
그가 좀 더 어른이 되고 나서 겪게될 아픔이나 상처, 어쩌면 테리가 나중에 하나님을 떠나는 걸
보셨을지도 몰라.
아빠도 다는 모르지만 어쨌든 하나님께선 테리를 지금 천국으로 데려가서 그 모든 것으로부터
테리를 보호하려고 하신거야.
사랑하는 내딸아,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가장 먼저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항상 옳은 일이란다..너는 그분을 언제든지 신뢰해도 좋아.."
아들을 잃고 난 후 하나님을 향한 원망 대신 아버지는 하나님이 자신을 위해 무슨 일을
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그분을 섬기는 것이라는 것을
그의 온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시간들은 아버지의 삶과 사역에 깊이 녹아들었고, 향후 상처받는 사람들을 향해 깊은
긍휼의 마음을 갖도록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주 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어느 오후였습니다.
아버지가 운전을 하고 가다가 밥이 그의 불량배 친구 세명과 함께 길거리에서 서 있는것을
보고 말을 건냈습니다.
"내 차 타고 드라이브 같이 안가겠니.?
당시 아버지가 몰던 차는 링컨기종으로 굉장히 특별한 차였는데 일반 차종이 8개의 실린더가 달려
있는 대신 이 차는 12개였기 때문에 그곳에 모인 소년들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갑자기 차가 공동묘로 들어섰습니다.
모두들 "로랜드 벅 목사님이 대체 왜 여기로 온거야?"라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버지는"잠깐 내 아들의 묘에 들르러 왔는데 같이 가 주었으면 하는데 어떤가.?"라고 물었고
네명의 소년은 그것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6개월만에 유아 돌연사로 아버지 곁에서 떠난 테리가 그곳에 묻히고 난 지 약2개월 후였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묻은 그곳에서 아버지는 다시 한가지를 부탁했습니다.
"내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데, 같이 무릎 꿇고 기도해 주었으면 좋겠네."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할 준비를 하자 아버지는 마치 친구가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그의 마음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쏫아 붓는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아바 아버지, 저는 당신께서 이 아이들의 삶 가운데 일하고 계신 것을 압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는 아버지께서 왜 저의 하나뿐인 아들 6개월밖에 살지 못한 테리를
이세상에서 데리고 가셔야만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님, 그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은 제가 아니라 주님이십니다.! 그것으로 인해
감사드립니다.
저와 제 아내는 테리를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의 삶이 비록 너무나
짧은 생이었지만, 분명히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보내 주셨습니다.
아바 아버지, 여기 저와 함께 무릎꿇고 있는 소년들은 제게 제 아들 테리와 같은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주님, 테리는 지금 주님과 함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들을 제게 테리를
대신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저는 테리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믿습니다."
테리의 묘지 주변에서 함께 무릎 꿇고 아버지의 그 진심 어린 기도를 들은
네명의 소년 모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 후 모두들 자신을 주님께 드리고 지금까지도 주님을 섬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은 바로 6개월 밖에 살지 못했던 테리 묘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생에는 짧았지만 ,분명 가치가 있는 삶이었습니다.
- 가브리엘 천사를 만난 사람 후속편 일부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