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에 삼계탕을 먹으며.....

[우승순]

  오늘 점심엔 삼계탕을 먹었다.

한 여름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비좁은 닭장에서 하루하루 시퍼런 목숨을 잇는 닭을 생각하면

그 더위에 몸보신한다고 먹는 삼계탕 한 그릇에도 깊은 감사와 회한이 있다.

어려운 제문형식은 생략하고 마음을 담아 축문(鷄祝文)을 올려본다.

  “살아서는 삼복더위에 털옷을 입고 숨을 헐떡이더니

죽어서는 뜨거운 국물 속에 알몸으로 누웠구나. 오호통재라!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놈의 더위가 원수구나.

삶의 고통에서 해탈했으니 머리는 필요 없겠고 오갈 데도 없으니 발도 잘랐구나.

매일 똑 같은 사료만 먹다가 오늘은 별식을 맛봤구나. 찹쌀로 배를 채우고 간식으로 밤과 대추와 황기도 먹었구나.

너는 죽어서 몸보신이고 나는 살자고 몸보신이구나.

  다음 생에는 남극의 펭귄으로 태어나 시원한 바다 속을 마음대로 헤엄치며

더위도 잊고 평생 인간도 안 만나며 네 멋대로 살 거라. 고맙고 또 고맙구나.”

                       - 우승순의 수필 「닭 1」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