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 갈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공이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정치란 식량(足食), 군대(足兵),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라고 답했다.
자공이 만약 이 세가지 중에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냐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버리라(去兵)‘고 했다. 나라의 근간이 군대이고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곧 망할 듯 하지만 군대가 없어도 백성들이 신뢰로 뭉치고 물질적으로 풍족하기만 하다면 나라는 어떻게든 꾸려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나머지 두가지 중에서 또 하나를 버려야만 한다면 이번에는 무엇을 버려야 하냐고 다시금 묻자 공자는 ‘식량을 버리라(去食)‘고 했다. ‘식량이 없으면 백성들이 다 굶어 죽을 터인데 어찌 나라가 유지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자 ’예부터 굶어 죽는 일을 겪은 나라가 많았지만 백성들이 굳은 믿음으로 뭉쳤을 때는 그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였다. 그러나 풍요로울 적에도 서로 헐뜯고 백성들이 신뢰하지 않은 경우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었다(無信不立)‘고 했다.
식량(食). 군대(兵). 백성의 신뢰(民信之)는 국가의 기본조건이다. 그러나 이 세가지 정책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온 백성을 믿고 따르게 하는 일이다.
불신과 이간질만 난무한다면 아무리 강한 군대도 금새 무너지게 되고 경제도 결국은 파탄나게끔 되어 있다. 백성이 믿고 따라 강고히 단결만 해 준다면 먹고 사는 문제도 강력한 국방도 모두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간 과장된 듯도 하지만 숙고해 보면 옳은 말이고 신뢰란 그만큼 중요하다. 신뢰의 기본은 약속의 실천이다.
석존은 재가신도에게서 초대를 받았을 때 사정이 허락질 않아 초대에 응할 수 없으면 분명하게 거절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승낙할 경우에는 아무 말 없이 침묵하였다. 즉, 침묵으로 승낙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왜 석존은 분명하게 승낙의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병이나 사고, 혹은 어쩔 수 없는 용건이 생겨 그 약속을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는 없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시간과 희망을 갉아 먹는 것이다. 약속을 할 때는 그만큼 신중하게 해야 하고 이미 한 약속은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 부득이 지킬 수 없을 경우는 최대한 빨리 그 사유를 말해줘서 다른 방책을 세우게끔 해 주어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다면 나라도 모임도 지속될 수 없다. 모든 만남이 믿음에 기초한 의로운 만남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無信不立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또...늘- 궁금합니다 선배님!!
그렇지요. 어느 만남이든. 인연이든 신뢰가 없다면 곧 허물어지고 마는 것이지요. 좋은글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