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켄은 한국어 배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일본어로 말을 하고 켄은 한국어로 대답하고.
이젠 사투리 쓰지 말라고 한다. 사투리 배우면 사투리만 알아듣는다고 표준어 써 달라고..언제는 사투리가 이해하기 쉽다고 좋다고 할때는 언제고. 변덕쟁이같으니.
같이 일하는 상사들이 한국인이라보니 자기도 한국말의 중요성을 깨우친 모양이다.
아마 회사가 아니었다면 켄이 한국어를 배울 일은 없다. 국제화 시대에 한국어의 위상이 절실히 드러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ㅜㅜ
"한국어보단 스패니쉬나 불어를 배우는게 더 나아."
ㅡㅡ^
뭐..사업계통이라 그러려니 하고 참고 넘어간다.
부인이 한국인이면 한국어를 배울려고 노력은 해야지!! 라고 소리를 빽빽 질러보기도 했지만,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데 어쩌리..
역시, 한국에가면 서당이나 절에 한 3개월 정도 집어넣던지 해야지.
겸손과 진정한 한국의 文을 배워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우리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접하고 배우는 것은 대부분이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다.
한국방송중에서는 다큐멘터리나 시사문제를 다루는 방송을 보는지라 켄에겐 조금 어려운 감도 없잖아 있다.
그래서 옆에서 대충 설명하면서 보면 이해는 하는 편이다.
어떤 방송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남편과 사별한 부인이 있었고, 빚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애들을 키우는 것에 대한..
켄은 그 방송을 보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저런 무책임한 남편도 있다니!"
"무책임하다니, 사별했다잖아."
"그게 아니라, 빚까지 있고, 거기다가 자기 보험도 제대로 안 들어놔서 가족들이 고생을 하잖아. 나같으면 생명보험 여러개 들어놔서 내가 죽어도 내 자식 공부랑 부인이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게 할 거야."
"어이. 요즘은 1억 생명보험 들어도 애 못 키운대.ㅡㅡ"
"이젠 월급이 많아질테니까 1억으론 안되지. 더 들거야. 걱정마. ^-^"
둘이 소파에 앉아 방송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참으로 둘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즐겨하는 것 같다.
"너..나한테도 보험 엄청 들여놓을 생각이지?"
"아니, 넌 일 안 해도 나한테 별 문제 안 되지만, 내가 먼저 죽으면 넌 곤란하잖아. 일을 안 하니까. 금전적인 문제가 많을거야."
ㅡㅡ^
사실이지만 뭔가 기분이 나빴다. 아무래도 집에서 할 일이라도 찾던지 해야지 원.
그런 이야기를 한 뒤에, 며칠 뒤. 한국에 있는 어무니랑 통화를 했다.
어무니한테 이 이야기를 말하니,
"어이구..역시 싸이코다!"
"왜? 있을 수 있는 일에 대비하는 건데..거기다가 다른 남편들보단 가족을 위해서 한 목숨받쳐? 책임진다는데.."
"음..그건 좋은데, 그래도 벌써부터 애도 안 태어났는데 생명보험 이야기하는 느그들이 웃긴다."
"그냥 방송보다가 생각나서 하는 이야기제."
"그래도..참...느그들은 별나다."
엄마가 보기엔 별난가보다.
미국에선 남편이랑 부인이게 억대의 보험을 들여서 사고사로 보이게끔 죽이기도 하고, 사람을 고용해서 죽이기도 한다고 한다.
일본에선 남편들이 빚을 진 경우 이혼을 하거나 혹은 사고사로 보이게끔 해서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위의 두 가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날 것이다.
켄에겐 남자라면,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가족을 위해서 자기 한 목숨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다만..
요즘 세상살이나 사람들의 인생을 보고 있으면 그런 책임감보단 돈에 자신을 파는 이들이 많아서 켄도 언젠가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겁이 난다.
물론 켄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과 여유가 평생 지속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지만.